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당국과 원만한 협력 관계 이끌 적임자"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선출됐다.
4대 은행 출신 중에서 은행연합회 회장이 나온 것은 30년 만이며, 신한금융과 신한은행 출신으로는 최초다.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상생금융 확대에 대한 압박도 커지는 국면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은행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동시에 당국과의 원만한 협력 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데 은행권이 공감한 인선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한 카리스마로 표몰이 성공…3년만에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6일 차기 은행연합회장 최종 후보로 조 전 회장을 선정했다.
조 전 회장은 1957년생으로 대전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4년에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뉴욕지점장, 리테일 부문장,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등 주요 요직을 거쳐 신한은행장에 오른 정통 엘리트 뱅커다.
2017년부터 6년 동안 신한금융을 이끌며 KB금융을 제치고 리딩그룹에 올려놨다.
그는 재임 시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종합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살기 위해 변해야 하고 안주하면 죽게 된다(변즉생 정즉사)'는 각오로 혁신을 주도했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 CEO를 역임한 무게감 뿐 아니라, 조 전 회장이 보여준 빠른 추진력과 강한 리더십이 회추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거는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도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은 치열했다.
작년 말에서 올해 걸쳐 주요 금융지주 회장·행장들이 대거 물러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민간 출신 후보군 풀이 두터워진데다, 그동안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관 출신 후보가 깜짝 등장하면서 막판까지 안갯속 구도가 이어졌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고사하면서 조 회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조 전 회장은 충청권 출신의 회추위원들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형성해 나갔다.
그는 은행이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어려울 때야말로 진정한 민간 출신 협회장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회추위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실제로 조 전 회장은 신한금융이 '신한사태' 후유증으로 흔들리는 조직을 다잡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춰 리딩금융을 탈환하며 강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또 지난해 말 3연임을 과감히 포기하고 조직의 세대교체를 위해 물러났는데, 그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로 직원들 징계도 많이 받고 회사도 나갔다. 나도 제재심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사모펀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맏형다운 리더십을 보여줬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연임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모습을 보여 리더로서 존경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퇴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 시중은행장은 "언제나 최선두에서 조직을 이끌었던 역량과 무게감으로 봤을 때 후보 중 조 전 회장이 가장 적임자라고 봤다"면서 "금융권 전반에서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카리스마와 발 빠른 추진력 등 은행권을 이끌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자 장사' 비판에 중재 역할 '숙제'
금융권에서는 은행권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장에 순수 민간 출신 수장이 재탄생한 데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장은 정치권이나 정부와 원활히 소통해야 한다는 이유로 관료 출신이면서 민간에서도 일한 '반민반관' 경력을 가지고 있거나, 당시 정권과 밀접과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 추대됐다.
연봉도 8억원에 육박하는 등 조건이 좋아 정치권에서도 추천 후보가 들어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역대 14명의 은행연합회장 가운데 순수 민간 출신은 국민은행장을 지낸 이상철(5대) 전 회장을 시작으로 신동혁(8대) 전 한미은행 회장, 하영구(12대) 전 씨티금융지주 회장, 김태영(13대)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등 4명뿐이다.
최근 은행들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회추위원들은 중량감 있는 민간 인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장기화로 은행들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이자 윤석열 대통령은 "(소상공인들이) 은행의 종노릇 한다"라거나 "서민들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갑질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에 이어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계획하며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압박하고 있다.
조 전 회장은 은행장과 회장 시절 금융당국과 함께 여러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중재자 역할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도 조 전 회장이 민간 출신이면서도 그간 훌륭한 대관 능력을 보여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당국 관계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은행권 이슈와 관련한 의견 조율 역할을 무난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면서 "은행장들(회추위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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