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원 사모채, 13% 고금리에 에코비트 지분 담보 확보
태영인더·평택싸이로 등 급매 계열사 적극 인수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금융시장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그간 태영그룹에 단행한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태영의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TY홀딩스)가 발행한 4천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고금리에 인수하면서 태영과 공동 경영하는 환경기업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잡은 것이 절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 KKR]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은 지난해 계열사 지분과 사모채 인수로 태영에 7천억원을 투자했다.
태영그룹의 지주사 TY홀딩스는 지난해 1월 26일 KKR을 대상으로 4천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4년 만기에 표면금리는 13%가 적용됐다. 매년 이자만 500억원이 넘는다. 투자 등급 최저선인 'BBB-'급 사모 회사채 4년물 민평금리가 지난 5일 기준 11.53%였음을 감안하면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높은 금리다.
여기에 KKR은 TY홀딩스가 보유한 에코비트 주식도 담보로 확보해 상환 안정성을 높였다.
TY홀딩스와 KKR이 50%씩 지분을 들고 있는 에코비트는 지난해 매출 6천427억원과 영업이익 1천209억원,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1천960억원을 기록한 알짜 자회사다. 기업가치는 2~3조원이 거론된다.
TY홀딩스는 이렇게 조달한 4천억원을 대금 납입이 이뤄진 당일 자회사인 태영건설에 빌려줬다. 만기와 금리는 사모채와 같았다.
형식은 TY홀딩스가 KKR로부터 마련한 자금을 태영건설에 빌려주는 모양새지만, 실질은 KKR이 태영건설에 사모대출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KKR은 태영건설에 비해 재무 상태가 나은 TY홀딩스로부터 채권 원리금을 지급받지만, TY홀딩스의 신용도에 비해 높은 금리를 수취하는 셈이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성격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TY홀딩스의 부채비율은 74%로 태영건설(479%)의 6분의 1 이하다.
사모대출은 KKR이 본사 차원에서 최근 강조하고 있는 전략의 하나다.
롭 르윈 KKR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11월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특히 사모신용에서 활발했다"며 "현재 사모신용 운용자산(AUM)은 830억달러(108조원)로, 3년 전의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KKR은 태영건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TY홀딩스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경우 TY홀딩스 측 에코비트 지분을 가져올 수 있는 조항을 사모채 계약서에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KKR의 선택지는 또 있다.
TY홀딩스가 발표한 자구계획에 따라 보유한 에코비트 지분을 매각하려 할 때 KKR은 의사결정의 키를 잡고 있다. 어느 한쪽이 주식을 양도하려고 하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눈높이가 맞는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KKR은 보유한 지분을 함께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 외에도 KKR은 최근 유동성 위기가 심화한 태영이 급하게 매각하는 계열사 지분을 신속하게 사들였다.
KKR은 지난해 12월 TY홀딩스와 창업주 일가가 보유한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전량을 2천400억원에 인수했다.
이튿날에는 평택싸이로 지분 37.5%도 TY홀딩스로부터 600억원에 매입했다.
KKR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서울 사무소의 박정호 대표와 김양한 부대표가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대표는 양성수 KKR 상무와 함께 에코비트의 이사회에도 참가해오고 있다. 김 부대표는 전략위원회의 일원으로 사업 및 운영 전략 결정에 관여해왔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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