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안하는 연기금조차 "국내주식 줄여야" ㅣ 경제ON 취재파일 231114[https://youtu.be/oqwyRcKQiBc]
※ 이 내용은 11월 14일(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송하린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 오늘로 일주일 조금 넘었습니다. 공매도 주문을 걸어놨던 기관 투자자들은 갑작스럽게 투자 전략을 바꿔야 해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인데요. 기관 중에서도 큰 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과 기타 연기금들은 어떤 상황일지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되자마자 기관 투자자들이 공매도 걸어놓은 종목들 부랴부랴 사들이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연기금도 공매도를 걸어놓은 종목이 있었습니까?
[송하린 기자]
현재 국민연금공단 등 국내 연기금은 공매도와 대차 거래를 이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공매도 전면 금지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진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매도는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데 사용되는 기법으로,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가치투자를 한다는 국민연금 성격과 맞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벤치마크를 따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해당 종목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투자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관계자는 "공매도하려면 어디에선가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국민연금은 차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 같으면 보유 주식을 팔면 된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연금은 주식을 빌려서 투자하지는 않는군요.
[기자]
국민연금은 대차 거래도 하지 않습니다. 사실 5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대여하는 '대차 비즈니스'를 했습니다. 공매도하려는 기관들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을 빌려줘서 그들이 차입 공매도를 실시할 수 있게 하는 사업입니다. 국민연금이 투자운용수익 외에도 초과수익을 낼 수 있었던 통로였습니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세력에 자금을 제공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지난 2018년 10월 국내주식 대여를 중단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9년 8월,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대여거래 시장영향도 분석' 연구용역을 통해 국민연금의 주식대여와 공매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개인투자자 반발 등을 의식해 2020년 7월 '국민연금기금 운용재정' 개정을 통해 국내주식 대여 중단을 명문화했습니다. 2021년 개인 투자자 공매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인 대주용으로라도 한국증권금융에 한정해 국내주식 대여 서비스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론 없이 마무리됐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빌려서 투자하는 걸 하자고 했었는데 그것도 안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국민연금은 결국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빌려주지도 않는 거네요.
공매도 조치가 시행된 직후에 그동안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눌려 있던 몇몇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했는데 혹시 연기금도 이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가지고 있었으면 아마 가격이 좀 많이 올랐을 것 같은데
[기자]
연기금도 아예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경우 공매도 전면 금지 영향을 받는 종목들과는 상관관계가 적다고 설명합니다.
지금까지 공매도 잔고 금액 상위권을 차지한 업종은 이차전지·바이오와 같은 성장주, 면세·여행·유통 등 중국 소비 테마주들입니다. 미래 기대되는 실적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던 고성장 주식이죠.
해당 종목을 가지고 있는 건 주로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연기금은 기업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살펴보고 그에 따라 투자하거나, 인덱스를 추종하는 투자를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해당 종목을 대거 가지고 있긴 어려운 구조입니다. 공매도 금지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 종목의 자산군 내 비중이 20%로 높은 편이죠.
[앵커]
삼성전자만 해도 벌써 5분의 1이네요.
[기자]
공매도 금지 자체가 '반짝 효과'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공매도 비중이 높아 공매도 포지션 청산에 따른 주식 매수, 즉 쇼트커버링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이 주가 급등 후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호텔신라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첫날 5.85% 급등하며 6만8천원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약세를 거듭하면서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습니다. 전일 기준 6만4천500원에 장을 끝내며,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보다도 낮아졌습니다.
오히려 연기금 관계자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가 불러올 중장기적인 여파를 우려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죠.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안 그래도 외국인 이탈 우려가 있는데, 공매도 전면 금지까지 더해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기관 투자자들도 이제 우리나라에 공매도 투자로 많이 들어왔나 봅니다.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가 사전협의나 유예기간이 없는 규제 결정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한 글로벌 IB는 국내 고객들에게 비공식 메시지로 이와 같은 의견을 강하게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난 주말에 발표가 나왔는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바로 그다음 날 시행되지 않았습니까. 대비할 시간 없이 바로 시행되고. 또 일각에서는 이 기간 관련해서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하기로 했었는데, 그 기간도 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기자]
그러다 보니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형 증권사에서 대차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한 PBS 담당 임원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메릴린치 등 대형 글로벌IB에서 공매도하기 위해 빌려놨던 주식을 상환하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공매도 전면 금지 당일에만 한 기관당 최대 800억원을 상환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IB들은 통상 매수와 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롱숏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줄어드는 매도 포지션만큼 매수 포지션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설명합니다. 또는 선물 등으로 상쇄하면서 숏포지션을 공매도 금지 조치가 풀릴 때까지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쇼트커버링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공매도 대신에 그 주식 선물로 매도를 하는 거군요. 또 이번 조치 때문에 연기금 거래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고 하던데 이거는 왜 그렇습니까?
[기자]
기존 시장조성 역할을 했던 외국계나 기관투자자들이 떠나가면서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재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는 예외로 해주고 있습니다. 시장조성자들은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를 좁히는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차입 공매도를 실시합니다. 호가를 촘촘하게 만들며 투자자들의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겁니다.
하지만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환경에서는 이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조성 역할을 하긴 어렵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번 공매도 금지 때와 마찬가지로 의무 스프레드를 완화해서 차입 공매도가 최대한 적게 나올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서 연기금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또 그렇게 반기지도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연기금 운용 담당자들은 단기적인 조치에 따라 연기금의 국내 주식 운용 전략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국내 주식 포지션을 줄이는 방향이 맞았다는 게 확인됐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정부 정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습으로 단기적으로는 개인 투자자에게 좋을 수 있지만, 국내 증시 선진화를 역행했다"며 "과도하게 오른 주식은 시장 원리에 따라 조정되는 게 맞는데 정부 조치로 인해 인위적으로 부풀려지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국내 주식 포지션을 줄이는 게 맞았다고 이제 아까 말씀해 주셨는데, 그러면 연기금이 국내 주식을 계속 팔고 있었다는 겁니까?
[기자]
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국민연금 전체자산은 시장가로 834조원에서 997조원까지 19.6% 늘었는데, 국내주식 규모는 177조원에서 143조원으로 오히려 19.3% 줄었습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점차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목표 포트폴리오상 국내주식 비중은 올해 말 15.9%인데, 이는 작년 말보다 0.4%포인트 감소한 수준입니다. 내년에는 여기서 추가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0.5%포인트 줄인 15.4%까지 축소할 예정입니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위해서는 국내주식을 줄이는 방향이 맞는다고 강조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다른 해외 연기금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해외 연기금이 안 가져가도 되는 자산, 즉 국내주식을 100조 이상 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어떤 종목들을 그렇게 국민연금이 줄인 겁니까?
[기자]
최근 같은 경우에는 사법 리스크가 번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종목 위주로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에 얽힌 키움증권 보유 지분을 10.58%에서 10.14%로 줄였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영풍제지 하한가 관련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했으며 키움증권 계좌가 대거 이용된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분식회계와 시세조종 이슈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카카오 지분은 6.36%에서 5.42%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보유 비율도 5.02%에서 4.45%로 낮췄습니다. 반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은 보유 비중을 늘렸습니다. 한화오션을 4.71%에서 4.72%로, 현대백화점을 10.85%에서 11.11%로 확대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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