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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외환시장 선진화 시작④] 딜링룸의 기대와 우려는

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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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지난 2월 정부가 외환시장 선진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시장 참가자들과 정부는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며 선진화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1월부터 6개월 동안 시범운영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보완할 부분을 찾고, 7월부터 본격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중대한 과제가 남게 됐다.

4일 주요 시중은행과 외은지점 딜링룸을 이끄는 수장들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장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들은 원화가 선진국 통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으로 봤으며, 올해부터 외환시장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 외국 금융기관인 해외 외국환업무 취급기관(RFI)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코스피가 1% 넘게 하락한 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2024.1.3 utzza@yna.co.kr

◇ 원화 위상 제고·유럽장 대응 가능

이번 선진화를 통해 원화 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 금융기관도 참여하는 등 시장이 확대되고 원화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원화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또한 개장 시간이 런던 시간대까지 확대되면서 유럽시장에 대응할 여력이 높아진 것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JP모간체이스의 오종욱 지점장은 올해 RFI가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첫해라면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고 있고 아직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남아있지만 외환시장 선진화로 원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해외투자자들의 원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지점장은 선진화를 앞둔 국내 금융시장의 펀더멘털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우려가 아직 남아있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로 인한 대외자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안정적인 신용부도스와프(CDS)와 달러 스와프 시장은 외화 유동성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적어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IBK기업은행의 이동운 부장은 "개장시간 연장시 유럽장과 뉴욕장 초반까지 거래가 가능하고 해외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대고객 환전 편의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에 비하여 환위험 관리나 외환시장 접근성이 제한적인 중소기업 대상으로 외환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내용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며 "특히, 런던 등 유럽 진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야간시간 효과적인 환전 및 환위험 관리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야간 시간대 유동성 우려 여전…"위안-원 시장처럼 될라"

거래 시장 연장과 함께 시중은행들은 야간 데스크를 일부 시행하고 있거나 상반기 중에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야간 시간대에 호가를 제공하는 은행에 대해 선도은행 선정을 평가할 때 가점을 제시하는 등 정부가 시장 조성을 위한 노력을 제기하고 있지만 충분한 유동성이 나올 수 있을지 우려는 지속됐다.

이동운 부장은 "야간시장 유동성을 책임질 기업 환전 수요가 업무 종료시간(오후 6시) 이후에 얼마나 있을지가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지난 2014년 시작된 위안-원 시장과 마찬가지로 실수요는 나오지 않고 야간 시간대에 시장 조성은행만 '거래를 위한 거래'를 하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 외은지점 관계자는 "시장을 설득해서 야간 데스크를 세운다고 해도 야간 시장이 위안-원 시장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실수요가 따라붙으려면 능력있는 마켓 메이커(시장 조성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B 외은지점 관계자는 "위안-원 시장이 고전하는 이유는 실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대중 무역이 많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로 시장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화라고 한다면 역외 위안화(CNH)나 싱가포르 달러처럼 해외에서 현물환으로 은행들이 원화 계좌를 가지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을 때 그것이 국제화고 선진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시장 참가자들은 우리 업장으로 불러들여서 카메라를 달고 보겠다는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달러-원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수요가 개장 시간 연장을 통해 서울 외환시장으로 흡수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호가 스프레드는 크고 거래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지만 규제가 거의 없고 거래 상대방이 풍부한 NDF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RFI와 함께 가는 '새로운 길'

기존에 국내에 근거지를 둔 은행에 대해서만 외국환 거래를 허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 선진화를 통해서는 RFI를 받아들여 원화가 더욱 국제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RFI를 둘러싸고는 그러나 국내 외은지점의 역할 축소에 대한 우려, 등록과 보고 의무 절차의 복잡성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이슈가 남아있다.

국내은행들은 외국 금융기관과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기도 한다.

KB국민은행의 길광수 본부장은 "국내 지점이 없는 해외은행들의 경우 RFI 등록에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전반적으로 외환시장 시간연장이나 해외 RFI와의 거래에는 그동안 많은 검토가 진행된 만큼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KB국민은행은 오랜 기간 해외에서 자본시장 비즈니스를 준비해 왔고, API 또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온 만큼 이번 외환시장 구조개선의 정책 변화에 유연한 대응과 함께 선도적인 입장에서 해외 시장의 투자자들과 달러-원 거래를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외은지점의 경우 RFI 등록에 대한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B 외은지점 관계자는 "RFI를 등록시키면서 국내에 자본을 내고 들어와 열심히 영업하는 외은지점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이점을 외국계 은행에 줘버리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RFI가 모든 모니터링과 규제를 다 준수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말 이익을 낼 여지가 많이 있는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올해 세계채권지수(WGBI)에 우리나라 국고채가 포함되면 RFI가 나름의 역할을 할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700억~800억달러의 채권 매수 자금이 유입되는 등 실수요가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RFI 등록을 위한 절차를 두고 세부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A 외은지점 관계자는 "일례로, RFI 등록을 위한 8가지 항목 가운데 한가지는 RFI에 등록해도 해당 지역의 금융당국의 법이나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줘야 하는데 세부적인 내용이 미비하다"면서 당국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첫 거래일 SSBT 홍콩과 런던 지점이 RFI 자격으로 거래를 개시했다면서 "당행 역시 실제로 거래를 해봐야 보완점도 알 수 있고 보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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