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빨라진 초호황, 지속성 의구심…연초 효과 예의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채권시장이 예년보다 빠르게 호황을 맞으면서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커지고 있다. 크레디트물 전반의 가산금리(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이내 한계에 다다르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내달 추가적인 강세 재료가 없다면 반짝 호황에 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발 빠르게 조달에 나서는 곳들도 늘고 있다.
◇때 이른 초강세에 조달 속도…연말 앞두고 활황
24일 연합인포맥스 '채권 발행 스프레드 현황'(화면번호 4215)에 따르면 공사채는 이달(1일~24일)에만 4조9천266억원이 발행됐다. 아직 이번 달이 일주일가량 남았지만, 지난달(4조9천407억원) 조달량에 버금가는 물량을 이미 찍은 셈이다.
순발행 규모도 전월 대비 늘었다. 연합인포맥스 '발행 만기 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공사·공단채 순발행 규모는 지난달 2조7천502억원에서 이달 3조3천698억원으로 22.5% 늘었다.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발행된 여전채는 9조5천340억원에 달했다. 전월(5조3천270억원) 대비 78.9% 늘어난 수치다.
이 중 40%에 해당하는 3조7천920억원이 이번 주(20일~24일) 발행됐다. 이달 초부터 국고채 금리 하락이 이어지면서 은행채와 공사채에 불었던 훈풍이 최근 여전채 시장까지 번진 여파다.
순발행 규모 역시 달라진 여전채 시장 분위기를 드러냈다. 카드채는 전월 400억원 수준이었던 순발행 규모가 이달 1조1천850억원으로 늘었다. 기타금융채(캐피탈채)는 지난달 5천270억원을 순상환했으나 이달 1조9천254억원을 순발행했다.
이달 들어 크레디트물 시장이 강세로 전환하면서 조달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미국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마저 싹트면서 국고채에 이어 크레디트물도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AAA' 공사채 시장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여전채의 경우 투자 수요 확보마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발행사의 조달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수급 부담 등으로 발행 속도가 둔화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내 시장 변동성 등으로 조달이 녹록지 않았으나 이달 상황이 급변하면서 발행이 될 때 많이 해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다만 기존에 힘들었던 A급의 경우 여전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크레디트 시장에 온기가 돌았다고까지 여기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량물을 중심으로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축소되면서 A급까지 훈풍을 누릴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례로 여전채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AA급 우량 발행사조차 겨우 파(PAR) 발행을 이어가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호황기를 겨냥해 일부 우량사들이 민평 대비 두 자릿수까지 낮게 스프레드를 끌어내리면서 A급 이하 크레디트물은 투자 메리트가 생길 여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초효과 옅어질라"…국채 방향성 촉각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빨라진 호황에 연초 효과가 옅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달 시장의 때 이른 호황에 발행사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배경이다.
지난해에도 채권 시장은 연말에 강세를 맞았다.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일명 레고랜드 사태)로 경색됐던 시장이 당국의 안정 조치 등으로 회복되면서 12월에 호조를 맞았다. 이어 1월과 2월 연초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올 초 채권시장 강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는 이보다 한 달 이른 11월부터 호황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스프레드 축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터라 현재의 강세가 비교적 오랜 기간 유지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급등했던 금리가 12월부터 확 빠지면서 2~3개월 만에 강세가 끝나버렸다"며 "이후 발행시장이 꼬이면서 조달이 쉽지만은 않았는데 올해는 호황이 지난해보다 한달가량 빨리 온 데다 이 속도면 내년 초 투자 메리트가 희미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연초효과 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달 스프레드 축소 속도는 상당히 빠른 상태다. 전일 'AAA' 특수채 3년물 민평은 국고채 3년물 대비 34.2bp 높았다. 'AAA' 특수채와 국고채 간극은 9월 중순부터 꾸준히 벌어져 지난 8일 50.9bp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보름여 만에 한 달 반 동안의 상승분을 반납했다.
스프레드 축소가 한계에 다다를 경우 호황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12월 국고채 방향성을 주시하면서 추가 강세 가능성 등을 가늠하고 있다.
다만 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크레디트물의 스프레드 매력이 여전한 데다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이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고채 3년과 10년물 차이로 대표되는 기간 스프레드는 좁혀지고 있지만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여전히 벌어져 있어 가격 매력이 남아있다"며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생길 수 있는 만큼 내년에도 연초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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