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노요빈 기자 = 2023년 서울외환시장은 전 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기조 속에 달러화의 강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예상만큼 하락하지 못했다.
달러-원 환율은 '상고하저' 전망이 우세했지만, 하반기에도 1,300원대를 웃도는 환율이 지속되면서 과거 평균보다 높은 '고환율'이 유지됐다.
지난 10월에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서는 등 금리 급등세와 함께 시장 불안이 커져, 달러-원 환율은 1,360원대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올해 외환시장은 전년에 비해 변동성이 크게 줄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초인 2월에는 외환당국이 그동안 미뤄왔던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구조 개선 방안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올해에는 외환당국과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는 숨 가쁘게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새로운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내년 시장의 큰 변화를 앞두고 올해 외환시장을 움직인 대형 이슈를 중심으로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 연중 박스권 환율…작년 같은 '쏠림' 없었다
올해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와 같은 급등락 장세는 연출하지 않았다.
연간으로 보면 연중 고점은 지난 10월 4일 기록한 1,363.50원이었고, 저점은 연초인 지난 2월의 1,216.40원이었다.
환율 변동 폭은 147.10원으로 지난 2022년(1,186.50원~1,444.20원)의 257.70원에 비해 110원 이상 줄었다.
저점과 고점 부근의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달러-원 환율은 대체로 1,260원~1,340원 범위에서 움직였다.
지난 10월 초 달러-원 환율은 3거래일째 연고점 행진을 이어가며 1,360원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고, 12월에는 연준의 피벗 전망이 대두되면서 환율은 1,3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는 장세를 나타냈다.
원화가 박스권 환율을 보인 것과 달리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초완화 기조가 유지되면서 원화에 대해 급락했다.
엔-원 재정환율은 지난 11월 16일 100엔당 856.14원을 나타내 2008년 1월 이후 15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 연준도 한은도 '고금리 장기화'…내년 피벗에 쏠리는 눈길
지난해 인플레이션 급등 이후에도 올해 물가가 예상보다 더디게 떨어지면서 글로벌 중앙은행에는 '고금리 장기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은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올해 1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이후 나머지 7번의 회의에서 동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은 각각 2월과 3월, 5월, 7월 회의에서 25bp씩 모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했다.
상당 기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는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장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속내를 내비쳤다.
한은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이례적 용어를 꺼내 들었고 이창용 총재는 통화정책 유기 기간이 "지금 보면 6개월보다는 더 될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고 언급했다.
반대로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지난주 FOMC 이후 내년 3월까지 상당히 앞당겨졌다.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인하 폭도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환율 불안 제한적
한은의 금리 인상은 지난 1월 3.5%로 마무리됐지만, 연준은 7월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 범위로 올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최대 2%P 높아진 것으로, 금리 역전 폭은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역대 최대의 금리 차에도 환율 불안은 제한됐다.
환율은 금리 차보다는 미 국채금리의 고공행진, 즉 절대금리가 높아지면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5%를 돌파한 것이 오히려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차가 환율을 형성하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며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을 밝혀온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는 "정말 부탁드린다. 한미 금리 격차의 프레임워크(틀)에서 벗어나달라"면서 "금리 차가 1.75%P로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고 우려가 컸지만 ㄴ네경험적으로 그렇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무역수지 16개월 만에 흑자로…수급 지형 달라질까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6월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5월까지 1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졌는데 이는 지난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 사이 29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난 이후 27년 만에 가장 긴 기록이다.
6월부터 9월까지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기조를 나타냈다. 그러나 10월부터는 2개월 연속 수출이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우리나라 수출은 핵심적인 달러 공급원으로 달러-원 환율의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달러-원도 좀처럼 1,300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 비중이 높은 점은 경제 펀더멘털 약화로 평가되며 이는 다시 환율 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수출이 회복되면서 내년에는 환율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특히 한국의 주력상품인 반도체 수출도 지난 11월에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합뉴스TV 제공]
◇ 외환시장 선진화 로드맵 제시…내년 7월 본격 개시
정부는 지난 2월 그간 미뤄둔 외환시장 선진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딛고 지난 70년간 유지돼온 외환시장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정부는 먼저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빗장을 풀고,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외국 금융기관을 비롯한 비거주자가 본인 명의의 계좌가 없는 은행과의 외환거래(제3자 외환거래)도 허용된다.
로드맵을 제시한 이후 당국과 시장 모두 잰걸음으로 새롭게 바뀔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전자거래플랫폼(AP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거래시간 연장에 대비해 나이트 데스크를 세우기 시작했으며, 내년 초를 기점으로 딜링룸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외환시장 참여를 원하는 외국 금융기관들로부터 등록도 받기 시작했다. 이달 초 기준 두 자릿수의 기관의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연금, 환 헤지 지속…외환당국 스와프 지원 계속
국내 외환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은 환 헤지를 지속했다.
