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9곳 운용역 30여명 배임 소지…"수사당국에 자료 제공"
"운용상 위법행위로 랩·신탁 손실봤다면 환매 조치"
[금융감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일부 증권사들이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을 운용하면서 고객의 투자 손실을 '채권 돌려막기'로 보전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행위에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보고 관련 혐의 내용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한 결과 고객 손실보전, 사후 이익제공 등 다수의 위법사항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랩·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의 1대 1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주로 법인고객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활용된다.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어음(CP) 등 편입자산 매도가 어려워지자 환매가 중단 또는 지연됐고 일부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손실을 회사의 고유자산으로 보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올해 금감원은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관행에 대한 테마검사 방침을 세우고 하나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SK증권·교보증권·유안타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9개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집중 검사에 나섰다.
검사 결과 9개사(운용역 30여명) 모두에서 손실보전 행위가 확인됐다.
랩·신탁 운용 시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해선 안 되는데도 일부 운용역은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불법 자전거래(연계·교체거래)를 통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다른 증권사와 총 6천여회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특정고객 계좌의 CP를 다른 고객의 계좌로 고가 매도해 5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 손실전가금액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금감원은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주요 혐의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투자자에게 사후 이익을 제공한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 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 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했다.
B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에 가입한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하는 방식으로 총 1천1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했고 C증권사는 자사에 설정한 펀드를 활용해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해 총 7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했다.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동일 투자자의 랩 계좌 간 자전거래를 한 사례도 있었다. 고객의 요구가 없었는데도 동일 고객의 1번 랩 계좌의 CP를 2번 랩 계좌에 시가보다 고가로 매도해 1번 랩 계좌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는 식이다.
또 고객과의 계약으로 정한 편입자산의 잔존만기, 신용등급 등을 위반해 랩·신탁을 운용하거나 고객자산 손실보전을 위해 고유자금으로 펀드를 설정하고 특정 채권, CP를 고가매수하도록 요청하는 등 이른바 'OEM 펀드'를 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강화를 당부하는 한편, 랩·신탁이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판매·운용되고 환매 시 원금 및 수익률을 보장하는 잘못된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dyon@yna.co.kr
온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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