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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구원 필두로 날카로워진 한은…정부에도 '쓴소리'

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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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산하 경제연구원을 필두로 우리 경제의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진단과 해법을 내놓으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창용 총재가 한은을 우리나라 대표 '싱크탱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건 만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 등 금융정책 및 부동산 정책 등 최대 현안에 대해 정부와 결이 다른 주장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출산 실태 직격한 한은 보고서…적나라 현실 진단

8일 한은에 따르면 경제연구원은 최근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적나라하게 다뤘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출산율(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적했다. 홍콩 등 인구 1천만명 이하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나타났다. 출산율의 하락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빨랐고, 20년 이상 꾸준히 초저출산(1.3명 이하)을 기록한 나라도 우리가 유일했다.

한은은 이런 출산율을 방치할 경우 2050년대 우리의 성장률이 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출산 지원 정책이 선진국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가감 없이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실이용 기간은 약 10주로, 선진국 평균 61주에 턱없이 모자랐다. 육아휴직급여 지원 등 정부의 가족관련 비용 지출 비중이 선진국은 GDP의 2.2%지만 우리는 1.4%에 머무른 점과 부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한은은 정부의 가족관련 지원 비중과 육아유직 실사용 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는 두 조치로도 출산율이 0.15 명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정부에 '쓴' 조언도 적극적…싱크탱크 행보 본격화

한은은 직설적이고 깊이 있는 현실 진단을 넘어 정책 방향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때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로 읽힐 수 있는 주장도 숨기지 않는다.

이번 보고서에도 한은은 수도권으로의 집중 완화가 가장 중요한 출산율 향상 해법 중 하나임을 분명히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메가 서울' 등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제시한 시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은 주장이다.

또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포함한 주거난의 해소도 출산율을 높이는 핵심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은은 신생아특공 등은 적절한 정책방향이면서도 "대규모의 전세자금 및 대출 지원 방식은 주택(전세)가격을 높이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정부가 추진하는 또 하나의 정책인 '신상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확대는 자칫 부동산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빼먹지 않은 셈이다.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등 정부가 도입을 미루고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보고서 외에도 한은이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주장을 한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경제연구원이 작성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지나치게 많은 DSR 예외 규정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DSR 이전부터 대출규제의 주요 방편으로 사용되어온 DTI도 주택 관련 대출 중 해당 규제의 적용을 받은 비중이 2013~22년 중 평균 23%에 그쳤다는 지적도 내놨다.

정부의 미시적인 대출 규제가 너무 많은 예외조치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주담대 도입 등으로 가계부채의 재증가를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던 정부로써는 뼈아픈 '쓴소리'였다.

정부는 이후 50년 주담대 규제와 특례보금자리론 축소 등과 같이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한은이 정부 정책에 대해 이처럼 직접적인 목소리를 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것과 연장선에서 정부의 권한 하에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런 한은의 오랜 관행을 깨고 나섰다. 매주 정부 당국자와 정책 회동을 하고 있다. 그는 정부와의 정례적인 회의가 한은 독립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한은에 의해서 독립성을 침해받는 것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은이 좋은 정책을 제시하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한은에는 정부에 통화정책을 벗어난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정책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주문하는 중이다.

경제연구원이 이 총재의 이런 구상의 선두에 서는 양상이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경제연구원을 원장이 부총재보 대우를 받는 '특급' 조직으로 격상했다. 경제연구원장으로는 40대의 젊은 학자인 이재원 서울대 교수를 깜짝 발탁했고, '수석이코노미스트' 역할도 맡겼다. 경제연구원은 앞으로도 이민정책 등과 관련한 현안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지속해서 내놓을 예정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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