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전했다…우리도 개혁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온라인 사전공약 성격의 '어젠다 47'을 살펴보고 "트럼프가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실현 가능한 정책들로 글로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을 위시한 자국 우선주의 도래 속에서 우리나라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념이나 정파를 추종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에 아주 충실한 사람"이라며 "어젠다 47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공약들은 정책이 옳고 그르건 지난 4년간 트럼프가 많이 준비했다는 것이고 대통령 당선 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나온 트럼프 공약의 핵심으로 보호무역을 통한 국익 우선, 저렴한 에너지 가격 유지정책, 기존 교육제도의 개혁, 반 이민정책 등을 꼽았다. 이러한 공약이 나온 배경으로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대표되는 미국 전통 산업의 쇠락과 양극화 등을 지목했다. 트럼프가 경제적 우선 과제를 확실히 찾았고, 인기가 있을 만하다고 진단했다.
정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트럼프를 따라 괴짜 정책들이 많이 나오지만, 진짜 트럼프는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서 잘 발전했다"며 "공약들이 실현됐을 때 미국은 괜찮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트럼프의 공약으로는 관세율 대폭 인상을 선정했다. 미국이 시작하면 다른 나라도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보호무역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이 트럼프와 어떤 작용을 일으키느냐를 관건으로 짚었다.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거를 딛고 나아갈 수 있는지, 상황이 더 악화하는지 불확실해서다.
정 소장은 "둘 다 경제적으로는 하방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휘둘릴 만큼 약소국은 아니라고 정 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한은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일 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한반도 전쟁 우려를 직접 해명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경제를 아는 외국인 시장참가자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크게 보지 않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정 소장은 "최근 중국을 통한 한국의 중간재 가공 수출 비중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미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어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미중 무역 갈등의 빈틈을 잘 파고들면 새로운 기회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트럼프의 친환경 정책 폐지 부분은 태양광과 풍력,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의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석유와 천연가스, 철강 조선 등에는 긍정적 영향을 준다"면서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세계의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고, 또 언제든 대재앙으로 닥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듯해 트럼프도 이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소장은 트럼프만 볼 것이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중국의 스탠스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모두 친미로 갔을 때 파장이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거리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로서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이 큰 미국에 대한 투자는 기업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다고 보이지만,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더라도 이는 미국의 강한 요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라는 것을 중국에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미북, 남북 관계의 개선이 자칫하면 중국포위 전략으로 인식돼 동북아 전체의 긴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친환경 정책도 미국이 마냥 손을 놓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정 소장은 추정했다. 이산화탄소 감축 등에 앞장서는 중국에 미국이 리더십을 뺏길 수는 없을 것으로 봤다.
시장금리는 하락, 달러 가치는 상하방이 모두 열려있다고 점쳤다. 금리만 보면 달러 가치에 부정적이지만, 유럽·중국 대비 양호할 수 있는 미국 경제와 트럼프의 재정지출 축소가 만나면, 미국에 대한 신뢰와 달러 가치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경제 체제는 또 한 번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 스스로도 이전보다 개선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리나라도 변하지 않으면 국제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위기를 맞는다. 정 소장은 국내 위정자들을 향해 개혁을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정 소장은 "트럼프는 확실히 공부가 됐고 이는 우리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며 "한국 경제가 당장은 글로벌 파고에 버틸 체력이 있지만, 서서히 곪아가는 느낌"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은행 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독과점 구조를 해체하고 연금·조세 개혁도 시급하다"며 "뒤로 미룰수록 개혁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1978년에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자금부와 조사부, 은행국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금융안정분석국장,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 등을 지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jhlee2@yna.co.kr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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