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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 멘 이복현…'자기 책임 원칙' 내세워 자구안 압박

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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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發 PF 옥석 가리기도 속도 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원 기자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 개시 여부를 두고 정부·채권단과 태영그룹이 밀고 당기기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압박이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제시했던 4개 선결 조건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이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진전됐다"라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태영그룹 계열주(대주주 일가)가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기 책임 원칙'하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거듭 압박하고 있다.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의 지분 또는 자산가치가 높은 SBS의 대주주 지분이 담보로 제공돼야 워크아웃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 강하다.

태영그룹이 9일 워크아웃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워크아웃으로 가기 위한 좀 더 진전된 상황이 만들어질지 관심이다.

◇칼 빼든 이복현, 태영 백기 투항 이끌어

이복현 원장은 9일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7개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한국투자, 메리츠) 회장단과 산업은행 회장, 기업은행장과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어 "(태영그룹은) 강도 높은 자구 계획으로 신뢰 얻어야 한다"며 워크아웃 개시의 전제 조건이 대주주의 책임 있는 행동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전일 태영그룹이 채권단과의 약속을 어기고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 해소에 사용해 논란을 빚었던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하면서 협상 물꼬를 텄지만, 여전히 추가 자구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전 재산을 다 내놔도 기업 살리겠다는 오너의 헌신이나 확신을 받을 것이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영에) 상당한 불신이 있는 마당이라 상당히 진전성 있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태영그룹이 이날 오전 추가 자구안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성의 있는' 역할을 재차 주문한 것이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부터 정부에서 '자기책임의 원칙'에 입각한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매주 열리는 고위급 협의체인 'F4(Finance 4)' 회의 등을 통해 자구노력과 손실 부담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을 강조하며 태영을 강공 압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직후 금융시장의 우려가 커진 지난 4일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일이 지나서도 이 이슈를 끌고 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것은 아니다. 11일에는 어떻게든 끝날 것"이라고 사실상의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고 있다", "지금은 감성이 아니라 숫자에 기반한 이성의 문제기 때문에 숫자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강공 메시지를 쏟아냈다.

정부가 PF 부실과 관련해 만기 연장 등의 돌려막기식 처방만을 고수했던 것과는 달라진 행보다.

당국은 지난해 5월부터 금융권과 PF 대주단 협약을 시행하며 사업장 선별에 나섰지만, 대부분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으로 일관하며 부실을 걸러내는 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서 구조조정을 미루면 미룰수록 손실이 더 확대됐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강경모드로 선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997년 한보철강 사태부터 한진해운·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에 대해 정부가 구조조정 원칙을 어기면서 혈세를 투입했지만 결국 대마불사(大馬不死) 사례만 남았었다"면서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태영을 압박하는 근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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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이다"…PF 구조조정 속도 내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현실화로 PF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PF 우발채무가 많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태영건설발 위기가 시장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면서도 부동산 경기 등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 위축에 따른 PF 위기설이 지속해서 불거져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도 고금리가 지속되고 공사 비용이 오르는 데, 부동산 경기 회복마저 지연될 경우 사업성이 없는 PF는 언제든 엎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 규모는 134조3천억원으로. 2020년 말과 비교해 45.1% 늘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부실 규모가 최대 7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작년 9월 말 기준 2.42%로 전년 말 대비 1.23%포인트나 올랐다.

정부는 이번 태영 사태를 계기로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만큼 올해 본격적인 사업장 선별 지원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진행하는 60개 PF 사업장의 사업성을 분석해 돈줄이 막혀 사업 진행이 어려운 곳은 시공사를 교체하고, 회생 불가능한 곳은 서둘러 매각을 추진해 피해가 번지는 것을 막으라는 메시지를 채권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원장이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강한 구조조정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금감원이 주도권을 쥐고 사업장 선별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지주 회장들에게도 "사업성이 없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주단 협약을 가동하는 등 연착륙 유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그 정리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며 "PF 대주단은 면밀한 사업장 평가를 통해 신속하게 사업장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대주단협약이 적용된 187개 PF 사업장 중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상당수가 경·공매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로 만기 연장 주기가 종전 1년 단위에서 최근에서 3개월 안팎까지 짧아졌고, 경·공매가 진행 중인 사업장도 3~4배 늘었다"면서 "정부의 PF 사업장에 대한 기조가 '재구조화' 쪽으로 무게 중심이 확실히 이동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PF 시장의 자금줄이 더 마를 수 있음을 대비해 '컨틴전시플랜'에 준한 유동성 공급대책도 이미 마련해놓은 상태다.

기존 8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대책에 더해 채권시장 안정과 건설사 자금 지원 등을 위한 유동성 확대를 고려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 확대 수준을 봐가며 선제적으로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도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과도하고 불필요한 시장 불안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암 덩어리(리스크)를 과감히 제거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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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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