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급반전, 발행 잇따라…가파른 축소에 긴장감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크레디트물 시장이 훈풍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수급 부담 등이 심화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올해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서 11월에 때아닌 호황을 보이는 모습이다.
채권 시장 강세가 지속되면서 우량 크레디트물로 꼽히는 공사채와 은행채는 물론 한동안 조달 어려움이 부각됐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와 회사채 시장까지도 분위기가 풀리고 있다.
다만 크레디트물의 가산금리(스프레드) 축소 속도가 가파른 터라 관련 업계의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호황기가 짧아질지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여전사 등 일부 발행사는 서둘러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은행채·공사채 이어 여전채까지…회사채도 기대감
22일 연합인포맥스 '채권 발행스프레드 현황'(화면번호 4215)에 따르면 전일에만 1조8천570억원 규모의 여전채(카드채·기타금융채)가 발행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여전사들의 투자자 모집이 녹록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전일에는 'AA+' 신한카드(2천500억원)·KB국민카드(700억원), 'AA-' 현대커머셜(1천억원)이 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찍었다.
신한카드는 만기로 설정한 3~5년물 모두 동일 만기 민평보다 15~17bp 낮게 발행했다. 2년 11개월물을 찍은 KB국민카드의 스프레드는 동일 만기 민평보다 2bp 낮은 수준이었다. 현대커머셜은 2년물과 3년물을 모두 동일 만기 민평 대비 1bp씩 낮게 찍었다.
달라진 분위기는 롯데카드(AA-) 조달에서도 드러났다. 롯데카드(4천100억원)는 1년 2개월~2년물 전 구간을 모두 민평금리 수준으로 발행했다. 여전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한동안 민평보다 높은 금리를 감수했으나 시장이 회복되면서 조달 부담을 덜어낸 셈이다.
신한카드와 더불어 'AA-' BNK캐피탈(총1천250억원)도 5년물 채권을 500억원어치 발행하면서 여전채 시장의 투자 심리 회복세를 드러냈다. 여전사들의 장기물 조달까지도 가능해진 셈이다.
이날에도 여전채 발행세는 이어졌다. 'AA+' 비씨카드(1천100억원)와 'AA' 하나카드(700억원), 'AA-' NH농협캐피탈(1천억원)·BNK캐피탈(4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2천400억원), 'A+' 롯데캐피탈(2천100억원) 등이 총 7천700억원어치 채권을 찍었다.
'A+' 롯데캐피탈의 재등장 또한 시장 회복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롯데캐피탈은 'A+' 신용등급을 보유한 데다 시장의 우려가 큰 롯데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조달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9월 20일 6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 이후 두 달여 만인 이날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레디트 시장은 이달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월 미국 FOMC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소멸했다는 전망이 강해지자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다. 이어 은행채를 시작으로 공사채, 여전채 등 크레디트 시장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고 있다.
은행채와 공사채 시장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일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은 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각각 2천500억원, 3천1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마쳤다.
같은 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채권 투자자 모집을 통해 각각 9개월물 이표채(2천억원)와 11개월물 할인채(2천억원)를 민평보다 낮게 찍기로 했다.
한동안 약세를 이어갔던 공사채 역시 이달을 기점으로 스프레드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일 'AAA'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5년물·1천300억원)과 'AA+' 충청남도개발공사(2.5년물·300억원)가 채권 입찰을 통해 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을 확정했다.
크레디트물 시장에 회복 기류가 드러나면서 회사채 시장 내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삼양홀딩스(AA-)가 최대 2천억원(모집액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서는 데 이어 오는 24일 롯데손해보험 또한 최대 700억원(모집액 400억원)어치 후순위채(A-)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을 진행한다.
뒤이어 내달 SK(AA+)와 롯데오토리스(롯데렌탈 보증), CJ CGV(A-) 등이 대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회사채 조달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SK와 같은 우량물 활황과 더불어 롯데손해보험 등 시장의 우려가 있었던 종목 역시 이전보다 좀 더 늘어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활황에 긴장감은 지속…강세 여력 예의주시
다만 크레디트물 전반의 스프레드 축소 속도가 가파른 점은 변수다. 몇주 사이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변화한 것은 물론, 스프레드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 내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AAA' 공사채 3년물 민평금리와 동일 만기 국고채 간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지난 8일 50.9bp까지 벌어졌던 스프레드는 전일 36.5bp를 기록해 보름여 만에 14.4bp가량 줄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사채가 너무 빠르게 강해진 터라 최근 약했던 스프레드가 이번 주면 대부분 회복될 전망"이라며 "추가 강세를 위해서는 12월 국고채 방향성이 중요한 만큼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고·'AAA' 공사채 3년물 금리 추이
아직 A급 이하 크레디트물까지 온기가 온전히 퍼지지 않은 점은 관전 포인트다. 대형 그룹 계열사가 아닌 A급 여전사와 크레디트 우려가 있는 회사들의 경우 여전히 투자자 모집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힘들었던 A급 발행사의 경우 아직도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스프레드 축소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