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그야말로 미국 역사의 결과입니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운데 순수 고정금리 비중이 90%를 넘어선다. 이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미국 역사의 결과라고 미국 지니매(Ginnie Mae)의 존 겟치스 수석 부사장은 설명했다. 지니매는 패니매(Fannie Mae), 프레디 맥(Freddie Mac) 등과 함께 주담대를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대출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사들이고 이를 유동화해서 주택담보증권(MBS)을 만드는 게 이들 기관의 역할이다.
미국 연방주택보증공사인 지니매의 겟치스 수석 부사장은 2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세계 금리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금리에 대한 보호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MBS는 2차 시장인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이를 위해 연방정부가 100% 지불보증을 해준다.
사실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역사는 1930년대 대공황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이전까지 5~10년 만기의 변동금리가 주류였으나 대공황으로 대규모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발생했고, 당시 루스벨트 정부는 주담대 연체차입자에 대한 구조를 시도한다. 동시에 만기 10~20년의 장기 고정금리가 주종 대출상품으로 보급됐고, 이를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1938년 패니매가 설립됐다.
이후 패니매는 기존 역할을 하던 패니매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모기지 유동화기관 지니매로 분리됐다.
겟치스 수석 부사장은 "고정금리 가운데서도 30년 만기의 주담대는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매달 원금의 일부를 초기에 분할 상환(amortization)하게 해 가계가 강제로 저축하게끔 하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주담대의 금리 유형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겟치스 수석 부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바로 소비자"라며 "가계가 금리 상승 때문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소비 지출이 줄어드는 것이고, 그 문제가 커지면 국가 경제를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심각한 경우에는 차주들이 재정적인 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부동산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주택 처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는 경제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30년이라는 장기간의 고정금리 상품이 팔리는 것은 지니매 등이 유동화한 MBS가 유통시장에서 다시 거래되기 때문인데, 대출상품을 처음 판매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이 상품을 장기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즉, 은행은 금리 변동 리스크에 노출이 덜 되기 때문에 초장기 대출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연방 정부 차원의 지급 보증이다.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하는 존 겟치스 수석 부사장(맨 오른쪽)과 Ginnie Mae 직원들
한국에서는 주담대가 가계부채의 고질적인 문제가 됐고, 이는 통화정책 제약 요인으로도 꼽힌다. 반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데 주택시장 또는 대출 차주를 고려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겟치스 수석 부사장은 "현재 미국 통화정책 목표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소비자의 부를 빼앗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통화정책 이외에 부차적으로 지니매를 비롯한 정부 지원기업들이 정부보증 주담대를 위한 유동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정금리 주담대가 지배적인 미국에서는 그에 따른 문제도 발생한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과거 금리 수준에서 대출받은 주택 소유주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 것이다. 현재 주택 소유주는 보통 2~3년 전에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크게 낮은 수준의 금리로 대출받았는데, 이사를 하려면 현재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새로 받아야 한다. 미국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담대 대출은 얼마 전 8%에 육박하다 7%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주택의 매물이 말라붙는 것은 미국 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미국 전체 주택가격도 수급에 따라 상승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는 데 주택가격도 따라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겟치스 수석 부사장은 "이것은 우리(미국) 주택시장의 과제이고, 주택가격 상승과 주택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란 문제에 모두 직면한 젊은 세대에게 더 큰 과제"라면서 "주택구입여력(affordability)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니매에게 주택구입여력이라는 것은 강력한 도구"라며 "지니매 지원받는 잠재적인 주택 구입자는 가격대에 맞는 주택만 찾는다면 현재의 금리 수준에도 겁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니매를 통한 주택담보대출증권 발행규모는 금리가 현재보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팬데믹 이전과 동일한 수준까지 늘어났다고 겟치스 수석 부사장은 전했다.
ywkwon@yna.co.kr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권용욱
ywkw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