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재계의 '메기 시대'입니다. 논어에서 시작된 메기론은 이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인재 철학이 됐습니다. 메기론의 골자는 논에 미꾸라지와 메기를 같이 둬야 미꾸라지가 더 튼튼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메기 출신이 비단 실무진은 물론, 이제 최고 경영층 자리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순혈주의'를 깨고 적극적인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기존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더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국내 주요 대기업의 외부 인재 영입 현황 및 배경 등을 정리하는 기사를 5꼭지로 정리해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국적이나 학력, 성별과 관계없이 LG그룹 사업에 필요한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먼저 찾아가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이 10년 전인 2013년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생전 입버릇처럼 '인재 육성'을 강조했던 그의 인재론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구 선대회장은 평소 '사람'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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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인재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적도 많다. 2011년 말 LG인재개발대회에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다.
당시 그는 최고경영진과 인사담당 임원들에게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유비가 삼고초려 하는 것과 같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며 "좋은 인재가 있다면 회장이라도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인재를 위해서라면 국내는 물론 해외 방문도 서슴지 않았다. 재계에선 구 선대회장이 2012년 R&D 인재 확보 차원에서 시작한 'LG 테크노 컨퍼런스'에 매년 빠짐없이 참석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건강 악화로 병상에 누워있던 2017~2018년에만 불참했다.
이 같은 '인재 중시' 문화는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학업을 갓 마친 젊은 인재뿐 아니라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임원으로 '인재의 범위'가 확장하는 모습이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직후부터 외부 수혈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순혈주의 전통을 깼다는 의미다. 그전까지 LG그룹은 대부분의 재계 기업이 그렇듯 외부 출신에겐 다소 보수적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부회장)를 들 수 있다.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의 '외부 영입 1호'로, 글로벌 기업 3M에서 수석부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부회장직에 외부 인사를 앉힌 건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LG그룹의 최고위급 경영진이 될 수 있다는 선포나 다름없었다. 더 이상 '출신'이 중요하진 않다는 시그널이다. 그렇게 신 부회장은 1947년 창립한 LG화학의 역사에 첫 외부 출신 CEO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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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LG그룹에 합류한 외부 출신들이 적잖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하만인터내셔널 출신 김철민 상무를 오디오·비디오(AV) 사업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AV는 사운드바를 포함한 홈오디오와 무선헤드셋, 무선스피커 등 퍼스널오디오 분야로 구성되는 사업이다.
이를 두고 인재라면 경쟁사 출신에게도 적극 러브콜을 보낸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만인터내셔널은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디지털 콕핏·카오디오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LS오토모티브테크놀로지스 출신 이재천 상무를 VS오퍼레이션그룹에 데려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LS오토모티브는 LS그룹의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이다. LG전자가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VS사업에 상당히 힘을 주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여기엔 마찬가지로 외부 출신인 은석현 VS사업본부장의 활약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제조사 보쉬 출신인 그는 지난해 전장사업의 턴어라운드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이 2019년 VS영업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출신 정수진 상무도 올해 LG전자 브랜드커뮤니케이션담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조주완 사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브랜드 '리인벤트' 작업에 더욱 속도를 붙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은 지난 7월 중장기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 바꿀 수 없는 것도 한번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기업 변혁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조직문화부터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까지 리인벤트 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을 포함해 LG그룹이 올 한해 영입한 외부 인재는 총 15명에 달한다. 홍관희 LG유플러스 사이버보안센터장(전무)과 진요한 LG CNS AI센터장(상무) 등 다양한 계열사에 포진해 있다.
정보보호 전문가인 홍 전무는 이력이 화려하다. 쿠팡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와 삼성카드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넥슨 정보보안실장 등을 거쳤다. 진 상무는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로 SK텔레콤에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추진그룹장, 이마트 디지털사업부 본부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LG그룹은 외부 인재 영입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전문역량을 빠르게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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