(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고금리로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정책 경로에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물가와 싸운 반대급부인 성장을 제때 챙기지 않으면, 펀더멘털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은행(WB) 총재를 역임했던 데이비드 맬패스가 연준에게 성장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채권을 줄이고 달러 가치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전 WB 총재는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연준이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How the Fed Can Boost Growth)'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미국이 과다 재정 지출과 심하게 망가진 예산 절차들 속에서 장기 성장률 전망치가 2%를 밑도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현재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라는 금리를 통해 물가상승률 제어를 시도한다. 이는 민간 투자를 약화해 성장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맬패스 전 총재는 우려했다.
그는 연준이 믿을 구석은 채권시장의 고금리라고 진단했다. 기준금리가 이미 5.5%까지 도달했고 달러 가치가 안정적이기에, 통화정책과 규제를 피벗(전환)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맬패스 전 총재는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더 빨리 축소해야 한다"며 "역설적으로 연준이 채권을 줄이는 것이 사는 것보다 성장률에 더 잘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연준에게 채권 축소를 권유한 이유는 자금 흐름상 민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준은 화폐 발행이 아닌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채권을 매입한다. 은행은 연준에게 대출을 해준 만큼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할 여유가 줄어든다. 연준이 채권을 갖고 있어 봐야 정부와 대기업, 상업용 부동산에만 도움이 되지, 성장률에는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연준도 채권을 빠르게 줄이고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이자 비용과 금리에 대한 부담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민간 경제의 투자와 성장을 장려하려면 연준이 달러의 안정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맬패스 전 총재는 밝혔다. 물가 안정에서 달러 가치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중국 등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지원받는 국가에 밀려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달러 안정이 가장 시급하다"며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은 앞으로 수십년간 달러가 강하고 안정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출발한다"고 역설했다.
규제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맬패스 전 총재는 주장했다. 연준은 레버리지 및 유동성을 척도로 은행을 통제하는데, 혁신과 중소기업 대출은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결국 은행들은 국채 매수에만 편중했고 나중에 자산-부채 만기 미스매치로 인한 실리콘밸리(SVB) 파산만 불렀다고 비판했다. 연준이 은행만 비난하지 말고 투자와 역동성에 자본이 흐르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연준이 정부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맬패스 전 총재는 "연준은 신뢰성과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폴 볼커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처럼 재정 낭비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채권을 줄이고 달러를 방어하면 더 큰 비용이 드는 금융 규제를 만들기 전에 심호흡해 성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빠른 성장과 저금리를 위한 발판이 되고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jhlee2@yna.co.kr
이재헌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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