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우리나라 가계대출이 주택 관련에 집중된 만큼 다른 나라와 달리 소비 진작의 효과는 미미한 반면 소득불평등만 확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황설웅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김수현 전남대학교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소득불평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론적으로 가계의 차입은 소비 진작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소비에 차질이 생긴 가계가 잉여가계의 저축을 활용해 통해 대응하고 향후 이를 상환하기 때문이다. 소비평탄화(consumption smoothing)로 경제의 총소비가 증가해 경제 주체의 총효용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영미권에서는 '존스씨 가족 따라하기'라는 관용어가 종종 사용된다. 부자 이웃이 있으면 그들의 소비를 부러워해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하고 싶어 대출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과도한 부채를 유발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 진작 효과를 낸다.
황 부연구위원과 김 교수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소비 목적이 아니라 주택으로 대표되는 비금융자산의 취득 목적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지난 2004년에서 2021년간의 전국의 5천 가구를 대상으로 한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 대출의 주택 집중이 확인된다.
특히 집값이 크게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2018년 이후에는 신규주택 구매 관련 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신규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건수는 2017년 이전에는 1천건 내외에서 등락했지만, 이후에는 2018년부터는 1천700건 내외로 급증한다.
여기에 전세자금대출, 임대보증금 등을 더하면 가계 부채의 대부분이 주택 관련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 연구위원 등은 "2006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전세자금대출도 2018년 이후 급증했다"면서 "주택마련, 임대보증금, 전세자금대출이 모두 주택 관련 부채이며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또 하나 특징은 신규주택구매용 대출 등이 고소득 가구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주택마련을 위한 신규대출 건수는 소득이 높은 가계일수록 더 증가한다"면서 "반면 최하위 분위 가계의 경우 주택마련을 위한 대출 건수는 2004년 이후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이는 대출 규제로 인해 소득이 낮은 가계는 주택을 취득하기 위한 부채도 증가시키기 어려웠음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이런 특징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 촉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중이다.
황 부연구위원은 "부채를 크게 증가시킨 고소득가계 위주로 사치재라고 볼 수 있는 사교육비와 외식비 문화비 등의 소비 비중이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서 "이는 가계가 부채를 통해 소비재원을 확보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증가한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재원이 감소하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이 비금융자산 획득을 위해 부채를 과도하게 지면서 오히려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장기적으로는 소득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부채를 통한 자산, 즉 주택의 획득이 장기적으로 고소득층의 미래 소득을 확대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가격이 대체로 상승해 온 데다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금융 소득(이자)보다 주택 임대 수익이 높은 경우가 많았던 데 기인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처한 경제 현실은 가계부채가 소비평탄화와는 무관하게 비금융자산 취득에 적극 활용됨에 따라 규모와 지속성 측면에서 이론적인 가계부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서 "과도하게 높은 부채를 유지하는 가계는 자산가격 하락, 소득 감소, 유동성 축소 등 여러 대내외 부정적 충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또 "연구는 비금융자산 취득 용도의 신규 가계부채가 발생할 경우 저소득 가계에는 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 가계는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면서 "과도한 가계부채가 재분배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jwoh@yna.co.kr
오진우
jwoh@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