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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신탁 후폭풍-②] 장부가 평가가 문제…'풍선효과' 우려하는 부동산PF

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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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노현우 기자 = 금융감독원이 채권형 랩·신탁 시장을 정조준하자 증권사들은 이미 후속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금감원이 고객에 대한 손실 전가를 주목한 것과 맞물려 업계에서는 기존의 장부가 평가를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등 자정 작용에 한창이다.

다만 업계의 이같은 노력에도 사실상 랩·신탁 시장의 냉기가 돌기 시작한 만큼 시장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으로의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 랩·신탁, 장부가→시가평가 전환한 증권사들

27일 금융당국과 채권시장에 따르면 금감원이 이번 검사 결과를 통해 지적한 손실 전가는 미스매치 운용과 장부가 평가의 복합 작용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금감원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맞물려 증권사가 주도하는 신탁과 랩어카운트 시장이 자금시장의 잠재 불안 요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검사를 기획했다.

증권사들은 중·단기 자금이 주로 유입되는 랩·신탁 시장에 만기가 긴 채권을 편입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1년 만기 상품에 3년, 5년물을 섞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파킹거래가 뒷받침되긴 했지만, 듀레이션이 길어질수록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 보니 더 많은 파킹 거래를 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관행처럼 적용해온 장부가 평가도 문제를 키웠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치솟았던 시장 금리는 올해 들어 잠시 오름세가 주춤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상승 기조를 유지했다. 금리 상승기에 이전에 발행한 채권들은 하락한 가격을 감내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이를 장부가로 평가하며 당장의 손실을 과거의 가격으로 덮어왔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다 보니 장부가 평가와 파킹 거래를 통해 시간을 벌어왔다"며 "실질적인 손실이 전가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장부가 평가가 운용역들에게 안심을 준 부문은 있다. 수익만 그대로 돌려주면 되니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해온 게 업계의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에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장부가 평가의 관행을 고쳐야 파킹거래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일부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월·분기 기준으로 자산을 시가평가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랩·신탁 상품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랩·신탁 시장은 단순한 리테일 관점을 넘어 기업의 자금조달,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중요한 영역"이라며 "시장 전반에 위축된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 CP 시장 위축…부동산 PF도 위험하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선제로 반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축된 랩·신탁 시장이 금융시장에 미칠 반작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다수의 고객 자산을 집합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개별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자금 수요를 고려한 단독 운용이 가능했던 랩·신탁은 법인고객의 단기 자금 운용 수단으로 널리 애용돼왔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 법인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3년의 랩·신탁 상품을 선호했다. 이들에게 랩·신탁은 예금 금리에 알파(α)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마침맞은 상품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랩·신탁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법인들의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렸다.

법인들의 유동성이 MMF와 같은 안전자산에 쏠리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를 비롯해 곳곳에서 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D 여전사 관계자는 "랩·신탁 논란 탓에 올해 하반기 들어 유독 조달 부담이 커졌었다"며 "일부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어쨌든 여전사 입장에선 랩·신탁을 통해 장기물 CP를 소화했는데, 절대적인 수요처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시장을 향한 우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랩·신탁 상품에 대한 수요 위축으로 주된 투자처인 CP 시장마저 쪼그라들게 되면 결국 부동산 PF 시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PF의 장기 론에 증권사들이 확약을 씌워 단기로 돌리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게 랩과 신탁"이라며 "당장 레고랜드 같은 사태가 없다고 하지만, 내년 총선 이후 제2의, 제3의 레고랜드 사태가 없으리란 법이 없다. CP 기반의 단기자금시장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여의도 전경가

[촬영 류효림]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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