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지정학적 위기도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분쟁까지 발생하면서 지정학적 불안이 한층 고조됐다.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 재개로 성장 회복이 기대됐던 중국은 부동산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 헝다에 이어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유동성 위기가 이어졌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 기습 공격을 가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에 수백발의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특별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즉각 보복에 나섰다. 특히 민간인의 희생이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는 아니지만 이란이 하마스 공격을 지원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도 강세를 보이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한때 출렁댔다.
각국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양측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1월 24일부터 약 일주일간 일시 휴전에 돌입했지만 이후 전투를 재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맞물려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연쇄적으로 공격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중국 부동산 위기 지속
중국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업계의 위기는 올해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헝다(恒大·에버그란데)에 이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도 달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위기가 가속화됐다.
비구이위안은 최근 몇 년까지만 해도 계약 매출 기준으로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였다. 직원 수가 7만여명에 이르며 지금도 중국 전역에서 약 3천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규모만 보면 헝다그룹의 약 4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헝다 사태 때보다 중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조달원 역할을 해왔던 신탁산업마저 흔들리면서 중국판 리먼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도 고개를 들었다. 지방정부 산하 인프라 투자회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부동산 위기가 지방정부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 당국은 대출우대금리(LPR) 등 주요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부동산 매입 요건 완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일본은행, 우에다 체제 시작…변화 기대 고조
'영원한 비둘기'로 평가받는 일본은행은 올해 변화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 2013년 3월 취임해 역대 최장기간 일본은행을 이끌었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임기 만료로 퇴임하고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이 새 총재로 취임했다.
우에다 총재는 도쿄대 경제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을 연구한 학자 출신이다. 그간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은행이나 재무성(옛 대장성) 출신 인물들이 맡아왔기 때문에 우에다 낙점은 '깜짝 인사'로 평가됐다.
시장에서는 새 총재 하에서 일본은행의 초저금리 기조가 변화할지 주목했다. 기대와 달리 우에다 총재는 올해 완화 기조를 '끈질기게' 유지했다.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도 "임금과 물가 선순환이 강해지고 있는지 여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출구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연중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수정 등 미세조정이 이어진 데다 장기간에 걸친 완화로 부작용이 의식되면서 내년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 美 증시 주도한 '매그니피센트 7'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닷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플랫폼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이 올해 눈부신 활약을 보이며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인공지능(AI)의 확산과 양호한 미국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금리가 고점을 쳤다는 인식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애플 주가는 올해 약 50% 올라 시가총액이 3조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수요 부진이 우려되긴 했지만 상당한 현금 흐름과 아이폰 인기 지속으로 주가가 호조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내년 말 시총이 4조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생성형 AI 열풍에 힘입어 240% 급등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반도체가 생성형 AI 개발의 필수재로 여겨지면서 실적이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도 AI 관련주로 꼽히며 각각 55%, 54% 올랐다. 테슬라도 전기차 보급 지속에 100% 이상 올랐다.
◇ '버핏 영혼의 단짝' 찰리 멍거 영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11월28일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멍거 부회장은 투자 파트너로서 약 60년간 버핏과 함께했다.
멍거 부회장은 버크셔 주주총회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말을 삼갔지만, 사석에서는 버핏 회장에게 적극적인 조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버핏이 멍거 부회장의 조언에 따라 1972년 초콜릿 업체 시즈캔디를 인수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버크셔는 시즈캔디 투자를 통해 누적 2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박을 터뜨렸다.
저렴한 가격에만 집착했던 버핏이 '합리적인 가격의 훌륭한 기업'을 모색하게 한 조력자로 평가받는다.
버핏과 멍거의 경영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196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0.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S&P500지수의 두 배 수준이다.
올해 초 기준 멍거 부회장의 재산은 23억달러(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jhmoon@yna.co.kr
문정현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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