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이수용 기자 =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부담이 커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이 2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 이자환급에 나서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지 주목된다.
자영업자 등 고금리 취약차주에 총 지원금액 중 1조6천억원 가량을 할애해 최대 300만원, 평균 85만원 정도의 이자를 돌려주기로 하면서 187만명 정도가 혜택을 보게 됐지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은 숙제로 남는다.
특히 신용도가 낮아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데다, 혜택을 받는 대상의 소득 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이자 환급을 할 경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권이 사회적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자율적 협의'를 통해 대규모 지원에 나서는 데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지원안 마련의 계기가 정부의 개입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여전히 비판의 여지가 있다.
◇'자율 협의'라지만 정치권·금융당국 압박에 두손 든 은행권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국내 20개 은행장들은 2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2조원+α'를 출자하는 내용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의 이번 민생금융지원방안은 올해 초에 이은 두 번째 발표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들이 고금리 상황에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올 가을에도 고금리에 허덕이는 취약차주를 위해 은행들이 도외시하고 있다고 거듭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은행권은 부랴부랴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약차주 긴급 생계비 지원, 채무 성실 상환 대출자 지원,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대출 보증 재원 추가 출연 등 방안들이다.
하지만 지원 방안 중 상당 부분이 보증 재원의 승수 효과 등까지 모두 지원 규모에 포함한 '부풀리기'라는 비판이 거셌다.
공교롭게도 올 3분기 실적발표에서 역대 최대규모의 이자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나면서 은행들의 돈 잔치 논란이 재점화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10월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며 또 한번 은행들을 겨냥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상생금융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야당은 횡재세를 들고 나왔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자 경감을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압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 지주회사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 수익 증대는 국민들의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19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 부담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부담 경감이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은행권이 1인당 최대 300만원 '캐시백'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로 이번 방안은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부담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일단 업계에선 코로나19 기간 대출을 받고 고금리로 힘들어 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직접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방안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가시적인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직접 이자를 환급해주는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원 대상의 범위가 수가 넓은 우리나라 산업구조 특성상 효과의 크기가 작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형평성…실효성은 어디에?
다만 이번 상생금융방안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다.
우선 형평성 문제다.
신용도가 낮아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는데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은행 이자 장사' 비판이 상생금융 논의의 출발이 된 만큼 이들 역시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 제한한 금리 인하 대상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만 콕 집은 '핀셋 지원'은 국민 편 가르기 논란으로 번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자영업자 채무를 최대 90% 탕감하고 청년층에게는 이자를 깎아주기로 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일단 금융당국은 코로나19에 이어 고물가·고금리로 오랫동안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취약계층이며 일반 취약차주의 경우 기존 서민금융 지원 프로그램으로 충분히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형평성 논란은 지원대상을 정해야 하는 상황에선 불가피하게 나오는 문제"라며 "애초에 정답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상생금융 요구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규모 사회 환원 방안을 내놓는다고 해서 압박이 완전히 끝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높은 이자 이익을 거둘 때마다 상생금융 요구를 받는다면 그 자체만으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은행의 건전성 악화와 주가 하락 등은 부수적인 피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직접 이자를 대폭 감면해주는 조치가 배임 논란으로 번지지 않을지 걱정하는 눈치다.
상생금융 기여금이 늘어나면 그에 따르는 이익 감소로 배당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2조 원가량의 상생금융을 실행할 경우 앞으로는 이보다 더 큰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우리나라 은행들이 사회공헌에 당기순이익의 6~7%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번 처럼 10% 상당액을 추가지출하고 기존에 지원하던 상생금융안까지 감안한다면 연간 당기순이익의 20% 육박하는 수준의 지출이 생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건전성 문제 뿐만 아니라 주주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이런 방안을 과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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