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최초 '맞춤형 수출' 성공
최고 수준 성능…해외 국가 문의 이어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 국방부와 3조2천억원 규모의 레드백 장갑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 정부가 2018년 8월 입찰 제안요청을 공포한 지 5년여 만에 결실을 이룬 성과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물론 한국 방산업계에 '단순 수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 방산기업 중 최초로 기획 단계부터 수출을 목표로 개발한 장비를 실제 공급하게 된 사례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문의가 이어지는 등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거란 점에 의의가 있단 평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법인(HDA)이 호주 국방부와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 장갑차량인 레드백 129대 및 부수품목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실제 계약이 이뤄진 날은 지난 1일로, 비밀 유지 조항으로 인해 이보다 일주일 늦게 외부에 공포했다.
앞서 호주 정부는 지난 7월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LAND 400 Phase3'의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레드백을 선정한 바 있다. 그로부터 5개월 만에 본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8년까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레드백 129대를 호주 군에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3조1천649억원 규모다. 지난해(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린 전체 매출(6조5천396억원)의 절반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 회사 측은 2018년 8월 호주 정부가 입찰 제안요청을 공표한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수주에 뛰어들었다.
2018년 호주 방산전시회에 '랜드포스2018' 프로토타입으로 처음 참가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도면도 없이 레드백 모형만 가지고 부스를 꾸렸다. 이듬해 1월엔 호주 법인을 세워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2019년 3월 제안서를 완성해 호주 획득관리단을 상대로 설명할 땐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에이젝스 ▲영국 BAE시스템즈의 CV90 등과 맞붙었다.
레드백 시제품을 처음으로 제작한 건 최종 경쟁 후보 선정을 한 달 앞둔 2019년 8월이다. 이때 독일 라인메탈과의 2파전 구조가 갖춰졌다. 그해 10월부터 2년 동안 호주 육군의 시험평가인 RMA(리스크 경감 활동)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이때 호주군의 요구를 기민하게 수용·반영해 라인메탈보다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과의 경쟁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방산 선진국들은 이미 호주가 요구하는 수준의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차드 조 HDA 법인장은 "최종 후보 결정 한 달을 앞두고 시제품 제작을 완료했고, 이후 테스트 과정에서 호주 정부와의 약속을 빠짐없이 지키면서 구축한 신뢰가 최종 계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계약은 국내 기업이 수출용으로 기획한 '맞춤형' 첨단 방산 제품을 주요국에 공급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국내에서 전력화되지 않은 무기체계를 자체적으로 개발, 방산 선진시장에 공급하는 게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의미다.
특히 호주는 미국과 최고 수준의 군사동맹을 맺은 국가로, 방산 제품 구입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HDA는 호주군의 요구사항에 맞춰 외부를 360도로 감시하는 장비와 대전차 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체계, 강도는 높이고 무게는 줄인 고무 궤도, 대전차 지뢰에도 견디는 특수 방호 기능 등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체결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적으로 안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서다. 첨단기술 기반의 방산이 국가의 중장기적 미래 성장동력이자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무기체계에 있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는 호주의 니즈를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여러 국가의 관심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에서 시작해 다양한 국가들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한화로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에 그룹 방산 사업을 모두 모으는 사업구조 개편 이후로 지속적인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4일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등을 추가 수출하는 3조4천474억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기간은 이달 1일부터 2031년 11월까지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최근의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하며 "우방국의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해양 안보를 위한 역할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