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온다예 기자 =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제재 최종심에 속도를 내면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징계도 약 3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하지만 당초 제재 수위 경감을 기대했던 분위기와 달리 금융당국의 중징계 기조가 유지되면서 이에 대한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는 물론 맨파워가 중요한 금융투자업계 성격상 자칫 증권사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리란 전망까지 나온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융위는 안건 소위원회를 열고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와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한 제재안을 논의한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29일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이들에 대한 제재를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연합인포맥스가 23일 단독 송고한 '사모펀드 판 증권사 CEO 제재 내주 결론…박정림 '직무 정지' 사전 통보' 제하의 기사 참고)
◇'직무 정지' 상향 조정되나…업계는 설왕설래
금융위가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에게 당초 금감원 제재심의 결정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한 '직무 정지'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두고 관련 업계는 크게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마지막 소명 절차와 최종심이 남아있어 예단하기 힘들지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도 기존의 '문책 경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금융위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을 통해 금융사 임원의 제재 단계를 정의하고 있다. ▲해임 권고 ▲업무 집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순이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사 임원의 취업제한 기한을 규정하고 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 이상은 향후 각각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박 대표이사에 대한 금융위의 '직무 정지' 사전 통보는 과거 금감원 제재심이 같은 이슈로 전직 사장단에게 내린 처분과 같은 결과다.
당시 금감원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투자증권의 김형진 전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에게 직무 정지를 통보하며, 현직인 박 대표이사에게는 문책 경고를 처분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강성으로 평가받던 금감원 제재심조차 '문책 경고'를 내린 결정이 금융위에서 상향 조정된 배경으로는 대법원의 판결 결과와 KB금융그룹 안팎의 연이은 내부통제 이슈가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의 파생결합펀드(DLF) 이슈로 내부통제에 대한 기본적인 법리를 확립한 데다, 최근 시끄러웠던 KB금융그룹에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정 지점이 상품을 판매한 대신증권 사례와 KB증권의 사례는 같은 라임펀드 이슈에서도 차이가 있다"며 "다양한 선례와 법리적 판단이 함께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직 경영진에 대한 직무 정지 처분은 지나치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선관 의무를 고려하더라도 CEO에게 모든 책임을 지라는 것은 개인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한 일"이라며 "다들 수십 년을 금융권에서 내로라했던 인물들이다. 도의적인 책임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 제한을 수반하는 중징계는 뼈아픈 일"이라고 토로했다.
◇ 여의도 사장단 세대교체 불가피…지각변동 예고
만약 현재 수준의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사실상 이들 사장단은 사실상 연임이 불가능하다.
이들 사장단 모두 금융투자업계에서 손꼽히는 마켓 무버들이었던만큼 이들을 대체할 세대교체 인사를 고민해야 한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의 경우 지난 2017년 1월부터 현재 직무를 7년째 맡아왔다. 특히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그룹 내 여성 CEO로서 아이콘이었던 그는 자본시장, WM 부문 등을 이끌면서 KB금융이 리딩금융으로 자리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역시 이미 투자은행(IB) 업계를 움직이는 국내 톱 티어 인사로 정평 나 있다. 지난 2018년 3월부터 6년째 수장 자리를 유지하며 NH투자증권을 업계 상위권 증권사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라는 브랜드를 정영채와 동일시하는 게 현실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대 82학번'인 두 대표에 대한 최종심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금융투자업계 내 세대교체 바람은 더 거세지게 됐다. 다만 두 곳 모두 은행 지주 계열 증권사인 만큼 은행 출신의 내부 인사가 올 경우 증권업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본 규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대형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경쟁력이 다소 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오너가인 대신증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번 최종심이 지배구조는 물론 기업의 역량에 미칠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양홍석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다. 어떤 제재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대 주주 지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다른 증권사들보다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 톱 5들 모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내년에는 새 수장 체제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제재 결과가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과 시그널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TV 제공]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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