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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CEO가 온다③] 세대교체 가속화…물러나는 가신들

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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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국내 재계에서 '오너 3세' 시대가 활짝 열리며 생긴 변화 중 하나는 그룹 가신들이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아버지의 사람'이자 '오너의 복심'으로 불렸던 인물들이 하나둘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며 세대교체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그룹 인사를 관통하는 특징 중 하나로 '2인자'들의 퇴진을 들 수 있다.

오너 세대교체기 새로운 리더십의 연착륙을 도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등 본인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임까지 다했다고 평가받는 인물들이다.

삼성전자 김기남 고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그룹에서는 '샐러리맨 신화'로 잘 알려진 김기남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2021년 말 회장 승진과 동시에 종합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긴 지 2년 만이다. 앞으로는 신사업 기술 관련 자문에 응하는 역할만 맡는다. 후임 SAIT 원장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겸임한다.

김 고문은 1981년 삼성전자에 사원으로 입사해 40여년간 근무하며 '샐러리맨 신화'를 이뤄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1958년생(올해 65세)으로 삼성 특유의 '60세 퇴진룰'을 보란 듯이 깨고 회장 직함까지 손에 쥐었다. 역대 삼성그룹 전체의 전문경영인 중 회장직에 오른 여덟 번째 케이스다.

작년 10월 이재용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삼성 내 유일한 회장이기도 했다.

평생 반도체란 한 우물만 파온 김 고문은 와병 중이던 이건희 선대회장을 대신해 회사를 이끌던 이재용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등에 휘말렸을 당시 삼성전자 대표(각자)로서 중심을 잡고 경영에 집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과 반도체 부문의 최대 실적 달성을 이끌기도 했다.

인사말 하는 권영수 당시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LG그룹에서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물러났다.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지 44년 만의 용퇴다.

권 부회장은 LG그룹 부회장단 중 구본무 선대회장이 발탁해 임명한 '마지막' 사람이다. 이번 인사로 구광모 회장이 구 선대회장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2018년 구 선대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럽게 LG그룹 수장이 된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첫 인사에서 권 부회장에게 지주사 ㈜LG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겼다.

이를 두고 권 부회장이 구 회장 체제의 연착륙을 도울 적임자로 낙점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에 대한 LG 오너가의 두터운 신임이 대를 이어 확인됐다는 얘기도 많았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구 회장을 지근거리서 보좌하며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계열사를 두루 겪었기에 가능했다. 구광모 체제 안착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권 부회장이 물러난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에는 김동명 사장이 내정됐다. 이를 계기로 구 회장 친정체제가 점점 강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권 부회장은 LG그룹을 떠나며 "뚝심과 끈기의 리더십을 가르쳐주신 고 구본무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오랜 시간 LG 주요 사업과 관련해 뜻을 같이하며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구광모 대표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SK그룹에서는 '그룹 2인자'나 다름없던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2선으로 물러났다. 전원 대표직을 내려놓거나 자리를 옮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로운 경영진과 젊은 경영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필요하다"던 말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인사 발표 직전 나온 해당 발언은 큰 폭의 인사로 세대교체를 본격화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됐다.

특히 무려 4연임에 성공하며 7년 동안 협의회를 이끌어 온 조대식 부회장은 SK㈜로 자리를 옮겨 주요 관계사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제고와 글로벌 투자 전략 등에 대한 자문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신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부회장)가 선임됐다. 이를 두고 SK그룹이 사촌경영 체제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거란 해석이 나온다.

협의회의 수장인 '의장'은 사실상 SK그룹의 2인자로 여겨진다. 최태원 회장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협의회 멤버가 아닌 최 회장과 가까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의 발언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 그룹 경영에 반영하는 게 주 업무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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