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예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현실화하면 미국을 우선으로 하는 자동차 및 에너지 산업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사전공약 성격의 '어젠다 47'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에너지 패권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 바이든 친환경 정책 백지화·관세 폭탄 계획
트럼프는 구체적으로는 바이든의 그린 뉴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기업 평균 연비규제(CAFE)를 폐지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은 미국인들이 비싼 전기차를 사도록 강요하기 위해 구상한 (자동차 산업과 소비자들에)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일련의 명령을 내놓으며 미국 자동차 산업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이 진행됐던 지난 10월 23일 트럼프는 '자동차산업 근로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영상을 통해서도 "일자리를 없애는 바이든의 무모한 그린 뉴딜에 맞서 싸우는 모든 자동차 산업 근로자들과 완전히 연대하는 입장"이라며 "대통령이 된다면 바이든의 전기차 정책을 끝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미국 세금이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을 보조하는 데 흐르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IRA 시행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면 전기차 주요 광물 공급망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이 밖에 트럼프는 전 세계 미국 기업들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복원하고 무역 적자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기본 관세 시스템 도입 ▲외국이 자동차나 차 부품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무역법 제정 ▲캐나다·멕시코에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 자동차 부품 관련 조항 준수 요구를 약속했다.
◇ "미국 내 생산 늘려 에너지 패권 되찾을 것"
에너지 산업과 관련해 트럼프는 불필요한 연방 규제 폐지를 통해 에너지 생산을 늘려 가격을 빠르게 낮추고 다시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패권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에너지 가격을 최대한 빨리 낮추는 데 중점을 둔, 가치 있는 모든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빠르게 승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일례로 마르셀러스 셰일 지대로 향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 지연된 석유·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을 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외에도 ▲석유·천연가스 시추 허가 가속화 ▲에너지 개발을 위한 공공 토지의 방대한 석유 저장고 개방 ▲미국 석유, 가스, 석탄 생산업체들에 대한 세금 경감 ▲미국 전략비축유(SPR) 재고 회복 ▲파리협정 재탈퇴 등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지원할 것이라며 ▲원자력규제위원회(NRC) 현대화 ▲기존 원자력 발전소 가동 유지 ▲혁신적인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 등의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는 각성(woke) 문화에 의한 금융 사기라며 재취임 시 행정명령을 통해 이를 즉시 금지하고 의회와 협력해 영구 금지 방안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풍력 보조금,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에너지부(DOE)의 규제 등 에너지 시장을 왜곡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며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비용을 끌어올리는 모든 조 바이든의 정책을 즉시 중단시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 전기차 관련 종목 불확실성 커질 것…재선 시 에너지 정책 조정 불가피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와 상반되는 공약을 내놓고 있는 만큼 대선 기간 단기적으로 자동차 및 전기차 부품 관련 종목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I투자증권의 정원석 전략가는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이차전지 기업 주가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략가는 "현실적으로 IRA 법안이 폐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나 전기차 할인 정책,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 등 정부의 인센티브 규모가 예산안 편성에서 대폭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EPA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기업평균연비규제나 차량배출규제 등을 완화할 경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정 전략가는 트럼프의 공약 이행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지연될 경우 배터리 출하량 전망과 AMPC 예상 규모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 태양광 등의 첨단 제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모듈과 셀을 기준으로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는 IRA의 세부 조항으로 2027년까지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 SDI가 해당 조항으로 받게 될 혜택은 누적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바이든의 핵심 경제 정책인 IRA 법안이 완전히 폐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으나 트럼프 당선 시 미국 에너지 정책 미세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키움증권의 안예하 전략가는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우세할 경우 공화당의 ESG 반대(Anti-ESG) 목소리가 더욱 강화되면서 그간 기후 관련 정책이 모두 회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 전략가는 "하원은 공화당이 우위지만 상원은 민주당이 앞서고 있는 만큼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IRA 법안이 완전히 폐지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ESG 정책 추진이 저조해져 투자 모멘텀이 이전보다 약화할 우려는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ynhong@yna.co.kr
홍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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