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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확실한 선두"…SK하이닉스 곽노정의 HBM '자신감'

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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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SK그룹 편입 후 첫 기자간담회 개최

반도체 업황 개선·최태원 회장 관심도 영향 미친 듯

(라스베이거스=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미디어데이를 연 게 SK의 가족이 된 이후 처음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졌고 하이닉스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는 방증이겠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가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꺼낸 첫마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8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SK하이닉스]

2012년 SK그룹의 일원이 된 이래 단독으로 미디어 행사를 열기까지 햇수로 무려 13년이 걸렸다. 이 기간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비슷한 자리가 없었다. 앞서 2년여 전 SK스퀘어, SK텔레콤과 함께 SK그룹 ICT 3사가 공동 간담회를 열었던 게 전부다.

이번 행사 개최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곽 사장 개인으로서도 2022년 3월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이 자리엔 곽 사장뿐 아니라 김주선 AI 인프라 담당 사장과 김종환 D램 개발 담당 부사장, 김영식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 최우진 P&T 담당 부사장 등 주요 임원이 총출동했다.

곽 사장은 'AI의 원동력 메모리 반도체(Memory, The Power of AI)'란 주제로 SK하이닉스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미래 비전에 관해 설명했다. "앞으로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며 메모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고자 SK하이닉스만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반론적인 얘기일 뿐 사실상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SK그룹 편입 후 첫 언론 대상 행사를 열 정도로 파격적인 발표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는 왜 '지금'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을까.

이를 두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주도권을 잡았다는 자신감이 영향을 끼쳤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에 2023년은 반도체 업황 침체로 쉽진 않았지만, HBM이라는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엿본 해이기 때문이다.

그간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만년 2위'였다. 늘 뒤쫓아가던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앞선 시장이 바로 HBM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기념비적인 쾌거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곽 사장은 이날 "경쟁사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HBM에 있어서는 (SK하이닉스가) 확실한 선두는 맞는 것 같다"고 말해 자신감을 보였다.

또 "HBM은 자체적으로 꾸준히 기술적 성장을 하고 고객들과 밀접한 협업을 진행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비결을 전하며 "AI 시대에 AI 메모리 인프라 제공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계속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HBM은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AI 시대 도래에 따른 가파른 수요 증가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9%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두 배(18%)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리더십 확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비즈니스' 조직을 편제했다. HBM 관련 내부 역량을 한 곳으로 결집해 경쟁력 강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다. HBM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셈이다.

D램 가격 상승과 HBM 판매호조 등으로 올 1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등 반도체 한파가 끝나간다는 점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 개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업황이 좋지 않을 땐 기업의 CEO가 공식 석상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할 수 있는 말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입을 떼는 순간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CEO 입장에선 고를 이유가 없는 선택지다.

곽 사장은 이날 "내부적으로 3년 이내에 도전해볼 만한 목표치를 시가총액 200조원 정도로 잡고 있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현 시가총액(100조원)의 2배 규모다. "기술과 제품을 잘 준비하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면 더 나은 모습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업황 개선에 대한 확신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해 첫 현장경영지로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을 찾았다.

[출처:SK그룹]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최 회장은 갑진년 새해 첫 현장 경영지로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을 찾아 달라진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을 당부하는 등 '반도체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앞서 작년 말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를 방문해 현안을 점검하기도 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으로 정신없이 바빴던 작년 9월에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방문해 공사 현황을 살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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