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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연의 뉴욕전망대] 美 GDP 5.2%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들

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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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달 29일 발표된 올해 3분기(7~9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연율로 5.2%였다. 놀라울 따름이다. 5.0%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도 웃돌았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경제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GDP가 자본주의 진영의 최고 발명품인 이유

1년간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총량 가치를 측정하는 GDP는 경제학 부문에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GDP가 자본주의 진영이 대공황을 극복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GDP는 분명히 획기적인 도구다. 생산을 늘리면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늘어 나는 원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설명한다.

대부분 나라가 생산이 곧 복지이고 선이라는 개념으로 경제정책을 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정책 모형을 고수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성적도 성장률 등 경제 지표로 평가됐다. 성장률 위주의 경제정책 덕분에 국민의 소득이 선진국 문턱에 육박한 것도 사실이다.

GDP는 러시아계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 1901~1985·사진)가 도입한 개념이다. 쿠즈네츠는 1901년 사회주의가 태동했던 러시아 제국에서 태어나 1985년 자본주의 본진인 미국에서 생을 마감한 경제학자이면서 통계학자였다. 그는 GDP라는 개념을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쿠즈네츠 곡선을 통해 경제 성장과 불평등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쿠즈네츠 곡선은 경제 성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불평등이 감소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된다.

그는 "'보다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성장시키려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사이먼 배출한 미국은 재정 지출로 위기 극복

사이먼은 GDP가 성장을 통한 복지에 기여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한계를 가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인식했다. 그는 GDP라는 개념을 발명한 지 30년 만인 1964년 성장의 양과 질, 비용과 이익, 단기와 장기 이익을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GDP의 한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보다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성장시키려는 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GDP에 반영되는 양적인 성장에만 경도되지 말고 삶의 질도 챙기라는 게 그의 경고였다.

사이먼을 배출한 국가답게 미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 시절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며 경제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당시에는 GDP를 구성하는 가계의 소비도, 기업의 투자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외 균형을 의미하는 경상수지는 되레 GDP를 갉아먹는 구조인 탓에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제외하고는 기댈 언덕이 없었다.

대부분 미국에서 공부한 우리나라 경제 관료와 학자들도 그동안 유독 GDP라는 개념을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GDP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고 국민들의 삶도 윤택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20세기의 우리 경제를 보면 맞는 말이었다. 국내 대부분의 주요 언론은 GDP 성장률이 하락하면 곧 해당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연결해서 집중포화를 퍼붓고는 했다.

팬데믹 이후 한국은 어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경제기구는 한국이 세계에서도 독보적일 정도로 탄탄한 재정 건전성을 가진 독일보다도 재정이 튼튼하면서 재정을 너무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수출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 등 대외균형 중심으로 성장률을 견인했던 국가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가계의 소비보다는 정부의 재정 지출이 훨씬 승수 효과가 높은 모델이라는 점이 여러 차례에 걸쳐 입증된 국가이기도 하다.

튼실한 재정을 두고도 제 몫을 못 한 탓에 어려움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팬데믹 기간에 되레 삶이 질이 높아진 미국 하위 소득 계층 국민들과 너무 대비되는 모습이다.(뉴욕특파원)

neo@yna.co.kr

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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