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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판매' 은행권 이어 증권사 7곳으로 조사 확대…쟁점은

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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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대규모 손실 위기에 놓인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두고 금융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국은 은행, 증권 등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나서 상품 선정과 판매 절차가 적정했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번지지 않을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KB국민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하나·신한·우리·NH농협 등 주요 판매 은행들에 대해서도 서면조사 방침을 세웠다.

증권사 중에서는 주요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7곳을 대상으로 서면조사에 나섰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통상 3년) 때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으로, 미리 정한 수준보다 가격이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ELS의 계약 시점은 2021년 상반기다.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는 2021년 초 10,000∼12,000에 이르다가 현재 6,000대로 급락했다.

지수의 반등 없이는 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가운데 8조4천100억원 상당이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H지수가 현 수준에 머무른다면 내년 상반기에만 3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의 H지수 ELS 판매잔액은 약 3조5천억원 상당으로, 은행보다는 판매 규모가 작지만 내년 상반기에 대부분 만기가 도래해 은행권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금감원이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로도 조사를 확대하면서 금융투자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H지수의 높은 변동성과 ELS 투자 위험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은 H지수 ELS의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불완전 판매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사전에 판매사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내부통제 부실 여부 등을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 선정과 판매 절차가 적정했는지 살펴보고 불완전 판매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 판매회사의 임직원이 투자권유를 하면서 투자 성향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하거나 위험도 및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경우 등을 위법한 판매 행위, 즉 불완전 판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ELS 특성상 불완전 판매 정황을 잡아내기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ELS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데다 이번 H지수 ELS의 손실 위기는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중국 경제의 침체에 따른 것이어서 판매사의 책임을 어디까지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금융사기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ELS는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미리 정한 기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주고 그 이하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해를 보는 상품이라 비교적 구조가 단순하다"며 "고령층 등 투자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투자를 권유했다면 적합성 원칙 등에 위배돼 문제가 되겠지만, 통상적으로 ELS는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에 따른 책임이 인정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사건에 주력하는 또 다른 변호사는 "위험이 임박했는데도 속이고 말해주지 않고 괜찮다고 하거나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거짓 설명을 하는 경우, 소극적으로 주요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 경우 두 가지 다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도 판매자가 법에서 정한 설명 의무를 다 이행했을 때 생기는 것"이라며 "다만 현행법은 은행 등 판매사로서도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가지고 책임을 묻고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판매사들은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위험을 충분히 설명·녹취하고 가입 의사를 추가 확인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LS는 만기 후 비슷한 상품으로 롤오버해 재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다수"라며 "H지수가 출렁일 때마다 불완전 판매 논란이 반복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자기책임 원칙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d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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