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와 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2금융권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늘어나는 나랏빚을 줄이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계기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의 자산 건전성을 향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공공부문 지원을 위한 공사채와 한전채 등의 발행이 압력을 받으면서 쏟아지는 우량 사채에 상대적으로 제2금융권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지리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 늘어난 '다중채무자·부실기업' 어쩌나
19일 연합인포맥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은행권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 대출 잔액은 720조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개인사업자와 사업자의 가계대출 합산 잔액은 460조 원으로 전체의 60%를 웃돌았다.
문제는 한계 차주들의 대출 비중이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 한 금융사에서 석 달 이상 연체해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소위 '한계 자영업자'의 은행권 채무액은 1조3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반면 상호금융권에서는 5조 넘는 채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만 따져보더라도 차이는 명확하게 나타난다. 은행권의 자영업대출 연체율은 0.27%에 불과한 반면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69%, 4.4%로 높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다중채무자 역시 447만 명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대출잔액은 570조 원이 넘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간 높은 가계부채 부담 탓에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그 탓에 한계차주의 부실 가능성은 더 커진 상황"이라며 "이들로 인해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 정부가 해온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될 것"이라며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인다면, 한계차주 비중이 큰 제2금융권의 자산 건전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금리시장의 불확실성 탓에 자금을 단기로 조달해온 기업들도 문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전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역시 암울하다. 현재 채권은행은 정기 신용평가를 실시해 231개사를 부실징후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6개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C등급은 118개사, D등급은 113개사로 전년 대비 각각 34개사, 12개사 증가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 9개사, 중소기업 222개사로 전년 대비 각각 7개사, 39개사 늘었다. 정기 신용위험평가는 채권은행이 부실징후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로, 평가등급별로 C와 D등급이 해당되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곳은 C, 낮은 곳은 D로 분류된다.
대내외 경기부진과 원가 상승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올해 금리 상승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높아진 금융비용 부담으로 연체 발생 기업 등이 증가한 게 주효한 배경이 됐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A급 발행사의 단기성 차입금 비중도 50%에 육박할 정도로 조달이 단기화됐다"며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기업은 물론 한계기업 중심의 흑자도산 가능성이 잔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공사채·한전채·회사채 발행압력 커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 취약 차주를 위한 공공부문의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대위 변제나 정책금융기관의 PF 사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위한 공공기관의 부담이 늘어나리란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 6월까지 HUG가 대위변제한 전세반환보증금은 지난해 9천241억 원보다 4천억 원 넘게 늘어나며 1조3천억 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부동산대책 역시 대다수 주택금융공사나 HUG,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캠코 등 공공기관들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결국 정부의 출자나 채권 발행을 통해 공공기관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정부의 부채로 포함되는 공사채 발행이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3조5천억원 규모의 자회사 배당을 요구하고 나선 한국전력 역시 공사채 발행 압력을 가하는 주요 주체 중 한 곳으로 손꼽혔다.
현재 한전이 발전자회사 6곳에 요구하고 있는 중간배당이 성사된다면, 현재 75조원 수준인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는 95조원 수준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한전의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산유국 중심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유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한전은 물론 가스공사 등의 재무구조에 악조건"이라며 "한전의 경우 내년 총선 이후 2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누적된 적자 부담이 워낙 크고 기존 만기도래분을 고려하면 한전발 수급 이슈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자금조달이 급급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미룰 수도 없는 상태다.
통상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은 규모가 크고 대부분 회사채 발행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조달 시기 역시 연초에 집중되는 경향이 짙다.
올해 기업의 자금조달 중 차환을 목적으로 한 발행 비중은 34%까지 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차환목적의 발행비중이 20% 안팎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차이다. 실제로 4분기에도 은행 대출을 비롯해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의 비중이 컸다.
앞선 신평사 연구원은 "AA급 이상의 우량 기업들은 연초에 회사채 발행이 더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머지 발행의 경우 대출이나 사모시장, 기업어음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듯이 우량기업 중심으로 시장의 쏠림도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jsjeong@yna.co.kr
정지서
jsjeo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