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연기금 10대 뉴스] KT로 시작한 한해…해외부동산 투자건 '폭풍전야'

23.12.29.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 연기금은 국내·외에서 쏟아진 각종 악재를 버텨야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부터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무너진 금융시장을 긴밀하게 대응해야 했다. 무엇보다 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큰 연기금과 공제회에는 미국·유럽발 해외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장 타격이 컸다. 이들은 현재진행형인 숙제를 안고 내년을 맞이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KT 등 대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금융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업 저격하는 국민연금 CIO…공익 vs 관치

올해 초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본부장(CIO)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하며 KT와 포스코 등 특정 기업을 공개 저격했다.

서 본부장은 "포스코와 KT 같은 기업에서 황제 경영 같은 우려가 해소되려면 지배구조가 건강하게 개선돼야 한다"며 "셀프 연임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구현모 대표를 낙점하자 보도자료까지 내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재차 지적했다.

결국 구현모 KT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다. 다음으로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된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도 각종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KT 사외이사 후보 3인을 모두 끌어내린 국민연금은 KT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결정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졌다. 5개월 넘는 경영 공백이 드디어 메꿔졌던 순간이다.

◇SVB부터 CS까지…각종 글로벌 악재 노출된 한해

연초부터 미국 SVB 파산으로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국민연금의 SVB 관련 익스포저는 작년 말 기준 총 1천400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SVB 주식이 1천218억원어치, 위탁운용사를 통해 보유한 SVB 채권도 171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3월 10일 은행 폐쇄가 결정되기 직전 해당 익스포저의 일부를 매도했고 10일 SVB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운용 규정에 따라 13일 운용사에 매도 지시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SVB를 비롯한 미국 지역은행들의 주가 급락에 이어 스위스 양대 은행 중 하나인 CS마저 무너지며 UBS에 인수됐다. CS의 신종자본증권(AT1·코코본드)이 전액 상각 처리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말까진 CS의 AT1 채권 3종을 약 110억원어치 보유했지만, 지난해 CS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AT1 신용등급도 떨어지자 전액 매도했다.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던 최고의 한 수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역 근무시간 ETF 매매 적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특별감사에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직 상당수가 근무 시간에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단은 93명의 비위 행위를 확인한 뒤 14명의 직원에 대해 정직 등 징계 조치를 했고 월 3회 미만 거래자에 대해선 확인서 징구 및 구두 경고를 적용했다.

ETF에 대해서도 운용역들의 매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ETF상품 개인거래 준수사항'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기금운용 업무와 관련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장지수 추종 ETF를 제외한 모든 ETF 상품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다.

다만 이를 규정화하면서 기초자산이 채권·원자재 등으로 구성된 국내 ETF 등은 거래가 가능하게 했다. 해외 ETF도 단일 종목 주식과 연계된 상품만 거래 금지 대상으로 명시했다.

◇국민연금·한은, 신규 외환스와프 체결…환헤지 최대 10% 연장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올해 4월 외환스와프 신규 계약을 350억 달러 한도로 합의했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사들이지 않고 한국은행을 통해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양 기관은 작년에도 총 100억달러 한도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 약 70억 달러 규모 계약이 실행된 후에 작년 연말 종료됐다.

이달에는 해당 거래를 내년 말까지 1년간 연장하는 데 재합의했다.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한도 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내년에도 환율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해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최대 10%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기금위는 환율 급등 이후 안정화에 따른 환손실에 대비하고자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0%에서 시장상황에 따라 최대 10%까지 한시적으로 상향한 바 있다.

환율이 여전히 높은 만큼 향후 발생할 환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전략적 환헤지 비율 상향기간을 내년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기금위는 판단했다.

◇'수책위 패싱' 우려 낳은 지배구조 개선위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에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개선위)'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수탁자책임위원회 패싱 우려가 제기됐다.

개선위는 10명 내외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다. 모두 이사장이 위촉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존속기간은 2년이다.

개선위가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수책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투자위원회가 행사하고, 개선위는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에 대한 개선 의견을 제시한다"며 "개별 기업에 대한 의결권 및 주주권행사 결정 등은 다루지 않으므로 위원회 간 역할은 상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끊이질 않자 국민연금은 개선위 명칭을 '지배구조 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로 변경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기금운용수익률 언급된 연금개혁안

올해 정부는 연금개혁을 도전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는 보험료율, 연금지급 개시 연령, 기금투자수익률 등 3가지 변수를 조합해 총 18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 9%인 보험료율은 12%, 15%, 18%로 각각 올리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은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상황을 제시했다. 기금투자수익률은 현재보다 0.5%포인트와 1%포인트 상향시키는 경우로 상정했다.

기금투자수익률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만큼 그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서술됐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기금운용본부의 기본급여를 상향하고 성과보수의 변동 폭을 줄여 민간 회사 총보수의 평균치 정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보수체계를 제안했다.