연금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외환당국과 외환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연말까지 350억 달러 한도로 진행해 작년의 100억 달러보다 계약 기간과 규모가 확대했다.
스와프 계약을 사용하는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아 작년에 체결한 기존 스와프 계약의 만기가 도래할 때 롤오버(만기 연장)도 가능하게 했다.
현재 양 기관은 스와프 계약을 내년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여전히 달러-원 환율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인 1,300원대에 머물러 향후 환율 하락에 따른 환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결정으로 전해졌다.
연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적 환 헤지 비율을 최대 10%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연장했다. 이로써 연금은 필요시 당국과 스와프 계약을 통해 환 헤지를 한층 유연하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중 탄탄한 FX스와프 시장, 달러보다 원화가 귀해
외화자금시장은 예년보다 견조한 흐름으로 눈에 띄었다.
예상보다 강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긴축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내외 금리차를 반영한 수준에서 스와프 시장 충격은 제한됐다.
1년물 스와프포인트는 한미 금리차 확대에도 마이너스(-) 30원 선을, 6개월물은 -16원대를 저점으로 지지력을 받았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미국과 중국의 신용등급 강등, 중동 내 지정학 리스크 등 대외 불안 요인에도 무사히 지나갔다.
계절적으로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분기 말과 반기 말에는 오히려 원화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이 나타났다.
국내 은행은 풍부한 외화예금 등으로 유동성이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은행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43.3%로 규제 비율인 80%를 크게 웃돌았다.
◇ 시중은행 FX 야간데스크 박차…시범 운영 속 인력 부족 우려
올해 하반기 외환(FX) 딜링룸 과제는 외환시장 선진화였다.
특히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야간데스크 운영을 위한 채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 개장 시간은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대폭 연장된다. 늘어난 시간만큼 딜링룸 인력 충원은 불가피하다.
먼저 준비 속도가 빠른 곳은 야간데스크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주 단위로 야간 시간에 근무 인원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딜링룸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또한 전자거래플랫폼(API)을 전담하는 팀을 통해 기존부터 24시간 거래 체계를 운영하는 은행도 있었다.
시중은행들은 딜링룸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연말 정기 인사에 맞춰 인력 충원을 요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충원 여부는 미지수다. 내년 하반기까지 인력 확보와 노력과 우려는 공존할 걸로 보인다.
◇ 시장 관행 개선…초이스거래 근절·선도은행 개편도
내년 외환시장 개방을 앞두고 거래 질서도 한층 강화한다.
시장교란 행위로 논란이 된 초이스거래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표적이다.
외환당국은 초이스 거래와 종가 집중매매 등을 점검해 글로벌 거래 양식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개선할 뜻을 밝혔다.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시장 참여에 앞서 시장 전반에 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산하에 자율규제위원회를 설치한다. 위원회는 시장 참가자들로 구성해 이상거래 여부를 판단한다. 또 사안에 따라 당국에 보고하는 등 역할을 맡게 된다.
선도은행(FX Leading Bank) 제도도 전격 개편했다.
단순하게 양방향 현물환 거래량으로 선정하는 평가 제도가 초이스거래에 일부 기여했다는 지적을 수용해 거래량 산정 기준을 전격 재조정했다.
별도 유예기간 없이 내년 선도은행 선정에 변경된 기준을 적용해 소급 적용이란 지적에도 선도은행 역할에 시장 질서와 조성 의무를 강화했다.
이는 시장 관행을 개선하고 시장 조성 의무를 부여해 시장 활성화를 촉진해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증권사 일반환전 잰걸음…후속 제도 정비는 과제
금융투자업계는 일반환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기존에 초대형 투자은행(IB)에만 허용된 수출입 기업의 판매대금 등에 대한 외환 업무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9곳을 넘어 15곳으로 확대됐다.
유학이나 여행 등 일반 목적의 개인 환전 업무는 처음 가능해졌다.
이전까지 증권사는 투자 목적으로 환전 업무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환거래 규정 개정으로 일반환전은 법적으로 허용됐다.
다만 후속 제도 정비가 과제로 남아있다. 아직 내부통제 관련한 세부 요건이나 실제 환전 시 계정 간 거래 문제에 막혀 실제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나오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대상의 일반환전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주목한다. 이를 위해 송금 한도 확대나 현찰 수령 문제는 향후 개선 과제로 꼽힌다.
smjeong@yna.co.kr
ybnoh@yna.co.kr
노요빈
ybnoh@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