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김경림 기자 = 한진家 '오너 3세' 조원태 회장은 그룹의 수장이 된 지 올해로 5년 차다.
지난 2019년 4월 숙환으로 별세한 부친 조양호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국내 최대 항공·물류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기간 한진그룹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신임 총수' 딱지도 떼기 전인 2020년 초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마주해 생존을 걱정해야 했고, KCGI 같은 외부 세력의 경영권 흔들기도 멈출 줄을 몰랐다.
조 회장은 정공법으로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한진그룹의 총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현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집중하며 대한항공의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러스트]
연합인포맥스는 14일 한국언론재단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를 활용해 조 회장을 둘러싼 '키워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봤다. 분석 대상은 2018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11일까지 전국 일간지 및 경제지에 실린 조 회장 관련 언론 보도 7천752건이다.
◇연관검색어에 'KCGI·조현아·반도건설'…3년간 지속된 경영권 분쟁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조 회장의 연관검색어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건 '경영권 다툼' 관련 키워드였다.
2019년 ▲주주권 행사를 시작으로, 2020년엔 ▲조현아 ▲KCGI ▲반도건설, 2021년은 ▲조현아, 2022년엔 ▲KCGI ▲호반건설 등이 있었다.
조 회장과 한진그룹에 경영권 분쟁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이슈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작은 조양호 선대회장 별세 전인 2018년 말이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과 물류기업 ㈜한진 주식을 매집하며 경영 참여를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명분으로는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선진화 등을 내걸었다.
이때 KCGI는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도덕성도 문제 삼았다.
2018년 4월 조 회장 동생인 조현민 당시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등 오너일가의 비도덕적인 행동이 외부에 알려지며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KCGI는 한진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화면
좀처럼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조양호 선대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하고 두 딸이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조치했다. 조 전무뿐 아니라 '땅콩 회항' 사건으로 3년여 만에 회사에 복귀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현재는 조승연으로 개명)도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상황은 조 회장 관련 기사에 가감 없이 담겼다. 2018년 가장 빈도가 높았던 키워드는 ▲조현민 ▲조현아였다.
당시 조 회장 본인도 인하대 부정 편입학 논란을 겪으며 ▲교육부 ▲인하대도 연관검색어에 올랐다. 교육부는 조 회장의 편입과 졸업을 모두 취소하라고 인하대에 통보했다. 이에 인하대는 교육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최종 승소했다.
조양호 선대회장 체제에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은 2019년 조원태 회장의 '3세 시대' 개막 후 더욱 격화됐다.
당시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율이 특수관계인 몫을 더해도 20% 중반 수준이었다. 이에 델타항공 등 백기사 물색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KCGI의 거센 공세에 맞서기가 만만치 않았다.
KCGI는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손잡고 '3자 연합'을 꾸려 조 회장을 위협했다. 거침없이 한진칼 주식을 매집해 한때 지분율로 조 회장 측을 앞서기도 했다.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화면
이들은 한진칼 이사회 진입을 목표로 이사 후보를 내고 정관 개정, 배당 확대 등을 주주제안하는 등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이에 실제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측과 표 대결이 성사됐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진 못했다.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건 2020년 말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요 주주로 등장하면서다.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단한 것이 계기다.
산업은행은 국내 항공산업 구조 개편 차원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지원하며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했다. 유상증자 참여, 교환사채(EB) 인수 형태였다. 산업은행은 현재도 한진칼 4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KCGI는 2021년 4월 3자 연합을 해체하고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3월 보유 중이던 한진칼 주식 대부분(17.43%·신주인수권 포함)을 호반건설에 넘기고 엑시트했다. 2018년 말 처음 지분을 산 지 3년 반 만이다.
그러면서 자연히 연관검색어에서 사라졌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아시아나 품고 '메가 캐리어' 도약
조원태 회장과 한진그룹이 직면한 '최대 현안'은 아시아나 인수다.
조 회장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신년사에서 임직원에게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하는 등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6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기(아시아나 인수)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 의지가 강하다.
이는 빅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3년간 조 회장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화면
조 회장에게 아시아나 인수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경영권 분쟁 종결과 맞닿아 있는 동시에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항공업계에서는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연간 20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10위권'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이를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업으로 여기고 있다. 2022년 신년사에서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항공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대비 항공사 수가 지나치게 많아 일부 정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 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숫자를 줄이고 덩어리를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작업은 '9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기업결합을 승인받아야 하는 14개 경쟁당국 중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3곳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등이 담긴 시정조치안을 EU 경쟁당국에 제출하는 등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항공사의 자산이나 다름없는 주요 노선·슬롯까지 내주면서 경쟁당국 설득에 나선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2월14일 전까지 양사의 기업 결합을 잠정적으로 결론 내리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EU가 승인하면 미국과 일본의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걸로 예상한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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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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