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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워크아웃] 숨가빴던 시간에도 느긋했던 산업은행

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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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이미란 기자 =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문제로 워크아웃까지 신청하는 숨가쁜 상황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담당 부서도 지정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응을 보여 의문을 자아냈다.

채권은행뿐만 아니라 PF사업장 채권단까지 아울러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태영건설은 28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돼 이를 통보받았고 이에 워크아웃, 즉 기촉법에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하루 전인 27일에도 ㈜에코시티 PF대출 관련 유동화 증권 80억 원, 네오시티㈜ 관련 유동화 채권 50억 원 등 130억 원의 브리지론 PF를 인수했다. 지난 15일에는 네오시티 관련 유동화 증권 222억 원을 신규 매수하고 기존 보유한 1천528억 원의 만기를 연장했다.

이달 들어 태영건설이 이렇게 숨 가쁜 행보를 보이면서 워크아웃 행이 확실시됐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를 담당할 부서도 지정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느슨한 행보를 보였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담당 부서를 결정할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구조조정본부가 맡지만 이번에도 그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PF 대출 규모가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자체 판단하고 이달 중순 한 법무법인을 통해 산업은행에 워크아웃 의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대해 알아본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며 태영건설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기촉법 시행을 기다리면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진단도 나왔다.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근거인 기촉법은 지난 10월 일몰됐다가 지난 26일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됐다.

금융위원회는 기촉법의 후속조치로 워크아웃의 세부 절차를 구체화한 기촉법 시행령안을 정비하고 있으며, 내년 1월 9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정부는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대응방향을 공개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건설사의 워크아웃은 PF사업장 등 다른 기업의 워크아웃에 비해 복잡하다며 기업개선계획 등 워크아웃 약정을 체결하는 데에는 최장 4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약정 체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상거래채권은 태영건설이 자체 해결한다고 했지만 태영건설의 현재 자금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막바지에 몰려서야 태영건설에 부실기업징후를 통보한 데에서 보듯 산업은행이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이후의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서 워크아웃을 겪었던 쌍용건설의 경우 결국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간 뒤 매각될 수 있었다"며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도한 민관합동 PF사업장 조정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사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여건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사업계획 변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하지만 공공부문 관계자들이 감사나 사법리스크 등을 언급하며 경직된 모습을 보여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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