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이어 우리금융도 발 빼
"무리한 M&A 독 될 수도"…이사회·주요 주주 압박도 영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추진하던 인수·합병(M&A)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사실상 올해 금융권의 '딜(Deal)'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곳들도 금융시장과 정책의 급변 상황과 맞물려 신중한 스탠스로 변화하고 있다.
고금리 시기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상생금융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점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더해 이사회와 주요 주주들도 M&A 의사결정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적극적인 M&A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까지 실사를 지속했던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를 포기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말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를 공식화했지만, 이후 한 달 만에 중단을 선언한 셈이다.
우리금융은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 작업을 진행했는데, 가격과 관련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이어가자 인수 포기로 방향을 바꾼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가격에 대한 이견이 워낙 크다 보니 양 측이 조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저축은행의 인수 가격대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우리금융도 당분간은 관련 매물은 검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계획대로 증권·보험에 대한 스터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임종룡 체제'로 전환한 이후 아직까지 M&A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증권 분야의 경우 마땅한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고, 보험의 경우 금융지주가 품을 만한 우량 매물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또 올해가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첫 해였던 만큼 보험사들의 손익 추이에 대해선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그간 M&A가 주로 가격 수준에 좌우됐다면, 최근엔 은행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엔 충당금에 더해 상생금융 압박이 예상보다 더 거세진 점도 지주·은행들의 M&A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당장 은행별로 수천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내놔야 하는 만큼 올해 남은 기간 M&A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이자장사를 통해 최대실적을 낸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대규모 상생금융안 마련을 예고한 상태다.
은행권은 연내 금리인하와 이자감면, 저금리 대환·정책대출 등의 형태로 약 2조원 이상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상생금융의 규모와 관련해서는 예측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국회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초과이윤세)를 고려해 국민들이 바라는 눈높이를 맞출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 대략적인 규모에 대한 추산이 가능해졌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금융지주들이 이 가운데 1조5천억원 이상을 책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초 국내 은행권이 1조원 규모의 상생안을 내놓은 이후 2배 이상의 '상생금융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이사회와 주요 주주들의 발언권이 강해진 점도 M&A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최근 KDB생명의 인수를 위해 공들이다 막판에 발을 뺀 것에도 이사회 차원의 완강한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의 경우 '경영 정상화' 과정이 필요한 업체였던 만큼, 보험 관련 전문성이 약한 하나금융이 이를 초기부터 떠안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다른 금융사의 M&A 성과 또한 전무했다.
Sh수협은행 또한 올해 비금융 자회를 인수해 향후 지주사 전환에 도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자본여력과 매물 여건 등을 보면 진행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를 갖춘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새 M&A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관리·고도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이나 KDB생명의 경우 사실상 거래 상대방을 정부로도 볼 수 있어 부담이 큰 딜인데 '실익'을 우선순위로 두고 과감히 발을 빼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다"며 "올해까진 상생·충당금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내년에나 M&A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간 급증한 대출과 작년 하반기까지 이어진 금리 상승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04%로 집계됐다. 이날 시민들이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2023.5.22 jieunlee@yna.co.kr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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