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하나증권]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모두가 '맞다' 할 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 주식시장을 광기에 휩싸이게 한 에코프로에 대해, 여의도에서 내로라하는 리서치센터들도 가치 측정을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식투자의 나침반이라는 애널리스트의 의무를 다한 사람이 있다. 하나증권의 김현수 연구원은 지난 4월 'Great company, but bad stock(위대한 회사, 그러나 나쁜 주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에코프로 매도 의견을 냈다.
김현수 연구원은 당시 리포트에서 "에코프로는 하나증권이 지난 3년간 강조해온 배터리 산업의 성장 가치, 차별적 가치를 모두 담고 있는 기업이고, 섹터 내 커버리지 기업 중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장 잘된 기업"이라면서도 "현 시가 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기에 주가 추가 상승을 위해 2030년을 반영하기 위한 시간의 경과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에코프로는) 위대한 기업이나 2023년 4월 11일 현재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 역시 탄탄하다. 김 연구원은 에코프로그룹의 배터리 밸류체인 이익 창출에 영향을 미치는 상장·비상장 자회사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향후 장기 이익을 추정했다.
지주회사격인 에코프로의 적정 기업가치를 논하기 위해 각 자회사의 2027년 예상 생산능력(CAPA)과 이에 따른 영업이익을 산출했다. 상장사인 에코프로를 제외하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씨엔지에는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았다.
계열사의 2027년 예상 영업이익 중 에코프로 귀속분을 따져 에코프로의 적정 기업가치는 11조8천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적정 주가는 45만4천원이다.
리포트가 발표되기 직전 거래일 에코프로의 주가는 76만9천원이었다. 3개월 새 무려 562%가 오른 상황이었다.
김현수 연구원의 리포트가 발표된 4월 12일, 에코프로는 전일 종가 대비 16.78% 하락했다. 주가 상승 랠리가 본격화된 올해 2월 이후, 에코프로의 주가가 전일 대비 10% 이상 내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김 연구원은 지난 2016년 애널리스트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차전지 기업을 봐왔다.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 종목의 이름이 날리기 전부터, 7년간 산업을 들여다보며 산업의 밸류체인과 개별 기업의 가치평가 방법을 고심해온 셈이다.
에코프로 종목 커버는 2020년 시작했다. 한때 15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가 1만3천800원이던 시기다.
매 분기, 커버하는 기업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중장기 방향성과 현재 가격을 고려해 매수·매도 리포트를 낸다는 업무 원칙은 FOMO 상황에도 지켜졌다.
올해 상반기 6개월 새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에코프로는 내재가치 대비 비싸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리튬 가격 변동성으로 발생한 버블로 그 가격이 세 배 이상 비싸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에코프로의 적정 시총은 16조원 수준이다. 그가 매도 리포트를 낸 이유다.
다만 투자자의 리서치센터 압박 수위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일 공매도 관련 집회를 마친 '박지모' 카페 회원들은 여의도에서 김현수 연구원의 길을 가로막고, 폭언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매수 일색의 리포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국의 주문이 무색하게, 금융감독원은 매도 리포트를 낸 김현수 연구원을 불러 조사했다. 증권사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개인투자자의 민원이 빗발쳤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김현수 연구원은 최근까지 에코프로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 당초 45만원선으로 제시됐던 목표주가는 42만원까지 하향 조정됐다.
지난 4월 리포트에서 지적했던 전방 수요 둔화와 관련한 리스크 요인이 예견되며 올해 4분기 실적 기대치도 낮다.
김현수 연구원은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직후 에코프로의 매수세가 몰린 상황에서도 '인기투표와 저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리포트에서도 그는 기존의 시각을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주가는 단기적으로 인기투표와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과 같다"며 "내재가치와 무관한 이슈로 주인공이 되지만, 저울의 눈금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회사의 가치를 합산한 지주사 에코프로의 가치는 10조9천억원"이라며 "현 시총 22조9천억원과의 격차를 감안하면 현 주가는 사실상 밸류에이션 공백 상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밸류에이션 변수의 공백은 극심한 주가 변동성을 야기해 목표주가를 42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 의견 매도를 유지한다"고 썼다.
gepark@yna.co.kr
[출처 : 연합인포맥스]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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