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저출산 대책에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까. 한국의 대책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가족 관련 정부지출을 적극 확대하고 육아휴직 실 이용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8일 한은에 따르면 황인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등은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연구보고서를 통해 가족관련 정부지출과 육아휴직 실 이용기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만으로 출산율이 0.15명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 육아휴직 이용기간 韓 10주 vs OECD 61주
OECD와 가장 괴리가 큰 것 중 하나가 육아휴직 제도다. 법정 제도만큼은 크게 뒤지지 않지만, 실제 사용하는 비율과 사용 기간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2020년 기준 52주로 OECD 평균 수준(여성 기준 65.4주)에 비해 크게 짧지는 않다.
그러나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은 출생아 100명당 여성이 48.0명, 남성은 14.1명으로 OECD 최하위권에 불과했다.
한국은행
육아휴직 가능 기간에 이용률을 곱해 산출한 '육아휴직 실 이용기간'을 OECD와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우리나라 법정 육아휴직 가능 기간 52주에 신생아당 이용률 19.8%를 곱한 실 이용 기간은 10.3주였다. OECD 평균 61.4주(69주 x 88.4%)의 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한 제도가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성 및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그러면서 남성의 육아 참여가 적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이론적 배경과 실증분석 결과 등을 소개했다.
출산에 관한 남녀간 협상이론에 따르면 육아 부담이 여성에 편중되면 여성이 출산을 거부하면서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한은이 한국갤럽을 통해 설문(2022년 9월)한 결과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유자녀 의향이 낮았다. 결혼의향이 있는 미혼자 472명과 무자녀 기혼자 1천 명을 대상으로 물어보니 남성은 71.3%가 여성은 61.9%가 각각 아이를 가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행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일본은 지난 3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고 육아휴직 사용률을 2025년까지 50%, 2030년까지 8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는 근로자 1천명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공개 의무 대상 기업을 300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제고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2021년 기준 출생연도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300인 이상 대기업은 여성 76.6%, 남성 6.0%였는데 5~49인 기업에서는 여성 54.1%, 남성 2.3%로 눈에 띄게 낮아졌다.
◇ 육아휴직 재정부담 OECD 5분의 1도 안돼
가족 관련 정부지출 규모도 OECD 대비 낮은 수준이어서 제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지출 규모(2019년 기준)는 1.37%로 OECD 34개국 평균 2.2% 대비 낮았다.
특히 육아휴직 관련 재정지출은 GDP 대비 0.07%로 OECD 평균인 0.36%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행
OECD 자료에 의하면 한국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44.6%로 소득의 절반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소득이 많이 감소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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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뀌는 출산인식…제도가 따라가야
비혼 출산 등 가정의 형태와 관계없이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중심으로 차별 없이 제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한은은 정부가 최근 혼인 여부와 관계 없이 2년 이내 임신·출산한 사실을 증명하면 특공 자격을 부여하는 이른바 '신생아 특공'을 발표한 것을 좋은 사례로 평가했다.
우리 사회의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다. 청년 중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2012년 29.8%에서 2022년 39.6%로 확대됐다.
아울러 일관되고 지속적인 저출산 정책을 통해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호주를 반면교사 삼을 만하다. 호주는 2001년 합계출산율이 1.74 명까지 하락하면서 2004년부터 결혼 및 가구 소득에 상관없이 출산하거나 2세 미만 아이를 입양한 여성에 3천 호주달러를 아동수당으로 지급했고 2008년에는 5천달러로 인상했다.
이에 2008년에는 2.02 명까지 출산율이 올랐다. 하지만 과도한 재정지출 부담으로 지급액이 축소되다가 2013년에는 최종 폐지됐다. 이후 호주의 출산율은 하락해 2022년 기준 1.70 명을 나타냈다.
황 연구실장은 "청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노동시장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구조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 문제를 완화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jhkim7@yna.co.kr
김정현
jhkim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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