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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40%를 빚 갚는 나라…집·금리의 불편한 관계

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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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R3Lqgbi8z8]

※ 이 내용은 11월 24일(금)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권용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우리나라는 주택시장과 금리의 관계가 매우 취약한 국가로 꼽힙니다. 최근과 같이 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상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미국 사례를 살펴보고 온 권용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어떤 기관을 취재하고 왔는지?

[권용욱 기자]

네, 미국 정부 사이드라고도 할 수 있는 연방주택보증공사, 지니매의 수석 부사장과 미국 최대 부동산협회인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만났고요. 민간 사이드에서 주택시장을 분석하는 JP모건의 선임 애널리스트와 실제 부동산 중개를 통해 현장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중개인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앵커]

먼저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기자]

네. 최근과 같이 금리가 크게 오를 때는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는 동시에 기존 대출의 이자 상환 비용이 많이 늘어나죠. 반대로 금리가 낮을 때는 주택담보대출의 신규 수요가 급증해 가계부채 규모를 키웁니다. 또, 가계부채 부담이 큰 국가일수록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때 적시에 내리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이 금리 정책에 영향을 받지만, 반대로 금리 정책을 옥죄는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셈이지요.

[앵커]

한국이 이렇게 문제가 되는 건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고요?

[기자]

그렇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의 전체 주담대 가운데 변동금리 잔액 비중은 절반이 넘는 56%에 달하는데요. 순수 고정금리 잔액 비중은 26%에 그치고 고정과 변동금리가 혼합된 상품은 20%를 넘어섭니다. 이런 혼합형 금리도 5년 금리 고정 뒤에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취약한 구조인데요.

말씀드린 대로 금리 상승으로 주담대를 빌린 사람들의 상환 부담이 커졌습니다. 시장금리가 지난 2021년부터 상승하면서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의 기준금리로 널리 활용되는 코픽스도 급등했는데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현재 가계 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약 40%로 추산됐는데요. 우리나라 가계 대출자들은 평균 연 소득의 40% 정도를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가계가 빚을 갚는 데 많은 돈을 쓴다면, 당연히 가구의 재정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 이것은 소비 침체 위험을 키우죠. 경제가 어려워질 때는 대출이 연체될 위험성도 커집니다.

[앵커]

미국의 경우는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고정금리 중심이라고요?

[기자]

네, 한국과 미국이 가지는 근본적인 차이가 이 부분인데요. 미국은 고정금리 비중이 90%를 넘어섭니다. 정부 지원기업이 은행들이 판매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모아서 증권화(유동화)시키는데요. 그렇게 유동화된 증권은 2차 시장이라 불리는 유통시장으로 넘어가서 거래됩니다. 이런 증권은 연방 정부가 100% 지불 보증을 하고 이에 따라 투자 안정성이 국채 만큼 높아 거래가 활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고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금리 노출에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미국은 정부가 보증한 증권으로 주담대가 다시 거래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성이 유통시장을 통해 분산되고, 그렇기 때문에 보다 손쉽게 고정금리 상품으로 주담대를 내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담대 시장에서 고정금리 비중이 크면 돈을 빌린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금리 영향을 덜 받게 되는데요. 미국에서는 고정금리에다가 만기가 30년인 초장기 주담대가 대표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앵커]

미국에서 고정금리 상품이 많이 나오게 된 것은 주택금융시장이 발달했기 때문?

[기자]

네,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요.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정부가 주담대를 유동화해서 만든 증권, 즉 MBS에 대해 100% 지급 보증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역사적인 배경도 있는데요. 미국이 원래 이렇게 고정금리 비중이 큰 나라는 아니었지만 1930년대 대공황으로 대규모 주담대 부실사태가 발생하고, 정부가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장기 고정금리가 자리를 잡게 됐고요. 고정금리 가운데서도 만기가 30년이 되는 상품은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에서 변동금리 주담대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시기가 역사적으로 두 차례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나가 1930년대 대공황 직전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이었다고 합니다.

