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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⑥] '확정된 바 없다'는 기업들…압박 어려운 이유

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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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기업이 '알맹이 없는' 미확정 공시를 반복해 투자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주가 조작 사례에 휘말렸다거나, 인수·합병(M&A) 풍문에 주가가 큰 폭 움직이는 상황임에도 "확정된 바 없다"는 내용만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업이 조회공시 요구에 보수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짚는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조회공시제도 운영 효과를 분석한 결과 풍문·보도에 따른 조회공시는 68건으로 2021년 대비 21% 줄었다. 현저한 시황 변동에 따른 조회공시 의뢰 역시 41건으로 2021년도 150건에 비해 73% 이상 줄었다.

지난해 전반적인 상장 법인의 기업활동 위축 영향으로 분석됐으나, 조회공시 의뢰에 대한 상장법인의 답변 중 '중요 공시 없음'은 7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공시 답변이 '확정된 바 없음'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최선이라고 설명한다.

사내 규정상 M&A나 신규 투자를 최종 확정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이나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사안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실무진에서 실제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단계에서 관련 내용이 보도됐다 하더라도, 최종 확정까지 이어질지 단정할 수 없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재무실에서는 한 분기에 수십 개에 달하는 투자 집행 및 M&A 리스트를 검토한다"며 "검토 중인 내용이 보도되더라도, 실제로 딜이 종결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 공시를 검토하는 한국거래소도 풍문·보도에 관한 조회 공시의 답변이 현실적으로 미확정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고 짚는다.

한국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딜 추진 여부에 대한 답변으로 기업이 미확정 공시를 내놓은 뒤, 이튿날 관련 내용이 확정돼 공표되더라도 공시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기업이 내용을 확정할 때까지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한계가 있기에 절차대로 모든 내용이 확정된 후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종 확정이 되지 않은 단계에서 섣불리 알릴 경우 후에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승인되지 않을 시 오히려 투자자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반복되는 미확정 답변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한 진행 및 철회 여부를 투자자에게 알릴 수 있는 내용이기에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공시 규정에 따르면, 조회공시 요구 또는 풍문 등의 내용을 부인 공시하거나 이미 공시된 내용의 변동사항을 신고한 후 1개월 이내에 이를 전면 취소·부인하는 내용을 알릴 경우 공시 번복의 유형으로 불성실 공시에 포함된다.

한국거래소의 기업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불성실공시법인 예정 및 지정' 공시 314건을 분석한 결과, 실제 풍문·조회공시와 관련한 불성실 답변으로 제재받은 기업은 두 곳에 불과했다.

이아이디는 전·현직 임원 등의 횡령·배임 혐의설과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답변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코스닥에 상장된 코스나인은 현저한 시황 변동과 관련한 조회공시 답변 이후 15일 내로 최대 주주가 변경됐다는 내용을 공시하면서 제재받았다.

이아이디와 코스나인은 각각 2억1천만원, 3천8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양사에 부과된 벌점은 각각 10.5점, 9.5점이다.

풍문·조회공시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신규 투자·자금 조달·M&A와 관련한 내용으로 이미 공시한 사항을 전면 취소, 부인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거나 지정을 예고 받은 건수는 106건에 달했다.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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