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송하린 기자 = 메리츠금융그룹이 낙점한 포스트 김용범·최희문은 '숫자 전문가'였다.
언제나 숫자로 증명하겠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그에 걸맞은 보상으로 매번 시장을 놀라게 했던 메리츠금융그룹은 숫자 전문가들을 차세대 최고경영자(CEO)로 내세우며 진일보된 '원-메리츠' 시대를 예고했다.
◇ CFO·CRO 출신 전면에…77년생 젊은 CEO는 '파격'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전일 이사회를 열고 메리츠화재 신임 대표이사로 김중현 부사장을, 메리츠증권 신임 대표이사로 장원재 사장을 내정했다.
시장에서는 1977년생인 김중현 부사장의 대표이사 낙점을 가장 큰 파격으로 평가한다. 아직 40대인 김 부사장은 보험업계 최연소 CEO에 오른 것은 물론 사모펀드(PEF) 등을 제외한 금융권 전체에서 가장 젊은 수장으로 손꼽히게 됐다.
하지만 그의 이력은 파격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숫자들로 채워져 있다.
대구 대륜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A.T커니(Kerney) 컨설턴트 출신이다. 지난 2015년 메리츠화재에 둥지를 튼 이래 변화혁신TFT 파트장, 자동차보험팀장, 상품전략실장, IFRS17 운영팀장 그리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쳤다.
김용범 부회장이 메리츠화재 대표로 취임한 같은 해 합류한 김 부사장은 그간 자동차보험 효율화 작업을 주도하고 상품 포트폴리오 전반을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재구축했다.
올해 고금리 기조에서 채권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장기채권에 대한 자산 분류를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에 포함하지 않은 것도 그의 선택이었다. 그 덕에 메리츠화재는 대규모 채권 평가손에 시달렸던 다른 보험사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며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화재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14년 만에 메리츠증권의 새 수장이 된 장원재 사장 역시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숫자 전문가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그는 동 대학원과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수학으로 석·박사를 지낸 인재다.
삼성증권에서 캐피탈 마켓 본부를 이끌며 시장 전반을 살폈던 그는 최고리스크책임자(CRO)까지 역임하다 김 부사장과 같은 해 메리츠화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장 사장은 메리츠화재에서 CRO를 오랜 시간 역임하며 메리츠금융지주까지 두루 챙겼다. 지난 2021년에는 증권사에서 운용을 담당했던 전문성을 살려 메리츠증권으로 이동,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 부문을 이끌어왔다.
당시 그의 이동은 변동성이 컸던 시장을 고려해 시장과 운용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의 노하우를 전하기 위한 리스크관리 차원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장 사장의 대표이사 내정 역시 어느 때보다도 리스크관리가 중요해진 메리츠증권에 마침맞은 적임자라는 게 그룹 안팎의 일관된 평가다.
(왼쪽부터)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와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 '메리츠 상징' 김용범·최희문…지주 컨트롤타워로 자리
메리츠금융그룹의 이번 인사는 지난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원-메리츠' 1주년을 맞아 단행됐다.
지주 중심의 그룹의 실질적인 통합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시행한 사실상의 첫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로써 지난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를 이끌어오던 김용범 부회장은 9년 만에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겨주게 됐다. 최희문 부회장의 자리는 무려 14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사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세대교체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포스트 김용범·최희문에 누가 낙점될 것인지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시간 시장에서는 메리츠라는 브랜드가 곧 김용범, 최희문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자산운용 부문에서 이들이 쌓은 업적은 남달랐다.
십수 년이 지나도 회자하는 일화도 다수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던진 채권 매도에 시장을 놀라게 했던 김용범 부회장, 1bp에도 물러섬이 없던 최희문 부회장까지 당시에는 이들의 선택을 두고 숱한 말이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선 이들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장 플레이어들이 부지기수였다.
앞으로 김용범 부회장은 지주 대표이사와 함께 그룹 부채부문장을 맡는다. 최희문 부회장은 그룹 운용부문장을 담당한다. 여전한 컨트롤타워다.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김용범과 최희문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는 전문성은 여전히 메리츠의 상징"이라며 "어느 조직이든지 세대교체를 준비한다. 그 과정이 얼마나 부드러운가의 차이다. 비은행 금융지주로서 메리츠가 얼마나 성장할지 지켜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왼쪽부터)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과 최희문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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