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증권사 대형화 바람 속 차별화를 택하며 부동산 사업을 키웠던 대신증권이 칼을 갈고 있다. 열 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몸집을 키워 투자은행(IB) 비즈니스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의 자랑인 사옥을 매각하는 카드를 검토하거나 자회사로부터 대규모 배당을 받는 등 종투사 요건을 맞추고자 자본을 확충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창업 가문 3세의 리더십이 기대받는 가운데 내년에는 무리 없이 자기자본 3조원이라는 요건을 충족할 전망이다.
◇차별화 꾀했던 대신증권, 대형화 레이스 참전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형화 레이스에서 대신증권이 승부수를 띄운 건 차별화였다. 완전 자회사를 통해 부동산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배드뱅크인 우리에프앤아이를 2014년 5월 대신에프앤아이로 재탄생시키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부동산 개발·투자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더했다. 2019년엔 대신자산신탁을 설립해 리츠(부동산투자신탁)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리츠는 투자자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산 뒤 발생하는 임대료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특히 대신에프앤아이가 개발한 '나인원한남'은 고급주거 단지로 대중에게 각인된 프로젝트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나인원한남은 방탄소년단의 RM, 지드래곤, 주지훈 등 톱스타가 거주하는 최고가 주택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대신증권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대신증권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화 레이스에 참전하기로 했다.
대신증권 IB 부문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강자로 통한다. 특히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IPO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풍부하다. 중견기업이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찾는 곳도 대신증권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지배구조에 특화된 경험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고객을 잡으려면 대형 증권사에 밀리지 않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대신증권이 종투사 도전을 선택한 이유다.
종투사로 지정돼야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난다. 종투사인 대형사와 비(非)종투사 사이에 상당한 기업금융 경쟁력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에 신용대출을 서비스할 수 없어 입찰에서 탈락한 경우가 있다"며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종투사 전환이 필수"라고 전했다.
◇사옥 매각 검토에 배당까지…종투사에 '올인'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종투사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종투사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 등 9곳이다.
교보증권도 종투사를 노리고 있지만, 대신증권이 열 번째 종투사에 몇 걸음은 더 가까운 상황이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9월 말 기준으로 2조7천773억원으로 2천227억원만 채우면 종투사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상반기 말까지만 해도 2조원대 초반이었다. 8천억~9천억원가량 부족한 자기자본을 채울 방안으로 꺼내든 카드가 대신증권의 자랑인 사옥 매각이었다.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343에 위치해 대신343으로 불리는 사옥은 6천억~7천억원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하 7층~지상 26층 높이의 이 건물이 매물로 나오자 우선협상자로 지정된 원매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이었다. 지난 3분기에 대신증권과 이지스자산운용은 협상을 이어갔고, 서로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뒤 협상을 중단했다. 대신343을 제 가격에 받지 못하면서 급하게 팔아치울 필요는 없다는 게 대신증권의 입장이었다.
대신증권은 대규모 배당금으로 부족한 자기자본을 채웠다. 지난 10월 대신에프앤아이와 대신자산운용 등이 대신증권에 4천800억원에 달하는 중간배당을 결정한 것이다. 대신증권은 배당금 중 상당액을 대신에프앤아이 유상증자에 쓰며 자회사에 환원했다. 회계상 자기자본을 늘리면서도 자회사의 유동성은 건드리지 않은 묘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신증권이 종투사 전환을 간절하게 원하는 증거로 해석됐다.
대신증권은 앞으로 분기마다 순이익 등을 더 쌓으면서 무난하게 3조원이라는 자기자본 요건을 달성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221억9천500만원이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사옥 매각 카드도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징계 리스크 털어내고 내년에도 순항 전망
대신증권은 특유의 리스크 관리로 부동산 PF 문제를 비껴갔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액은 170억원이며,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모두 8천745억원으로 고위험 PF인 브릿지론은 14%에 불과하다. 증권업계에 닥친 위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경영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징계 리스크도 사라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9일 정례회의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 수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 대해서는 지난 2020년 1월에 내려진 '문책 경고'에서 한 단계 낮춘 '주의적 경고'로 수위가 결정됐다.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신증권을 압박하던 리스크가 하나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업 가문 3세인 양 부회장은 올해 초에 20년가량 대신증권 이사회 의장을 맡은 모친 이어룡 대신파이낸셜 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신임 의장 자리에 올랐다. 대신증권 평사원부터 시작해 증권사 업무를 꿰뚫고 있는 양 부회장은 공개적인 행보를 꺼리면서도 임직원과는 친밀하게 소통하는 성향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3세 경영이 기틀을 잡아가는 단계에서 대신증권의 종투사 전환도 지속해서 추진될 전망이다.
대신증권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오익근 대표도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PF나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을 피하면서 호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한 종투사 지정을 준비하는 단계에서의 경영 연속성을 고려하면 오 대표가 내년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 대표의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종투사 전환은 무난하게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촬영 안 철 수]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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