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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관 부상한 '홍콩 ELS'…국민銀은 어쩌다 8조 어치 팔았나

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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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사태 이후 파생상품 판매 상대적 자유가 '발목'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국민은행 제공]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전경 본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연계 주식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장 많은 잔액을 보유 중인 KB국민은행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권 전체가 판매한 ELS 잔액 중 절반을 보유 중인데, '반토막'난 홍콩 H지수가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향후 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들과 달리 라임펀드 등 불완전판매 이슈에서 홀로 벗어나 있었던 점이 오히려 ELS 판매 확대로 이어진 측면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 ELS 판매 절반 떠안은 국민銀…3조 손실 우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지난 8월 말을 기준 20조5천억 수준이다.

이 중 은행을 통해 판매된 잔액은 16조2천억원이다. 사실상 전체 금융권 중 지점 영업망이 가장 튼튼했던 만큼 은행권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은행권 전체 판매 잔액의 절반이 국민은행(8조2천억원)이라는 점이다.

신한은행(2조3천700억원)과 하나은행(2조1천800억원), NH농협은행(2조1천300억원) 등 경쟁 시중은행들과 비교해도 국민은행은 거의 4배 많은 ELS를 팔아치웠다.

문제는 홍콩 H지수 하락세에 내년 상반기에만 최대 3조원에 이르는 원금 손실이 예상된다는 데 있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 상품 규모를 약 8조4천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만기도래 비중은 은행별로 판매했던 비중과 유사하다. 전체 잔액의 절반가량을 팔았던 국민은행이 4조7천726억원의 만기를 맞는다. 특히, 국민은행은 하반기에도 1조9천800억원 규모의 추가 만기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농협은 1조4천833억원, 신한은 1조3천766억원, 하나는 7천526억원, 우리은행은 249억원 수준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도래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 중 이미 5조원에 육박하는 잔액에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판매가 집중됐던 지난 2021년 초만 해도 홍콩H지수는 줄곧 1만2천선을 유지하다가 이후 내림세를 지속, 최근에는 6천선대로 급락했기 때무니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2021년 홍콩H지수가 고점을 찍었을 당시 가입했던 가입자들이 만기를 맞는다. ELS의 만기는 통상 3년이다.

내년 초 손실 예상 규모가 라임펀드 피해액인 1조6천억원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라는 점과, 향후 추가 만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ELS에 대한 경계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 사모펀드 사태 무풍지대가 오히려 '독'…금감원 현장조사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판매 현황이나 민원 대응 과정, 고객안내 절차 준수 여부, 본점 판매 현황, KPI와의 연계 현황 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국민은행이 ELS 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는지, 홍콩 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부터 원금 손실이 상대적으로 큰 '녹인형'(knock-in)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았던 배경 등도 살피고 있다.

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이번 ELS 사태의 중심이 서게된 역설적인 배경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은행권은 2019년의 독일 국채 금리연계 파생상품 사태와 2020년 라임펀드 사태로 '불완전판매'의 리스크를 직접 체감했던 전례가 있다.

독일 국채 금리연계 파생상품의 경우 천억원대 손실을 내면서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고위험 파생상품의 판매 한도를 설정하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규모가 가장 크다 보니 한도 또한 가장 넉넉하게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벌어진 라임펀드 사태로 궁지에 몰리면서, 은행권 내부에선 당분간은 고위험 상품 판매는 최대한 자제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이 두 사건을 유일하게 비껴간 은행이었다.

그렇다 보니 고위험 파생상품을 팔 수 있는 한도는 충분한 상황인데, 불완전판매 이슈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보니 오히려 중위험·중수익을 표방하는 ELS 상품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민은행이 판매한 ELS의 경우 녹인형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미 불완전판매 이슈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경쟁 은행들의 경우 ELS를 팔더라도 '녹인 베리어'가 없는 ELS를 주로 팔았지만, 이를 피해갔던 국민은행의 경우 더 위험한 ELS를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시 소비자보호 이슈에서 홀로 벗어나 있었던 점이 오히려 ELS를 늘리는 계기로 작용했던 측면이 있다"며 "다만, 당시엔 홍콩H지수에 이 정도로 문제가 생길 것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 회복 가능성 '제한적'…은행권, 판매중지 검토

ELS 손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의 ELS 상품 취급에 대해 불완전판매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집중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면서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뿐 아니라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기 진행하는 정기 검사에서 ELS 불완전판매 부문을 점검할 계획이다.

신한·우리·NH농협 다른 은행들도 ELS 상품과 관련해 금감원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홍콩 H지수 수준을 고려했을 때 향후 회복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상반기 당시보다 50%가량 하락한 상태인데, 지금보다 H지수가 30%가량 오르지 않으면 3조원대가 넘는 원금 손실이 우려된다.

홍콩 H지수에 문제가 생기면서 시중은행들은 관련 상품과 관련해 보수적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초부터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상품 일체의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상황에 따라 판매 중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은행권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를 직접 염두에 두고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판매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불완전판매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CI

[KB국민은행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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