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끝내는 은행권 CEO 선임 절차 확 바꾼다

23.12.12.
읽는시간 0

CEO 후보군 관리·육성 승계계획 마련해 문서화

이사회 연 1회 이상 승계계획 적정성 검토해야

CEO 임기만료 최소 석달 전부터 승계절차 개시

사외이사 독립성 확대…지원조직 이사회 직속으로 설치

4대 시중은행 로고

[촬영 이세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이사회 구성과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도입해 지배구조를 대폭 개선한다.

그간 수 차례 지적돼 왔던 CEO 선임 절차에 투명성을 더하는 것은 물론,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성을 보다 구체화기로 한 것이다.

◇ 승계절차 평균 45일에 불과…"종합적 승계방안 필요"

금융당국은 12일 바람직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30개 핵심원칙 담은 '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은행권은 그간 CEO 선임 및 승계절차와 관련해 '종합적 승계계획'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마다 안팎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던 것도 지주·은행별로 승계절차의 개시와 평가기준, 후보군 압축방식 등에 관한 일관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8개 은행지주의 최근 CEO 선임·연임 사례를 보면, 승계절차 개시 이후 최종 선임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45일에 불과했다. 특히, 최종 후보군(숏리스트) 선정 이후 최종 후보 선임까지는 평균 11일이었다.

당국은 현행 제도가 평가·검증 기간을 확보하는 것엔 물론, 검증의 다양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외부후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점도 문제다.

은행권 대부분은 숏리스트 확정 이후 후보라는 점을 통지해 외부 후보에겐 1~2주 안팎의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데 그쳤다.

내부 후보와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컸던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향후 은행권은 CEO 후보군 관리ㆍ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체계적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

비상승계에 대비해 공백을 줄일 수 있는 계획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또 이사회는 연 1회 이상 승계계획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중장기 경영전략에 적합한 CEO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의무도 지게 된다.

특히, 대부분 지주·은행들이 CEO 임기만료 2개월 전부터 임추위 일정을 시작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최소 3개월 전 승계절차를 시작할 것도 주문했다.

또 당국은 평가방식의 다양화와 외부후보군의 자격요건 명확화, 단계별 평가 결과에 대해 기록을 유지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부회장직 등을 내부후보를 육성하는 경우엔 경쟁력 있는 외부후보에 대한 제도적 지원 근거도 둬야 한다.

당국은 경쟁력을 갖춘 외부후보에 비상근 직위를 부여하거나, 자체 역량개발 프로그램 함께 참여시키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

◇ 사외이사 독립성·전문성 키운다…평가체계도 마련

이번 모범관행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평가체계를 고도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외이사 전담 지원조직은 이후 이사회 산하에 독립적으로 설치된다.

독립성을 위해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은 물론,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충분한 인력도 보장된다.

지원조직의 업무 총괄자는 이사회에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이는 대부분이 사외이사 지원 조직을 CEO 직속으로 두고 있었던 데다, 실무인력도 평균 2명에 불과해 실질적 지원이 불가능했던 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이사회 회의자료를 3~5일전 전달해 검토 시간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문제도 일정 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당국은 최소 7일 이상의 검토 시간을 부여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사외이사들에 대한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고 있는 지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절차도 만들 것을 주문했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간담회 절차의 근거도 생길 전망이다.

또 은행권은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연수·교육의 이수시간과 내용도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제기준 등은 이미 충실한 안건논의를 위해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를 권고하고 있다"면 "다만, 국내의 경우 일부 은행만이 사외이사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절차 등의 규정화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성과 평가방식도 보다 구체화된다.

향후 은행들은 이사회와 소위원회, 사외이사 활동에 대해 연 1회 이상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재선임의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특정 평가주체의 비중이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정량평가를 확대하라는 것도 당국의 요구 중 하나다.

사외이사 평가는 일반적으로 자기평가와 이사 상호평가, 임직원 평가 등을 조합해 활용하고 있는데, 일부 은행의 경우 자기평가나 임직원 평가의 비중 등이 지나치게 높아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 학계 편중 해소해야…사외이사 수도 늘어날 듯

사외이사 비중이 지나치게 학계 출신 중심으로 운영되던 관행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현재 국내 지주·은행의 사외이사 구성을 보면 학계가 37%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업계 경력자 비중이 절대적인 글로벌 케이스와는 거리가 있다.

국내의 경우 금융계 출신의 비중은 22%에 불과했다.

또 국내 은행의 사외이사 수는 평균 7∼9명으로, 13~14명 수준인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은행들이 '2+1년' 체계의 고정적 단기임기를 채택 중인데, 이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의 장·단기 승계계획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이에 당국은 우선 향후 사외이사 구성과 관련, 은행 규모와 복잡성, 리스크 프로파일에 상응하는 '집합적 정합성'을 확보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확보를 위해 '브로드 스킬 메트릭스'(Board Skill Matrix)를 작성하고 후보군 관리와 신규 이사 선임시 활용할 것도 주문했다.

또 은행별 영업 특성과 중장기 전략, 가치 등을 감안해 이사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적정 규모의 사외이사를 확보하는 것도 은행권의 향후 과제다.

또 은행권은 금융환경 변화로 이사회 내 소위원회가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소위원회는 이사들의 전문성과 경험 등과 최대한 부합하도록 구성해야 한다.

당국은 전문성과 현실적 시간 여력 등을 고려해 사외이사별로 최대 3개 위원회를 겸할 수 있게 권고한 상태다.

이사회의 승계 프로세스 또한 당국이 눈여겨 보는 부분 중 하나다.

향후 지주·은행들은 사외이사 상시 후보군을 적정 규모로 관리하는 한편, 후보군의 적정규모와 전문분야 판단기준, 분야별 비율 등을 포함한 세부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평가는 연 1회 이상 진행, 부적합자를 제외하는 구조다.

사외이사에 대한 임기정책과 승계계획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당국은 현행 획일적인 '2+1년' 임기 정책을 정비해 사외이사 임기만료가 몰리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간 은행들은 대체로 지배구조법의 형식적 준수에 치중해왔다"며 "이번 모범관행은 은행들이 영업특성과 중장기 경영전략 등을 토대로 적합한 지배구조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won@yna.co.kr

정원

정원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