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의 개시 조건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납부하며 채권단과의 협상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은행권의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 가중은 불가피해보인다.
현재까진 은행권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고금리 장기화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은행권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커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전날 오전 채권단의 요구대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1천549억원)을 납부하면서 오는 11일 예정된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은 높아진 상태다.
은행권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도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촉발될 수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확산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장기차입금 1조4천942억원과 단기차입금 6천608억원 등을 포함해 총 2조1천55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중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돈은 총 7천243억원(장기차입금 4천693억원, 단기차입금 2천250억원)이다.
은행별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천2억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했다. 이어 ▲국민은행 1천600억원 ▲기업은행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은 단기차입금 720억원 ▲신한은행 636억원 ▲하나은행 619억원 순이다.
은행권 액수는 제2금융권이나 증권사보다 많지만, 대부분 보증과 담보대출 등으로 이뤄져 실제 워크아웃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 압박은 큰 상황이다.
원금 상환이 완료되기까지 손실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만기 유예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셈이다.
보통 충당금 적립 규모는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대출원금 대부분을 충당금으로 적립하게 되는데 태영건설이 다른 회사나 PF사업장에 얼마나 보증을 해줬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태영건설 신용등급이 지난해 6월 A에서 워크아웃 신청 이후 CCC로 강등되면서 은행들은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추산하고 있다.
만약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부동산PF 부실이 확산될 경우 은행이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더 늘어난다.
이미 은행권은 부실채권 상·매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실채권이 전년 동기 대비 1조8천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충당금적립률은 8.6%포인트(p) 떨어져 적립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금융사 실적이 충당금 부담에 따라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은행권에선 부담이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순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구조조정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고, 이로 인해 채권 행사도 지연될 수 있어 은행의 채권 일부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태영건설 관련 충당급 적립은 당장의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줄 일회적인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여파로 국내 건설업 전반에 퍼지면 이로 인한 리스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신용손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태영건설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의 종류가 상이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며 "태영 외 협력업체들로의 전이 상황에 대한 문제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나 그 규모가 현재로서는 가늠이 쉽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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