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김학성]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공모 규모 5천억원 이상의 '빅딜'이 자취를 감췄다.
코스닥시장에서도 2018년 이래 처음으로 1천억원 이상 공모가 1건에 그쳤다.
이에 대규모 IPO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기관 대상 세일즈에 강점이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실적 가뭄에 시달렸다.
2일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2023년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IPO 주관 실적을 기록한 외국계 IB는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이 유일했다.
다만 CS도 두산로보틱스의 4천212억원 규모 IPO에서 468억원만을 담당하며 리그테이블 순위 14위에 그쳤다.
그다음으로 큰 IPO였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4천192억원)는 주관사단이 전부 국내 증권사로 꾸려졌다.
지난해 IPO 시장에서는 공모 규모 500억원 이하 중소형사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나 유니콘들이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컬리(JP모건)와 케이뱅크(JP모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골프존카운티(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IB를 주관사단에 포함한 기업들은 작년 초 상장 계획 연기를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IB에 주어진 일감이 많지 않았다.
이런 풍경은 외국계 IB들이 최근 수년간 국내 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던 것과 대조된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IPO에서는 모건스탠리가 KB증권과 더불어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다. 공동주관사에도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이름을 올리며 조 단위 실적을 쌓았다.
이에 2022년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 IPO 주관 순위에서는 상위 7곳 중 4곳이 외국계 IB로 채워지기도 했다.
2021년에도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SK아이이테크놀로지, 현대중공업, 카카오페이, 케이카 등 딜에 외국계 IB가 주관사로 참여해 일익을 담당했다.
올해에는 보다 규모가 큰 IPO가 등장해 외국계 IB의 역할이 지난해에 비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IPO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2022년 초반 이후로 잠재적 상장 주자들이 쌓여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기업가치 3조원 안팎이 거론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주관사로 CS와 UBS, JP모건 등 외국계 IB를 대거 포함한 뒤 작년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상반기 내에 상장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간편송금 앱 토스 운영사로 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겨냥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최근 여러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며 IPO의 첫발을 뗐다.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조 단위 공모를 성사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IB와도 손을 잡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딜은 국내에서 전부 세일즈가 안 될 수도 있으니 외국계 IB에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세일즈를 맡긴다"며 "국내사도 해외 세일즈를 할 수 있지만, 발행사 입장에서 잘 안됐을 때의 타격을 고려해 (외국계 IB에) 맡기는 게 안전하다고 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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