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정필중 기자 =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신탁) 상품을 통해 운용자금을 굴리던 일반 법인 고객들이 증권사로 향하던 발길을 끊고 있다.
그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와 상장지수펀드(ETF)로 흘러가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법인 고객 자금을 자산운용사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증권사들의 위기의식도 높아졌다. 그만큼 채권시장에서 MMF와 ETF가 미치는 영향도 커질 전망이다.
◇랩·신탁 대안 찾아라…법인고객 잡으려는 증권사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증권사는 지난달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경영 실적을 돌아보고 내년 먹거리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랩·신탁 문제를 다루는 시간도 가졌는데, 이때 그 뒤처리 방법보다도 랩·신탁 시장이 사라지면 앞으로 증권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주로 언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들은 랩·신탁을 이용하던 법인 고객 자금이 끊기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 랩·신탁은 법인 고객의 단기 운용자금을 받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담는 만기불일치(미스매칭) 전략을 활용했다. 저금리 시기에 통했던 만기 불일치 전략은 금리가 갑작스럽게 급등하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법인 고객들의 환매 요청조차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랩·신탁에 대한 신뢰는 뚝 떨어졌다.
증권사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올해 9월 말 101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8조7천억원)보다 50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증권사에 예치된 채권형 금전신탁 규모도 79조7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20조원 쪼그라들었다.
증권사 한 담당 임원은 "랩·신탁 쪽으로 법인 고객 자금이 안 들어오고 MMF나 ETF로 넘어가고 있다"며 "자산운용사는 제일 혜택을 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도찮은 반사효과…ETF로 랩·신탁 운용하려는 문의도
MMF와 ETF 시장은 랩·신탁 사태 반사효과 등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금융기관 수신고(화면번호 4940)에 따르면 작년 말 151조원을 기록한 MMF 수탁고는 올해 11월 말 기준 191조원을 기록했다.
ETF 총 순자산은 지난달 말 기준 119조5천162억원으로 올해에만 총 37조원 증가했다. 그중 채권형 ETF와 금리형 ETF에서만 26조 원 넘게 늘어났다.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자산운용사 한 담당자는 "증권사 신탁보다 MMF 이용하는 빈도가 이전보다 확실히 많이 늘었다"며 "현재 커브가 많이 드러누워 있어 MMF로 놔둬도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는 것보다 하루마다 받는 이자가 오히려 더 나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 다른 담당자도 "랩·신탁 위축으로 가장 크게 수혜를 본 곳이 MMF"라며 "장부가 평가라는 장점과 함께 환매도 쉬운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랩·신탁 부문에서 ETF를 활용해서 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예를 들어 만기매칭형 ETF를 산 뒤 이를 담보로 일으킨 환매조건부채권(레포)으로 다시 CD금리 ETF나 회사채 ETF를 사는 식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다.
ETF는 중도 환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는 장점이 있다.
자산운용사 또다른 담당자는 "증권사 랩·신탁 쪽에서 ETF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기존 장단기 미스매칭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다 보니 그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일드(수익률)가 높은 회사채 ETF 등은 평가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CD금리 ETF는 변동금리라서 이것보단 높은 확정금리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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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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