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1주=소액주주 1주…금융지주 중 유일한 PBR 1배 이상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메리츠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넘는 기업 가치 평가를 받는다. 은행금융지주 대다수의 PBR이 0.4 배를 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보험 금융지주를 향한 고평가는 사뭇 신선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주환원율에서 답을 찾는다. 그리고 이는 시장의 트렌드를 역행하며 만들어낸 지배구조가 있기에 가능했다.
◇ 은행지주 넘어선 시총·PBR·ROE 그리고 주주환원
4일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상에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경제계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수상은 조 회장의 '믿을맨' 김용범 부회장이 대신했다.
이번 수상은 '통합 메리츠'가 탄생한 지 1여년이 채 되지도 않은 시점에 전문가들로부터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11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자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한 메리츠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 올해 4월 통합 메리츠로 새롭게 출범했다.
당시 시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시작을 크게 반겼다. 통합 메리츠는 출범 첫날부터 시가총액 10조 원에 육박하며 우리금융지주를 가뿐히 제쳤다. 현재는 하나금융지주와의 시가총액 차이가 5천억 원 수준에 불과할 정도까지 성장했다.
통합 메리츠는 출범 첫해 당기순이익 '2조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조7천997억 원이다.
올해 누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3.1%다. 보수적인 은행은 차치하더라도, 공격적인 금융투자업계조차 꿈의 숫자로 두 자릿수 대 ROE를 이야기하는 현실에서 30%를 웃도는 ROE는 국내 금융지주가 가져보지 못한 숫자였다.
1배가 넘는 높은 PBR을 들어 혹자는 고평가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 저평가된 국내 은행금융지주와 비교한 상대적인 평가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통합 메리츠는 출범과 동시에 그룹 연결 순이익의 50%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50%는 국내 상장 은행금융지주는 물론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비교해도 손꼽히는 수준의 주주환원율이다. 이를 두고 미국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주주환원 정책을 환영하는 서신을 보내 회자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간다면 앞으로도 30% 넘는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향후 2년간 매년 1조 넘는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진행된다면 34% 수준의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ROE와 주주환원율이 높을수록 PBR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주가 프리미엄은 정당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주주 1주 = 소액주주 1주' 동일시한 조정호
"승계는 없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득의 방향성은 항상 같아야 한다"
통합 메리츠 출범은 조정호 회장의 경영 승계 포기라는 통 큰 결단에서 출발했다. 당시 조 회장은 경영 효율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골몰했다고 한다.
지난 4월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그룹 내 기존 상장 3사 중 메리츠금융지주만 남기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상장 폐지한 후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 '원 메리츠(One Meritz)'를 만들었다.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쪼개기 상장'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두고 당시 자본시장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76%(지난해 말 기준)에 육박했던 조 회장의 지분율은 47%대로 떨어졌다. 조 회장은 자신의 지분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감내하며 조직의 파이를 키우는 선택을 했다.
이는 평소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가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조 회장의 신념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한다. 대주주나 개인투자자 모두 한 주의 주식에서 같은 이득을 누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4남 1녀 중 막내였던 조 회장은 그렇게 가업의 승계를 내려놓으면서 100년 기업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한진그룹에서 가장 뿌리 깊은 기업을 만들게 됐다.
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한진그룹 계열사를 조 회장이 물려받아 독립한 것은 2005년의 일이다.
그 시절만 해도 한진그룹에서 금융을 떠올리는 이는 없었다. 대한항공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디뎠지만, 증권과 보험을 오가며 일찌감치 금융인으로서의 경력을 쌓아온 조 회장은 2005년, 계열분리를 선택한다.
당시 동양화재와 한진투자증권의 자산은 3조3천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보험과 증권, 종금을 더해 2011년 메리츠금융지주를 설립했다. 국내 첫 보험금융지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지금 메리츠금융지주는 100조원의 자산을 보유하며 30배 넘게 성장했다.
◇ 전문경영인 '김용범·최희문' 내세운 조정호의 용인술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는 증권의 중간배당을 단 8영업일 만에 마무리했다. 자회사 3곳이 모두 상장사였던 시절에는 6개월 이상 걸렸던 자본의 재배치가 극상의 효율을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은행지주와 동일한 지배구조로의 개편을 통해 효율적인 자본 배분과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다른 회사가 한 달 걸리는 일을 일주일 안에 해내고 있는데도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게 현재 통합 메리츠 내 분위기다.
이처럼 효율성을 강조한 지배구조와 소통 체계는 조 회장의 철저한 성과주의와 믿고 맡기는 경영 철학의 결과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조 회장은 일찌감치 김용범과 최희문이라는 마켓 무버를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워 이들에게 10년 가까이 회사를 맡겼다. 그는 이들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오랜 시간 업계 5위권이었던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이 이끌기 시작한 2015년 이래 꾸준히 성장하며 올해 3분기 처음으로 삼성화재를 넘어선 당기순이익으로 업계 1위를 탈환했다.
만년 10위권 밖을 맴돌던 메리츠증권 역시 최희문 부회장 체제에서 매년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며 현재 업계 6위권까지 도약했다.
자본시장은 물론 메리츠 조직의 상징 같은 존재감을 뽐내던 김용범·최희문 부회장은 최근 인사에서 지주로 자리를 옮겨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
김 부회장의 자리는 김중현 부사장이, 최 부회장의 자리는 장원재 사장이 물려받았다. 김 부사장과 장 사장은 전문경영인의 세대교체 주역으로 숫자로 메리츠의 성과를 새롭게 증명하게 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지주는 독특하다. 지배구조부터 의사결정까지 국내 금융회사로는 보기 드문 길을 가는 그룹"이라며 "금리 구조만 생각하더라도 보험과 증권의 보완성이 좋다. 여느 오너가와 달리 일찌감치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결단이 지금의 금융지주가 가능하게 된 결정적인 키"라고 평가했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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