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채·은행채 숨 고르기…수급 우위 지속, 연초 물량 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크레디트물 강세가 이어진 지 한 달도 채 안 돼 분위기가 또다시 달라지고 있다. 공사채와 은행채 등 우량물을 중심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를 가파르게 축소했던 터라 한계점에 비교적 빠르게 다다랐다는 평가다.
아직 스프레드 매력이 남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는 홀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 등이 많지 않은 터라 수급 측면의 우위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지만 연초 회사채 등 발행이 다시 늘어날 것이란 점에서 여전채 또한 이후 스프레드와 수급 부담의 이중고가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사채·은행채 약세 전환…가파른 강세에 빨라진 변화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공사채 입찰을 통해 2년물 1천억원을 동일 만기 민평금리 대비 3bp 높게 찍기로 했다. 한동안 공사채 발행이 민평보다 낮은 스프레드로 이어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공사채는 이달 강세를 이어갔다.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소멸했다는 전망이 강해지자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여파다. 이에 공사채는 물론 은행채와 여전채까지도 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국고채 금리가 박스권 움직임을 이어가는 데다 크레디트물의 스프레드 매력도 주춤해지면서 다른 기류가 드러나고 있다. 크레디트물의 경우 지난 몇 주간 빠르게 스프레드를 축소했던 터라 금리 매력이 금세 한계치에 다다랐다.
이에 지난 24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년물을 민평 수준으로 발행한 데 이어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민평보다 높은 스프레드를 형성했다.
유통시장에서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졌다.
연합인포맥스 '유통종합-일중'(화면번호 4133)에 따르면 전일 거래량 100억원 이상의 공사공단채 대부분이 민평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통됐다. 인천도시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토지주택채권, 한국철도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채권 등이 대상이었다.
다만 만기가 4.5년 이상 남은 중소벤처기업진흥채권과 한국전력공사는 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거래됐다. 비교적 만기가 긴 구간의 경우 스프레드 매력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고양도시관리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이보다 잔존 만기가 짧았지만, 언더로 거래됐다.
은행채 역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전일 거래량 100억원 이상의 유통물을 살펴보면 연내 만기를 맞는 물량 이외에는 대부분 민평보다 높게 거래됐다. 일부 채권만이 민평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일 신한은행은 1년물 2천700억원을 2영업일 전 동일 만기 민평보다 0.1bp 높게 찍기도 했다. 뒤이어 이날 6개월물 2천억원을 민평보다 0.2bp 낮게 찍었다.
업계 관계자는 "크레디트물이 이달 들어 빠르게 스프레드를 축소하면서 최근 공사채와 은행채 인기가 한풀 식은 모습"이라며 "특히 2년물 스프레드가 매력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전채 나 홀로 강세 지속…수급 우위 효과 톡톡
여전채는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사채와 은행채 등 'AAA' 초우량물 대비 스프레드가 더 벌어졌던 터라 비교적 강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전일 AA급 여전채는 여전히 민평보다 두 자릿수 낮은 스프레드로 발행을 이어갔다. 'AA+' 현대캐피탈과 신한카드, 'AA-' 농협캐피탈은 물론 메리츠금융지주 보증으로 'AA' 등급을 인정받은 메리츠 캐피탈도 대상이 됐다.
여전채는 발행 전 이미 투자자 모집을 마친다는 점에서 지난주까지 두드러졌던 강세 분위기가 일부 반영됐겠지만, 여전히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여전채는 공사채와 은행채에 비해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받기 때문에 시장 호황에도 이들보다 한차례 늦게 온기를 맞았다. 이에 아직 스프레드 매력이 남아있어 아직 강세 여력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여전채도 스프레드 축소 속도가 빠르다. 공사채와 은행채가 반짝 강세를 맞은 후 숨 고르기에 돌입한 것 역시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된 여파였던 만큼 여전채 시장 분위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아직 여전채 투자 수요가 온전히 들어오지 않은 만큼 당분간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 관측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가 선발대로 여전채를 담은 후 이제 레포 펀드와 채권형 ETF, 금고 등이 순차적으로 물량을 담고 있다"며 "아직 퇴직연금 자금이 유입되지 않은 터라 뒷단의 수요까지 염두에 두고 굉장히 강하게 발행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연말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량이 줄어든 터라 수급 측면의 우위 또한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초 발행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이후에는 수급 및 스프레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여전채는 부동산 PF 문제와 여전히 얽혀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꺼릴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물건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고는 있는 상황"이라며 "1월 회사채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체재가 많아지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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