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피벗도 물가둔화 못 막을 것"
변수는 유가·부동산…기대감 차단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한국은행 등 주요 중앙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물가가 실제 둔화 경로를 완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가가 둔화하고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지만, 유가 및 농산물 가격 상승 등 공급충격이나 금리 하락 기대감에 따른 부동산 수요 증가 등 불확실성도 즐비하다는 지적이다.
◇ "물가 둔화 경로" 전문가 의견 일치
22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 중 국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데 거의 이견이 없는 상태다.
고유가와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 수요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정점을 지났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달러-원 환율의 하락도 물가 둔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면서다.
특히 경기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물가 역시 다소 드라마틱한 둔화세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하는 시각도 나타났다.
JP모건은 내년 하반기 한국의 CPI가 2.0%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전망치는 3.0%, 연간으로는 2.5%를 점쳤다.
소시에테제네랄(SG) 은행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5%, 2.7%를, 연간으로 3.0%를 내다봤다. 속도는 다소 더딜 것으로 봤지만 둔화 경로에 있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했다.
국내 금융사들도 판단은 비슷했다.
메리츠증권이 내년 상반기 2% 중후반대, 하반기 2% 초반대를 점쳤고, DB금융투자는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급격한 인플레 둔화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대신증권은 내년 1~4분기 2.9%→2.6%→2.4%→2.2%로 점진적인 둔화를, 신영증권은 연간 2.6% 상승률을 내다봤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보복소비 수요로부터 기인한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과 국제유가 및 공급망 병목현상 등 공급측 압력 모두 2022년 중반을 정점으로 둔화 추세이고 코어 인플레 상승 추세는 이미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면서 "통화정책의 효과도 비교적 신속하게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줄였다"고 말했다.
◇ "연준 피벗으로 물가 반등 가능성 낮아"
미 연준의 다소 이른 피벗이 CPI 둔화 경로를 저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달(12월) 미국 연준의 피벗 정도가 긴축을 축소하는 정도이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정도의 완화적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태신 SG은행 글로벌마켓 한국대표는 "연준도 적극적인 금융긴축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는 듯하나 적극적인 금융완화로 이전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비록 연준의 피벗을 선제 반영하면서 금융완화 기조가 굳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미국의 실질 이자율이 완화적 수준에 들어왔다고 판단할 레벨은 아니다"며 "수요 확대 기반의 인플레 압력으로 재현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종승 KB증권 채권운용1부 이사는 "연준의 피벗은 인하 사이클로의 전환이라기보다 과잉 긴축을 걷어내는 수준을 걷어내는 정도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인플레를 유발할 정도의 인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이른 피벗도 물가 둔화 경로를 바꾸지 못할 정도로 내년 경기를 보는 시각이 어둡다는 시각이 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피벗에 따라 경기 하강 속도가 늦춰지면 물가 둔화 역시 어느 정도 제한을 받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를 돌아보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지만, 물가는 상승하지 않았다. 이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동산 반등할 시 물가엔 리스크"
다만 물가 둔화에 걸림돌이 될 요인들 역시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가 및 농산물 가격 상승이나 부동산 경기 반등이 꼽힌다.
박태신 대표는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민간 부분에서의 부동산 가격 및 전세(임대) 가격 상승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며 "금리 수준이 빠르게 하락하는 동시에 장기적 금리하락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강화될 경우 이에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부동산 수요 증가가 자칫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승 이사는 "지정학적 분쟁의 재점화 또는 중국 경기 회복에 따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잡히지 않으면 인플레기대가 높아지고 물가와 임금이 연쇄적으로 가격상승에 영향을 미치며 핵심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기상 이변 또는 무역 분쟁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석길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측 요인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가파르게 오르게 되는 경우는 국제유가 움직임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kim7@yna.co.kr
김정현
jhkim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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