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SK온 등 등급 하향 기준 충족도…전망은 제각각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SK그룹을 바라보는 채권 시장의 분위기는 아직 냉랭한 모습이다. 투자 부담을 높였던 SK하이닉스와 SK온의 실적 반등 시점을 주시하면서 그룹의 재무 여력을 살피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커진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SK온의 배터리 산업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우려를 온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SK온의 경우 채권내재등급(BIR·Bond Implied Rating)이 신용등급을 밑도는 디스카운트 현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등급 하향 요건 일부 충족, 턴어라운드 시점 주시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AA)는 올 3분기 말 기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의 등급 하향 검토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영업 적자를 이어간 데다 설비 투자 등으로 차입 부담도 늘어난 여파다.
일례로 한국신용평가는 등급 하향 검토 기준으로 연결 기준 'EBITDA/매출액 45% 미만'과 '순차입금의존도 15% 초과' 지속을 제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말 EBITDA/매출액은 10.9%였다. 지난해 3분기 말 51.9%였다는 점에서 급격히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순차입금의존도는 15.2%에서 25.5%까지 치솟았다.
SK온 또한 적자 실적 탓에 등급 하향 검토 기준 일부를 충족한 상황이다.
SK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한 후 적자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올 1~3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5천631억원이었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SK온의 등급 하향 변동 요인 중 하나로 각각 '부진한 영업 실적 지속'과 '연결 기준 영업 적자 지속'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하향 검토 기준은 '순차입금/EBITDA 7배 초과 상태 장기간 지속'이다. 하지만 SK온이 마이너스(-) EBITDA를 기록하면서 해당 지표가 무의미해졌다.
SK하이닉스와 SK온이 그룹 차입 부담의 중심에 있는 만큼 이들의 펀더멘탈 변화가 SK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앞서 지난 9월 세미나를 통해 "SK그룹 사업 전략 유지를 위해서는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이 필수"라며 "반도체와 배터리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그룹 전반의 재무 융통성에 부담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SK온의 흑자 전환도 그룹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지목받고 있다. 당분간 연간 7조원 수준까지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언급되고 있는 만큼 이에 부합하는 이익창출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SK온은 SK이노베이션 신용도까지 영향을 미친다. 자회사인 터라 SK온의 실적 및 차입 부담 등이 SK이노베이션에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아직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에 대해선 신뢰를 드러냈다. 다만 배터리 부문이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는 신용평가사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한국신용평가는 앞서 언급한 세미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AA+'에서 이미 등급이 하락한 바 있고 유상증자나 보유자산 유동화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여력도 있다"며 "정유 부문이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터리 부문의 부담이 당장 신용도를 저하할 요인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기업평가 측은 지난 8월 세미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면 등급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다만 올해 실적만을 보진 않을 것인 데다 배터리 수익구조 안정화와 전망도 중요하게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신용 등급 하방 압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의 EBITDA/영업자산 지표가 올해 1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어 등급 하향 검토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룹 신용도 한숨 돌릴까…SK온 디스카운트는 현실화
최근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진 점은 SK그룹을 둘러싼 불안을 완화하는 요소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딛고 반등하는 분위기가 드러나면서 SK하이닉스 역시 4분기에는 실적이 대폭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에 S&P는 메모리 가격 회복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을 이유로 SK하이닉스(BBB-)에 달았던 '부정적' 전망을 '안정적'으로 바꿔 달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반도체는 지난해 기준 SK그룹의 EBITDA 중 절반 이상인 5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SK하이닉스 실적 회복이 SK그룹 신용도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셈이다.
출처 : 한국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반등은 SK그룹의 펀더멘탈 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 경우 SK온이 기대만큼 잘 풀리지 않아 결국 SK이노베이션은 물론 장기적으로 SK 전반에 부담을 주는 사태가 펼쳐져도 SK하이닉스가 이를 완화해주는 효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회복 기대감이 싹트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달리 SK온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분하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마냥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긴 어려운 실정이다.
SK온은 이미 채권 시장에서의 입지 구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NICE C&I에 따르면 전일 SK온의 내재등급은 'A'로 실제 등급(A+)보다 1 노치(notch) 낮았다. 내재등급은 유통시장에서의 가격 등을 반영해 재산출한 것으로, 실제 등급보다 낮을 경우 시장에서 채권이 저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K온은 지난 10월 회사채 데뷔전을 마쳤다. 당시 A급 신용등급 및 초도 발행사라는 한계 등으로 미매각을 겪었다. 이에 내재등급 측면의 부담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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