긴 만기의 고정금리 주담대를 취급하는 데는 정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제가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는데요. 정부지원기관인 지니매의 존 겟치스 수석 부사장은 "가계가 금리 상승 때문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소비 지출이 줄어드는 것이고, 그 문제가 커지면 국가 경제를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금리 눈높이가 높아지는 오늘날 세계적인 금리 환경에서는 소비자들이 금리에 대해 보호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거의 모든 주담대가 고정금리로 이루어진 것인데,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나요?

[기자]

네, 대표적인 부작용이 지금 미국 주택시장에서 발생하고 있긴 한데요. 바로 과거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서 집을 구매한 사람들이 낮은 금리 혜택을 계속 보기 위해 새롭게 이사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새로 이사를 하려면 최근 높아진 금리로 대출받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부동산 중개인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택시장에서 주택 소유주들이 가지고 있는 주담대는 대부분 2~3년 전에 나온 것으로, 지금보다 금리를 두 배 넘게 낮은 수준에서 돈을 빌렸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이사를 가려 하지 않으니 주택 매물이 크게 줄었고요. 이런 수급 요인 때문에 최근 미국 주택가격은 전국적으로 크게 오르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 지표인 지난 8월 미국의 주택가격지수는 2.6% 오르며 역사상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집값이 이렇게 오른 게 결과적으로 주담대 고정금리에서 비롯된 건데요. 하지만, 제가 만나본 부동산 관계자들은 모두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 하나의 부작용으로 보지, 고정금리 주담대를 없애거나 줄여야 하는 문제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JP모건의 무랏 타스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아무리 사람들이 예전의 낮은 금리에 묶여 있고 싶어 해도 결국 가족 규모가 바뀌거나 은퇴를 하거나 등의 이유로 이사를 해야 할 때가 온다"고 보고 있는데요. 주담대 금리가 10월 말에 30년 고정금리 기준으로 8%에 육박하다가 조금씩 내려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금리가 조금만 내려오면 2~3년 전의 대출 상품에서 빠져나와 새롭게 대출받아야 하는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이렇게 새로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고금리 부담을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일시적으로 임대로 돌아서는 방식들을 통해 대안을 찾을 것으로 타스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예상했는데요.

고정금리 주담대 때문에 기존의 집 주인들이 집을 안 판다고 했었잖아요. 전미부동산중개협회 같은 경우에는 이런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줬습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있는 로런스 윤씨는 협회가 공실률이 높은 일부 상업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바꾸기 위해 로비를 늘리고 있다고 했는데요. 상업용 건물주들에게 세제 혜택이나 건물 개조 비용 지원을 해주면 주거 목적의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고정금리 주담대가 가지는 단점에 비해 장점이 훨씬 크다고 보고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부에서는 금리가 내려갈 때는 고정금리 주담대가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는데요, 미국에서는 금리가 내려갈 때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는 관행이 매우 발달해 있다고 현지 중개인들이 강조했는데요.

그것을 리파이낸스 시장이라고 하는데, 별도의 시장이 있을 정도로 금리가 하락할 때 고정금리 주담대를 갈아타는 게 매우 일상화돼 있다고 합니다.

[앵커]

네, 한국에서도 고정금리 주담대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요.

[기자]

네, 한국 금융당국은 이달 초순이었죠. 은행들이 장기 만기의 고정금리 주담대를 적극적으로 취급하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은행별로 고정금리 대출 실적을 예금보험료 차등평가에 반영하기로 했고요. 현재 한국에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커버드본드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시중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있어서 고정금리 주담대를 늘리는 게 소비자들에게 어떤 큰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이런 시점에서라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려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앵커]

네, 미국에서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고요.

[기자]

네,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모두 한국 정부가 지급보증 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고정금리 주담대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는데요. 한국에서는 현재 주택금융공사가 미국의 정부지원기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유동화 증권 발행 규모가 크지 않고 유통시장에서 시장 수요도 크지 않은데요.

물론 당장 고정금리 비중을 크게 키우기는 쉽지 않겠지만, 고정금리 주담대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확대해가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30년보다 10~15년 고정금리 주담대부터 은행들이 취급하도록 유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금융연구원은 이렇게 중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늘려가거나, 빌린 사람들이 5년 고정금리 주담대를 주기적으로 차환해서 결과적으로 금리 고정 기간이 길어지는 방식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권용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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