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저축은행 줄도산 '2011년 데자뷔' 우려도
[※편집자주 :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2금융권은 숨 가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 이후 시장의 변동성은 가라앉는 듯했지만, 재차 치솟은 시장 금리로 올해 이들의 조달 환경은 그리 여의치 않았습니다. 내년에는 역대급 규모의 만기 물량으로 여전히 조달 시장의 부담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과 한계차주에 대한 경고음도 이들 금융권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제2금융권의 내년 조달시장 환경을 짚어보는 4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수년간 지속된 고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해 늘어난 가계부채와 부실기업은 내년에도 제2금융권의 취약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PF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 르피에드청담 브릿지론을 비롯해 1군 건설사를 둘러싼 괴소문 등 PF 시장을 향한 찬바람은 고스란히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 짙어지는 '2011년 데자뷔' 그림자
18일 연합인포맥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제2금융권이 내년 가장 주목하는 리스크는 부동산 PF다.
A 캐피탈사 대표는 "청담 사업장은 위기를 한고비 넘긴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최근 PF들의 위험은 내년 상반기로 롤오버한 셈"이라며 "현재의 정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를 최대한 가라앉히려고 할 거다. PF를 둘러싼 위험은 다시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사 등 대다수 제2금융권의 관련 부서는 PF 개별 사업장의 디폴트 뉴스가 내년에 얼마나 더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B 증권사 부동산 담당 임원은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사업장의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청담처럼 만기 연장으로 사업의 수익성이 살아나리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통상 1년 정도는 만기 연장이 되겠지만, 개별 사업장의 디폴트 위험이 반복되는 것은 시장은 물론 엑시트를 준비해야 하는 금융사들에도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고조되고 있는 건설사의 부도설은 이같은 제2금융권의 불안을 더 고조시키는 모양새다.
이달 들어 금융권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설과 1군 건설사의 부도 임박설을 둘러싼 괴소문 등 건설업계의 연이은 유동성 위기론이 회자했다.
실제로 부동산 경기 한파에 폐업건수가 12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태영건설·롯데건설·한신공영 등 국내 내로라하는 중형 건설사들의 신용등급과 전망이 강등되면서 시장의 불안은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지난 2011년 건설사와 저축은행이 줄도산했던 과거를 떠올리고 있다. 개별업체가 아닌 업계 전반의 위기라는 점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대부분의 브릿지론 사업장 금리가 10%를 웃도는데 현재 분양가 기준으로 사업성이 안 나오는 곳이 태반"이라며 "이들 대다수가 중견 건설사이고, 이는 특정 업체가 아닌 업계 전반의 문제다. 특히 사업다각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는 중견 건설사들은 2011년을 넘어서는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2011년에는 부동산 경기침체였기 때문에 사업장의 가격만 낮춘다면 거래가 가능했다. 떠안겠다는 시장 플레이어가 있었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경기 침체에 PF 대출금리까지 치솟은 상태라 건설사에 돈을 대출해준 금융권까지 위험이 전이됐다는 점에서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결산도 못 믿겠다"…제2금융, 내년 조달여건 악화
현재 금융당국이 추산하는 PF 대출 잔액은 134조 원으로 보험, 은행, 여전사, 저축은행, 증권사, 상호금융 순으로 잔액의 비중이 크다.
문제는 이중 증권사와 저축은행, 여신전문사의 연체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우선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42%로 6월 말(2.17%) 대비 0.24%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말(1.19%)과 비교하면 1.23%포인트나 치솟았다.
특히 증권사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13.85%로 업권 중 가장 높았다. 이 기간 저축은행권 연체율은 5.56%, 상호금융권은 4.18%로 각각 0.95%포인트, 3.05%포인트 상승했다.
그간 정부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 주도의 정책적 지원과 금융권의 자구 노력에 힘입어 부동산 PF를 둘러싼 유동성 리스크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알려왔다.
실제로 대주단 협의체를 통해 지난 8월 기준 187개 사업장 중 152개 사업장이 정상화 중이고, 2조2천억 원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가 가동되고 있다는 점도 부각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캠코를 내세워 조성한 'PF 정상화펀드'의 성과는 미미했다. 금융기관의 부실 PF 자산을 모아놓았지만, 그간 팔린 자산은 전무했다. 할인율을 적용해 자산을 매입해야 하는 운용사와 원금을 회수하려는 금융기관의 눈높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의 스탠스는 최근 들어 달라졌다. 금융권을 불러 모아 PF 리스크 관리를 연일 당부하며 시장의 원칙에 따른 강력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PF 시장의 연착륙을 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 과정의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 후보자는 전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부동산 PF 부실은 금융시장과 건설사·부동산 등 실물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어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과제"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PF를 향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내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제2금융권의 가장 큰 고민은 자금 조달이 됐다.
이미 시장에서는 올해 증권사와 캐피탈사의 결산을 믿을 수 없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은행과 보험사는 대다수 선순위지만, 증권사와 캐피탈, 저축은행의 경우 후순위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경우 손실 확정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PF 관련 비즈니스 규모가 클수록 결산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모럴해저드도 많아 당분간 증권사와 캐피탈의 경우 내년 조달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 내 좋아지거나, 직접적인 발행 금리 메리트가 아니라면 제2금융권의 조달 여건은 내년에 우호적일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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