해외·대체투자 확대를 위해선 현지 채용을 강화하고 인수합병 또는 자회사 설립 같은 유연한 조직 구성이 가능하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사무소는 국내 대체투자 인력 중심의 실질적인 대체투자 운용 프론티어 조직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최종적으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50%'와 '보험료율 15%와 소득대체율 40%' 등 2가지 모수개혁안을 제안했다.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연금특위는 지난 4월까지였던 활동 기한을 10월 말까지 한 차례 연장했으나 21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 29일까지 재차 연장했다.

◇국민연금 운용역 성과급 허들 폐지

국민연금 기금운용역에 대한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이 15년 만에 폐지됐다.

최근 3년간 평균 운용 수익률이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초과할 경우에만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명시한 부분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우수 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앞선 규정대로라면 국민연금 운용역들은 내년 사상 처음으로 성과급을 한 푼도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작년 수익률이 마이너스(-)8.47%를 기록했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020년 0.5%, 2021년 2.5%, 2022년 5.1%로 급등했다.

복지부는 "성과급 지급 최소기준 폐지로 초과 성과 달성이라는 기금본부의 조직 목표와 성과급 지급체계의 정합성을 높이게 됐다"고 자평했다.

◇연기금 작년 운용손실 만회…대체투자 공정가치평가 반영 'NO'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반년 만에 작년 손실을 모두 회복했다.

올해 1~9월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은 8.66%(잠정)로 집계됐다. 이 기간 수익금은 80조3천830억원, 기금 설립 이후 누적 운용수익금은 531조6천670억원, 기금평가액은 984조1천610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주식과 채권시장의 이례적 동반 하락으로 79조5천518억원의 손실을 냈는데, 올해 6월부터 이를 모두 만회한 후 추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 초 세계 은행권 위기와 경기침체 우려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와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주식·채권 모두 강세를 보이며 양호한 운용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자산별로 살펴보면 금액가중수익률 기준 국내주식 13.43%, 해외주식 16.07%, 국내채권 2.54%, 해외채권 7.25%, 대체투자 7.39%로 나타났다.

다만 대체투자는 이자·배당수익 및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의한 외화환산이익으로, 공정가치 평가액이 반영되지 않았다.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는 연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사학연금도 12월 19일 기준으로 2조5천34억원의 운용수익을 기록하며 작년 손실(1조8천705억원)을 모두 회복하고도 추가 수익을 냈다.

자산군별 수익률은 국내주식 18.3%, 해외주식 22.1%, 국내채권 7.9%, 해외채권 8.2%, 국내대체 5.3%, 해외대체 4.1%이다.

◇연기금·공제회 해외 대체투자 부실 우려

감사원은 올해 국내 3대 연기금과 8대 공제회를 대상으로 해외 대체투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간 연기금·공제회는 해외 상업용부동산에 대부분 중·후순위 투자했다.

올해 6월 말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의 해외대체투자 잔액은 1천153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가 973억달러로 대부분이었고, 여타 연기금 및 공제회는 180억달러가량을 차지했다.

투자대상별로는 인프라 및 사모투자가 737억달러고 부동산은 416달러다. 부동산 중 상업용 부동산 비중은 45%를 차지했다.

잔존만기는 5년 이상 비중이 60%였다.

투자지역은 북미(49%)와 유럽(28%) 비중이 컸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해외대체투자 비중은 작지 않다. 국민연금은 13.4%로 집계됐는데, 연기금과 공제회를 합치면 33.2%다.

특히 공제회들의 해외 대체투자 쏠림이 유독 심하다.

각 공제회의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행정공제회는 54%, 한국교직원공제회 44.3%, 경찰공제회 41.7%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내년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지난해 투자손실을 만회하고 추가수익을 내고 있다고 하지만 올해 급락한 부동산 가격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연말 공정가치평가를 진행한다면 충격파가 클 수 있다.

◇국민연금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대폭 축소

올해 중순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국내주식 거래증권사를 기존보다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책임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일반거래가 36개사에서 26개사, 사이버거래가 7개사에서 6개사, 인덱스거래가 18개사에서 15개사로 줄었다.

일반거래 내에서도 등급별로 1등급은 8개에서 6개, 2등급은 12개에서 8개, 3등급은 16개에서 12개로 축소됐다.

증권사 법인영업본부와 리서치본부는 국내주식을 140조원 가까이 운용하는 초대형 고객을 한순간에 잃을 위기감에 휩싸였다.

성탄절을 앞두고 내년 거래증권사 선정 결과가 나왔다.

일반거래 증권사 선정에서는 대형사이자 직전 1등급이던 NH투자증권을 포함해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UBS증권, 교보증권, JP모건증권, 흥국증권 등 10개사가 낙마했다.

26개 중 9개 자리가 외국계 증권사에 돌아가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1등급 메달의 절반을 가져갔다. 직전에는 모두 국내 토종 증권사가 차지했던 자리다.

반년 넘게 국민연금 수성전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던 만큼 예상보다 등급이 낮거나 탈락한 하우스들의 실망감도 컸던 한해였다.

hrsong@yna.co.kr

송하린

송하린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