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gvAO880B2F8?si=omXq3DPbPC9yVXZ_]
※ 이 내용은 11월 27일(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남승표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최근 주식시장에서 거의 외면받다시피 한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건설업이죠. 올해 봄부터 살아나는 듯했던 주택경기가 다시 가라앉으면서 건설업계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몇 년 만에 최대 파산이라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는데요, 대형건설사는 대형사대로, 중견건설사들은 중견사대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남승표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남승표 기자]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건설업계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본력이 있는 대형, 중견 건설사는 어떻게 버티고 있지만 중소 건설사는 속절없이 문 닫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에 따르면 올해 들어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496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7곳보다 67.0% 늘었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 가 보면 지난 2006년 530건 이후 가장 많습니다. 물론 폐업하는 숫자보다 더 많은 건설사가 신규 등록을 하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 건설업의 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만, 폐업 규모가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앵커]
건설업계의 폐업신고가 이처럼 증가한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여러 가지 이유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먼저 주택미분양을 보면, 전체 숫자는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렵지만 분포지역이 주로 지방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본력이 약한 지방건설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 미분양에 따른 타격이 큽니다. 그리고 미착공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이 미치는 영향도 수도권보다 지방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방 시장의 부동산 수요가 수도권보다 약하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미착공 PF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착공전환이 수도권에 비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원자재, 인건비 등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해소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통계청의 건설공사비 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121.80에서 2021년 138.89, 2022년 148.56, 2023년 153.67 등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2020년과 2023년을 비교해보면 4년 새 공사비가 26%나 올랐습니다. 공사비 인상을 해소하려면 발주처와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 보통 계약을 체결할 때 공사비 증액에 대한 제한 등을 거는 경우가 많아 쉽지 않습니다. 대출을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려 해도 금리가 작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상승하다 보니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폐업을 택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건설업계의 처지가 안타깝습니다. 돌파구가 없을까요?
[기자]
건설산업의 위기를 들여다보면 결국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보입니다. 건설산업은 조선업과 함께 대표적인 수주산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의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이런 경기 변동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정적인 먹거리를 찾는 곳들이 늘고 있습니다.
중견 건설사 중에서 이런 곳들을 찾아보면 코오롱글로벌이 눈에 띕니다. 코오롱글로벌의 최근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 3조4천억 원에서 2020년 3조9천억 원까지 늘다가 2021년 2조7천억 원, 2022년 2조6천억 원, 올해 3분기까지 1조9천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원인은 주택경기 변동이죠.
[앵커]
코오롱글로벌은 자동차가 분리되면서 먹거리가 줄어든 영향도 있겠네요. 그래서 어떤 대안을 찾고 있습니까?
[기자]
코오롱글로벌이 선택한 대안은 육상 풍력발전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경주 1단계 풍력발전 사업에 지분참여하면서 풍력에 첫발을 디딘 후 경주, 태백 가덕산, 양양, 평창 등 국내 34곳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운영하거나 설립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육상 풍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상풍력까지 진출해 지난해 완도 장보고 해상풍력발전 허가를 받았습니다.
[앵커]
풍력 발전 공사가 주택을 대체할 만큼 사업 규모가 큰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이 풍력이나 환경플랜트 쪽을 키우고 있지만 비주택 수주규모가 아직 주택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다만 올해는 비주택 수주규모가 9년만에 주택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고는 합니다.
[앵커]
그러면 풍력발전이 주택의 공백을 채우지는 못하는 것이 아닌가요?
[기자]
매출만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코오롱글로벌은 풍력발전 공사뿐만 아니라 운영까지 참여하기 때문에 매년 풍력발전에서 생기는 이익을 배당으로 챙길 수 있습니다. 이게 2027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5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간 500억 원의 이익이 추가되는 것인데 웬만한 분기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코오롱글로벌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1천200억 원에서 1천800억 원을 오갔으니까 이익 측면에서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셈입니다.
[앵커]
다른 사례는 또 어떤 것이 있습니까?
[기자]
환경산업으로 주력 업종을 전환하려는 건설사도 있습니다. 바로 SK에코플랜트인데요, 아직은 매출이나 이익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만, 전사적으로 환경업으로 전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5월 사명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바꿨습니다. 지난 3분기보고서를 보면 전체 매출액 6조5천138억 원 중 환경과 에너지 매출액이 2조2천845억 원으로 35%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가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진출한 게 3년 정도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업종을 전환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환경분야는 폐기물 처리, 자원 재생 등 규제가 강하고 주로 중소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대기업 진출이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최근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업 진출 3년의 성과를 담은 자료를 냈습니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국내 환경자회사는 2020년 1개에서 2023년 24개로 늘었고, 1천295개의 수 처리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연간 11억700만톤, 쉽게 말하자면 서울시 연간 수돗물 사용량에 버금가는 하수와 폐수 처리량입니다. 소각 사업부문에서는 일반과 의료를 포함해 연간 40만톤으로 연간 국민 약 117만명이 내놓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앵커]
상당히 빠른 기간 내에 환경 사업에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비결이 있습니까?
[기자]
SK에코플랜트에서 환경 사업을 이끌고 있는 권지훈 대표가 최근 사내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다수의 연관업체를 인수하는 볼트온 전략이 배경입니다. 볼트온 전략이란 기업을 인수한 뒤 유 사업체를 연이어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0년 환경시설관리(EMC)를 인수한 것을 시발로 24개 회사를 연이어 인수했습니다.
환경업 진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요, 환경업의 사회적 가치가 고조된 데다 산업의 성장성 대비 이를 끌고 갈 리더십을 지닌 회사가 부재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SK에코플랜트가 진출할 때 겪어야 할 경쟁의 강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앵커]
단기간에 급격하게 새로운 분야에 진출한 부작용 같은 것은 없습니까?
[기자]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업 분야 진출에서 볼트온 전략을 구사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여기에는 아무래도 상당한 자금부담이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신용평가가 SK에코플랜트의 인수합병 관련 공시를 정리한 자료를 보면, 국내외 14개사 인수합병에 들어간 금액만 2조6천642억 원입니다. 자회사를 통한 차입까지 포함하면 4조 원이 훌쩍 넘어섭니다. 연결기준으로 살펴보면 2012년말 3조4천억 원이던 총차입금은 올해 3월 기준 5조4천억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부채비율도 200% 수준으로 지난 2021년 570%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한신평은 SK에코플랜트가 단기자금 소요에 대응한 현금성 자산과 여신한도를 확보한 데다 회사채 만기도 잘 분산돼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탄력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재무부담은 있지만 유동성 우려는 낮다는 이야기로 풀이됩니다.
(연합인포맥스 기업금융부 남승표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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