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열린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12.5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SK그룹의 수뇌부 교체는 사실 몇 달 전부터 예고됐다.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데다, 그룹 존속 차원에서도 차세대 리더십이 시급하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인식은 그간 은연중에 드러났다.
7일 SK그룹은 현재 SK㈜와 SK수펙스추구협의회,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의 부회장에 대한 직무를 해제하고 신규 최고경영책임자(CEO) 7인을 변경 또는 선임하는 인사 및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 예고된 칼바람…준비된 후임들의 등장
최태원 회장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돌연사)의 위험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4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경영진에도, 또 젊은 경영자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의 '서든 데스(돌연사)' 발언은 사실 지난 10월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16년에도 신사업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서든 데스'를 언급하며 최고 경영진을 교체한 바 있다.
이번에 교체되는 부회장들이 바로 2016년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인물들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번 파리에서의 '서든 데스' 발언도 대대적인 경영진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동현 부회장과 박정호 부회장의 경우, 하이닉스 인수에 큰 역할을 했으며 SK그룹을 재계 2위로 끌어 올렸다. 김준 부회장 역시 SK수펙스의 에너지 화학 위원회와 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맡으며 현재의 SK이노베이션 사업 포트폴리오를 일군 공신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사업 재정비도 시급하다. 게다가 2016년 공신들의 나이도 이제 60대가 넘어가면서 앞으로의 10년을 이끌 후발 주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최고경영책임자(CEO)는 김양택 SK머티리얼즈 대표 이사, 김원기 SK엔무브 대표이사, 오종훈 SK에너지 대표이사 등 총 3인이다.
이들은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인 'ELP'를 수료함으로써 SK의 미래를 이끌 준비를 마쳤다.
ELP는 2017년부터 운영된 사내 리더 양성 프로그램으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특히 ELP는 각 계열사의 CEO 인재풀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며 "부회장급 CEO들은 계속 그룹 안에서 그동안 쌓은 경륜과 경험을 살려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문어발 투자 정리해야…유관 조직도 통폐합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도 모두 SK㈜로 이관됐다. 협의회 소속이던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조직을 옮긴다. SK㈜는 중복됐던 투자 기능을 일원화 및 효율화함으로써 투자 자산의 미래 가치를 높여갈 예정이다.
이번 인사 및 조직 개편으로 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있는 투자 1·2팀과 그룹 지주사인 SK㈜산하의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개 투자센터가 SK㈜로 합쳐진다.
이런 결정은 그간 수펙스와, 지주사, 계열사 간 투자 기능이 중복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수펙스는 공동 투자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SK㈜는 계열사의 포트폴리오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K그룹의 계열사는 지난 7년 동안 거의 두배 가까이 늘었다. 첫 번째 서든 데스 시기인 2016년 계열사는 100개였으나, 현재는 200개가 넘어간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프랑스 파리 CEO 세미나에서도 "SK가 여러 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투자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철저히 검증하라"며 "제대로 된 투자인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질책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솔리다임 인수에 따른 손실 등을 꼬집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1년 9조원(70억달러)을 들여 인텔의 낸드 사업부인 솔리다임을 인수했으나, 여전히 조단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오는 2025년까지 잔금 2조6천억원(20억 달러)을 내야 하지만,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아울러 SK온은 미국과 헝가리, 중국 등에 해외 생산 기지를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인 상태다.
여기에 최근에는 오픈마켓 11번가의 상장은 물론 매각에도 참패해 책임론이 더욱 부상하고 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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