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 불안에 단기물 매수세 부각
금리 인하 기대감 속 '단기물 선호' 이례적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회사채 발행시장이 연초 효과 등에 힘입어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사태로 크레디트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발행물 중 비교적 만기가 긴 5년물을 중심으로 한 투자 심리 위축세가 드러나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질 경우 단기물보다 장기물이 인기를 끄는 점과 대조적이다. 기관들이 가산금리(스프레드) 매력이 부각되는 5년물 대신 시장 및 신용도 변화 리스크를 비교적 덜 반영할 수 있는 2, 3년물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AA-'도 5년물은 불안해"…만기별 온도 차 뚜렷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KCC(AA-)는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3천5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이 중 2년물과 3년물은 모집액의 네 배를 뛰어넘는 자금을 모았으나 5년물은 두 배 수준이 주문을 확인해 온도 차를 드러냈다.
500억원을 모집한 2년물에는 2천300억원이, 2천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는 9천75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5년물에는 모집액인 500억원의 두 배인 1천억원의 수요가 유입됐다.
만기별 상이한 분위기는 발행 스프레드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모집액 기준 2년물은 동일 만기 민평 대비 2bp 낮게 형성돼 강세를 보였다. 3년물 역시 민평 대비 2bp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5년물 스프레드는 동일 만기 민평 대비 29bp 높았다. 수요예측 전 제시한 희망 금리가 최대 30bp를 더한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밴드 상단부에서 금리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주에도 두드러졌다.
지난 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화솔루션(AA-)은 2년과 3년, 5년물 2천억원 모집에서 총 1조3천450억원의 주문을 확인했다. 2년물과 3년물에는 각각 모집액을 훌쩍 웃돈 3천억원, 1조50억원이 몰렸다. 반면 5년물은 모집액과 동일한 400억원만이 유입됐다.
5년물 스프레드는 동일 만기 민평 대비 30bp 높은 수준으로, 희망 밴드 최상단부로 확정됐다. 2년과 3년물이 풍부한 수요에 힘입어 각각 민평보다 8bp, 5bp 낮은 스프레드를 형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태영건설 사태로 크레디트 불안감이 번지면서 'AA-' 채권을 중심으로 만기별 선호도가 뒤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신용등급 변화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에서 2년과 3년물 구간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AA-' 채권은 투자 중 신용등급이 1 노치(notch)만 떨어져도 A급으로 전락해 기관들이 바로 팔아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발행물 중 비교적 만기가 긴 5년물은 시장이 아주 좋을 때가 아니면 수요가 마냥 탄탄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최근 태영건설 등으로 크레디트 우려가 커지면서 이러한 면모가 더욱 부각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5년물 선호 예상했는데…" 투심 변화 가속한 태영건설
최근 두드러진 5년물 약세 현상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싹트고 있는 대외 환경을 고려할 때 더욱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기관들은 금리 인하가 예상될 경우 만기가 긴 채권을 선호하지만, 올해는 도리어 2, 3년물의 인기가 더 높은 셈이다.
더욱이 5년물의 경우 스프레드가 비교적 벌어져 있었다는 점에서 금리 측면의 이점도 부각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일 기준 5년물 'AAA' 회사채 등급 금리와 동일 만기의 국고채 격차는 54bp로 동일 조건의 3년물 차이(52.3bp)보다 컸다.
연초 발행을 준비했던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은 5년물 트랜치(tranche)를 열고 조달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크레디트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관들의 투자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리스크 회피 현상이 강해지면서 듀레이션이 비교적 길어 시장 변화의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는 5년물에 대한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는 일반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AA급 채권 전반에 대한 매수세가 강했는데 올해는 태영건설 사태로 심사가 강화되면서 5년물 수요가 주춤해진 분위기"라며 "태영건설 투자로 손실 가능성이 커진 기관 중 일부는 아예 크레디트물을 못 보게 되면서 예전 연초 대비 수요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