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권 현장점검서 문제 다수 적발
주담대 금리 안정화에도 "은행 노력으로 보긴 어려워"
"가계대출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지속 관리"
한계기업 중심 신용위험평가 강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 현장점검에 나선 결과 규제 준수와 여신심사 적정성 등에서 다수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 내에선 대출상품의 중요 변경 사항에 대한 사전심사에 소홀했던 것은 물론, 가계대출 확대를 독려하는 쪽으로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관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아울러 규제 완화의 빈틈을 활용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우회하려던 시도도 다수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우선 연내 적용될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 제도 등을 활용해 향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 50년 만기 주담대, 위원회 심사없이 부서장 전결 처리
금감원은 30일 가계대출을 취급ㅎ는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 8월부터 3개월가량 진행된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최장만기 확대가 DSR 한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에도 상품위원회의 심사 없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출시 등의 문제를 부서장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은행들은 리스크부서와의 합의 절차를 밟았지만, 협의 자체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뤄지거나 영업부서의 의견이 우선시되는 등의 문제가 나왔다.
특히 다수 은행에서 최장만기 변경 목적을 '영업경쟁력 제고'로 명시하고 있었는데, 금감원은 이러한 행태가 만기 확대를 통해 DSR 제도를 우회하려는 의도였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은 "다수의 은행이 가계대출 확대가 성과와 비례하는 KPI를 설정하고 있었다"며 "일부 은행은 그 결과를 인사보상과 연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DSR 규제의 빈틈을 공략하려는 시도들도 많았다.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을 생활안정자금을 주택담보대출로 대환할 경우 DSR 한도가 확대된다는 점을 영업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5~10년의 만기가 적용되지만, 주담대는 최장 40년까지 적용돼 DSR 한도가 약 2.2배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 결과를 향후 제도개선에 참고할 계획이다.
특히, 금감원은 최근 가계대출 금리가 안정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은행권의 자발적인 취약차주 지원 노력을 주된 요인으로 보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은행권 자체의 노력보다는 시장금리 하락 추세가 더 큰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11월 들어 주담대 금리는 하향 안정화 추세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중단 기대감에 따라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점이 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71%였지만, 11월 셋째주에는 4.37%까지 30bp 이상 하락했다.
◇ "12월 가계대출 감소세"…주담대 금리 신용대출 하회
금감원은 최근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향후 가계대출이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취급계획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12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11월에 이어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엔 가계대출 관리 조치가 강화되고 있는 점과, 최근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가 중단된 점, 주택거래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이 맞물려 영향을 줬다.
특히, 12월에는 연말 성과급과 결산에 따른 상각 등이 신용대출 등의 감소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이날 진행된 은행·중소서민 부문 기자설명회에서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와 은행권이 준비 중인 상생금융안이 향후 대출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는 최근 금리 동결로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데 더해, 상생안이 이자부담 감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향후 낮아진 금리가 대출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이준수 부원장은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어느 정도 떨어질 것인지가 중요한데 폭이 가파를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통화당국 또한 가계부채 문제 등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따.
이어 그는 "상생금융은 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가기 보다는 취약계층 등의 기존 대출을 조금씩 줄이는 쪽으로 가는 쪽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며 "정책 목표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화롭게 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이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아졌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도 선을 그었다.
비교의 기준이 되는 은행 홈페이지 대출금리 하단은 우대금리를 최대치로 적용한 것으로, 대출금리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게 금감원의 주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 실제 취급된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6.81%)의 경우 주담대(4.56%) 대비 여전히 2.6%p 높다.
또 신용대출 금리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취약 차주 지원을 위한 저신용자 상품 등이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 "기업대출 우려도 크지 않아"…한계기업은 관리
지난 9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1천843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8%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이 같은기간 5.7% 늘어난 1천291조8천억원 수준이었고, 제2금융권이 2.5% 증가한 551조5천억원이었다.
금감원은 회사채 시장의 부진과 영업실적 하락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수요 증가, 배터리 등 신사업 관련 투자 수요가 몰린 점잉 기업대출 증가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대기업 중심으로 은행대출이 늘어난 데다, 금융권 리스크 관리 강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기업대출 증가세는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정된 금융자원이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한계기업 등에 대해서는 엄정한 신용위험평가를 기초로 여신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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